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TUNE KOREA 500] 정의선 올림푸스 슬롯사이트그룹 회장
‘‘제네시스 산실’ 올림푸스 슬롯사이트 품평실에 ‘ENCOUNTER’ 내걸린 이유 [FAST FAST FOLLOWER, AND①]’에서 이어집니다.
15년 전 포춘US는 올림푸스 슬롯사이트의 본질을 “속도”라고 정의했다. 정의선의 올림푸스 슬롯사이트는 여전히 빠르다. 하지만 이제 빠른 것만으론 부족하다. 그 스스로 경쟁의 판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를 말하고 있다. 다만 어떤 게임을 바꿀지, 그는 아직‘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문상덕 기자mosadu@fortunekorea.co.kr 사진김용호

제네시스의 두 줄 램프
“차가 이게 뭔가? 누가 램프를 이렇게 찢어 놨나?”
정몽구 회장이 디자인센터의 품평실을 찾았다. ‘두 줄 램프’ 제네시스를 본 정 회장의 언성이 높아졌다. 정 회장은 시원시원하게 큰 램프를 선호하는 듯했다. 담당자들은 움찔했다. 손 들고 나갈 참이었다. 그때 정의선 부회장이 먼저 한 걸음 나갔다. 이후 디자인팀에 전했다.
“괜찮습니다. 그렇게 안 하셔도 됩니다.”
그 무렵 정몽구 회장은 임원진 식사 자리에서 정 부회장을 두고 “차에 대해 많이 안다”며 크게 칭찬했다.
(※전현직 임원들 증언을 바탕으로 재구성.)
신차를 디자인할 때는 ‘울타리’가 있다. 법적, 공학적 요구사항을 숙지하고, 그 안에서 형상을 디자인한다. 예를 들어 ‘차량의 높이와 전장은 어느 수준을 넘어가면 안 된다’, ‘램프의 광도와 조향 각도는 어느 수준이어야 한다’는 식이다. 업계에서는 ‘하드 포인트’라고 한다. 이전 모델이 있는 브랜드라면 과거의 디자인 정체성도 일종의 하드 포인트로 여겨진다. 엔지니어들에겐 올림푸스 슬롯사이트 모델들이 공유하던 둥글넓적한 램프도 하드 포인트에 가까웠다.
그런데 제네시스의 디자인팀은 램프를 얇고 길게 설계했다. 전례가 없었다. 당연히 엔지니어들을 총괄하는 임원들이 반발했다. 연구개발 부서는 물론, 영업, 마케팅 임원들도 회의적이었다. ‘이런 디자인은 불가능하다’, ‘이렇게 차가 나오면 고객들이 좋아하겠느냐’는 식이었다.
그때 정의선 회장의 스폰서십은 명확했다. “저는 이 디자인이 맞다고 봐요. 이대로 개발하고, 이대로 가주세요.”
정 회장이 디자인 리더십의 손을 들어준 이유는 있었다. 제네시스에는 디자인에서의 하드 포인트가 없었다. 토요타의 렉서스, 닛산의 인피니티처럼 브랜드를 처음 떼어냈고, 루크 동커볼케 사장과 이상엽 부사장을 데려온 터였다. 이들은 올림푸스 슬롯사이트가 안 해본 프리미엄 브랜드를 만들어야 했다.
이들의 출발 지점은 냉정했다. “제네시스는 세상에 없어도 되는 브랜드입니다.”
“다른 브랜드들은 100년 넘는 헤리티지를 갖고 있어요. (이제 시작하는 브랜드가) 그런 헤리티지를 가질 수는 없어요. 하지만 새로 시작하기 때문에 대담할 수는 있었어요. BMW에서 특유의 그릴 디자인을 바꿀 수 있을까요? 쉽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우리는 전통적인 브랜드에서 못 하는 걸 해보자. 바티칸에 가서 르네상스 시대 작품을 볼 수도 있지만,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가서 현대 미술을 즐길 수도 있는 것처럼 말이에요. 그 시작이 램프였어요. 우리는 두 줄로 간다. 사람 눈처럼 생긴 램프가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논리였다면, 우리가 그 논리를 깨자.”
