![[사진=셔터스톡]](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06/48546_41805_3852.jpg)
‘전공 후회(buyer’s remorse)’는 새내기 졸업생 사이에서 흔한 고민이다. 특히 지금처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따른 기업의 불확실성이 높은 데다, AI가 초급 일자리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시기엔 더더욱 그렇다.
포춘이 미국 포춘500 CEO들의 학력을 분석한 결과, 상당수가 경영학 학사나 MBA를 보유하고 있었고, 테크 업계 수장들은 대개 공학 전공, 금융계 CEO는 경제학·회계학, 제약사 CEO는 의학 관련 전공이었다.
그럼에도 희망은 있다. 기업 세계에서의 성공은 반드시 경영학을 통해서만 가능하진 않다. 자신의 산업과 무관한 분야를 공부한 대표적인 사례도 있다.
가령 링크드인(LinkedIn) 공동창업자이자 초대 CEO인 리드 호프먼은 스탠퍼드대에서 ‘상징 체계(symbolic systems)’라는 전공으로 학사 학위를 받았다. 이는 컴퓨터공학, 언어학, 수학, 철학, 심리학, 통계학을 융합한 전공이다. 이후 그는 옥스퍼드대에서 철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2017년 비즈니스 인사이더 인터뷰에서 “철학은 ‘명확하게 사고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이라며 “투자와 창업에서 전략을 구성하고 리스크를 분석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팔란티어(Palantir)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알렉스 카프도 철학을 전공했다. 그는 하버포드칼리지에서 철학 학사, 스탠퍼드대에서 법학 박사, 독일 괴테대에서 신고전 사회이론 박사 학위를 받았다.
데이터 마이닝 및 AI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정부와 기업에 제공하는 회사를 이끄는 카프는 “코딩은 현장에서 배웠다”고 밝혔다. 그리고 MBA를 하지 않은 게 오히려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그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우리가 팔란티어에서 해온 모든 일은 MBA 교과서에는 없는 것들이었다”며 “그게 우리가 성공한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비즈니스에서 가장 값졌던 교육은 박사 과정 중 근무했던 지그문트 프로이트 연구소에서의 경험”이라면서 “사람들이 실제로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배운 것이고, 그 덕에 우리 엔지니어들의 동기를 유도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포춘 500 CEO들 중에도 이처럼 이색적인 전공 이력을 가진 인물이 적지 않다. 가령 브라이언 체스키 에어비앤비 CEO는 로드아일랜드디자인학교(RISD)에서 순수미술 학사다. 에어비앤비는 그의 디자인 철학이 기업 문화와 서비스에 깊게 반영돼 있다. 후안 안드라데 USAA CEO는플로리다대에서 언론학 및 정치학 학사,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에서 국제경제 및 중남미학 석사 학위를 땄다.
리언 토팔리안 뉴코어(Nucor) CEO는 매사추세츠 해양아카데미에서 해양공학 학사 출신이고, 마리아 블랙 ADP CEO 콜로라도대에서 정치학 및 국제관계학 학사다. 로라 앨버 윌리엄스소노마 CEO는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리처드 헤인 어반아웃피터스 CEO: 리하이대에서 사회관계학을 공부했다.
이들의 사례는 전공보다 중요한 게 따로 있음을 보여준다. 시대가 요구하는 유연성, 문제 해결력, 그리고 다양한 배경에서 나오는 창의력 말이다. 어쩌면, 지금 당신의 전공은 생각보다 쓸모가 많을지도 모른다.
/ 글 Jason Ma & 편집 김나윤 기자 abc123@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