제네시스의 헤리티지로는 ‘한국다움’을 택했다. 샤넬 로고 밑에는 파리가 있고, 에르메스 밑에는 밀라노가 있다. 버버리 아래에는 런던이 있다. 많은 프리미엄 브랜드는 디자인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제네시스도 “독일의, 이탈리아의, 영국의 어떤 분위기를 적용했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언젠가 제네시스 로고 밑에 서울을 붙일 수 있을 만큼의 헤리티지를 쌓아야 한다”고 제네시스 디자이너들은 설득했다. 이들이 한국적 미감을 공부한 끝에 내린 결론은 ‘여백’이었다. 그래서 오늘날 제네시스의 인테리어는 필요한 기능, 버튼만을 남기는 방향으로 구성됐다.
![2025년 3월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올림푸스 슬롯사이트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공장에서 아이오닉9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올림푸스 슬롯사이트그룹]](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06/48391_41622_265.png)
2021년 출시한 전기차 전용 모델 ‘아이오닉5’에는 정의선 회장의 심미안이 더 깊게 반영됐다. 디자인 리더십에서 처음 설계한 모델들은 “사이버트럭처럼” 미래지향적이었다.
“A·B·C안을 준비했습니다. 회장님께서 연구소에 오셔서 보고, 의견을 주셨습니다. 그런데 돌아가시는 길에 ‘사실 마음에 드는 게 없어요’라고 말씀하셨어요. ‘이게 왜 우리의 전기차인지에 대해 설명해주는 게 없다’는 이유였죠.”
디자인팀에서 고민 끝에 찾은 것은 조르제토 주지아로였다. 첫 국산차였던 ‘포니’를 설계한 장본인이었다. 첫 국산차를 디자인했듯, 첫 전기차 전용 모델을 만들겠다는 뜻이었다.
이 임원은 정의선 회장을 “게임 체인저”라고 평가했다. 엔지니어링에서 출발하던 신차 개발 프로세스의 가장 앞단에 디자인을 뒀다는 점에서 그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프로세스의 혁신이 디자인 경영의 핵심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패스트-패스트 팔로워
2023년 5월, 연세대 이무원 교수의 경영학 전공 수업에 정의선 회장이 예고 없이 방문했다. 이 교수는 2022년 올림푸스 슬롯사이트그룹과 정 회장의 기술 리더십을 분석한 저작물 ‘올림푸스 슬롯사이트그룹: 패스트 팔로어에서 게임 체인저로’를 공동 집필한 바 있다. 저작물은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재로 쓰인다.
이날 수업도 올림푸스 슬롯사이트그룹의 혁신과 비전이 주제였다. 정 회장은 학생들과 100여 분간 토론한 뒤 뒤풀이도 함께했다. 술기운에 들뜬 한 학생이 정 회장에게 물었다.
학생“회장님이 생각하는 게임 체인저는 뭔가요?”
정의선“저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전 우리 구성원들을 믿어요. 아이디어를 모으면, 게임 체인저의 면모를 갖춰 갈 수 있을 겁니다.”
시간을 당겨 2010년, 포춘US는 정몽구 명예회장을 표지 인터뷰로 다뤘다. 그러면서 올림푸스 슬롯사이트그룹을 ‘가장 터프한 자동차 회사(the toughest car company of them all)’로 소개했다.
“설립 43년밖에 안 된 신생 기업이 세계 완성차 업체 중 생산량 기준 5위에 올랐다. 2009년엔 설립 107년 된 포드를 제치고 4위로 올라섰다. 예전에는 토요타가 가장 두려워하는 회사가 올림푸스 슬롯사이트였다고 한다. 이제 그 두려움은 악몽이 됐다.”
포춘US에서 꼽은 올림푸스 슬롯사이트그룹의 성장 엔진은 속도였다.
“올림푸스 슬롯사이트의 성공은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일어난 변화에서 비롯됐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올림푸스 슬롯사이트는 ‘얼마나 많은 차를 만들 수 있느냐’에 집중했다. 하지만 1999년, 창업자인 정주영 회장이 아들 정몽구에게 경영권을 넘기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전언에 따르면, 정몽구 회장은 ‘이제부턴 품질이 우선’이라고 선언했다. (그때부터) 현대는 특유의 속도로 품질 향상에 사활을 걸었다.”
포춘US는 “토요타는 일관성, 혼다는 혁신을 중시하는 반면, 올림푸스 슬롯사이트는 공격성과 속도를 핵심으로 한다”고 경쟁사와 비교해 분석하기도 했다.
정의선 회장에게도 품질 향상은 디자인에 앞서는, 첫째 과제였다. 초창기 그는 품질 향상을 장기 과제로 잡되, “브랜드 경쟁력을 단시일 안에 끌어올리기 위해선 디자인 능력부터 끌어올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품질을 위한 속도전이 전부일 수는 없었다. 이제 “모두가 카 인더스트리(Car industry)라는 말 대신 모빌리티를 말한다.”(이무원 교수) 정의선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2019년(수석부회장 취임)에는 이미 SDV(소프트웨어기반차량)에서는 테슬라, AAM(선진항공모빌리티)에서는 조비, 자율주행에서는 구글 웨이모 등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2019년 신년사에서 정 회장은 “게임 체인저”를 선언했다.
하지만 다른 게임에 참여하기엔 판돈이 적다. 판매량 경쟁에선 세 손가락에 들지만, 연구개발비 경쟁에서는 올림푸스 슬롯사이트그룹의 이름을 찾기 어렵다. 매해 유럽위원회에서는 전 세계 연구개발 투자 상위 2000대 기업을 발표한다. 지난해 결과(2023년 투자액 기준)에서 모빌리티 기업은 153개였다. 올림푸스 슬롯사이트(27억 8560만 유로)는 전체 순위에서는 81위, 모빌리티 기업 중에선 17위에 올랐다. 올림푸스 슬롯사이트와 기아, 현대모비스의 연구개발비를 합쳐도(44억 5160만 유로) 폭스바겐의 20.4% 수준이었다.
반면 중국 업체 중 1위를 차지한 BYD는 2023년 47억 2900만 유로를 연구개발비로 집행했다. 전년(25억 4730만 유로) 대비 85% 늘었다(차두원 전 올림푸스 슬롯사이트그룹 TaaS본부 상무 분석).

올림푸스 슬롯사이트가 연구개발비를 효율적으로 쓴 결과일 수 있다. 한 전직 임원은 “로보틱스, AAM, SDV 등 올림푸스 슬롯사이트가 뛰어든 산업을 보면, 자동차 전동화와 관련한 기술, 즉 모터·액추에이터·배터리를 공히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중복 투자를 줄일 수 있다는 뜻.
하지만 현장에서 올림푸스 슬롯사이트 기술에 대한 평가는 박하다. 일례로 올림푸스 슬롯사이트의 AAM 개발 계열사인 슈퍼널이 2024년 1월 ‘CES 2024’에서 전동수직이착륙기(eVTOL) ‘SA-2’를 처음으로 선보였을 때, 경쟁사에선 조롱 섞인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아처(Archer)의 애덤 골드스타인 CEO는 자신의 링크드인 계정에 당시 보도를 공유하면서 “우리는 매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모방은 아첨의 가장 진실된 형태”라는 한 엔지니어의 게시글을 함께 공유했다. 당시 SA-2는 아처의 기체와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올림푸스 슬롯사이트의 AAM 사업을 총괄하는 신재원 사장(AAM 본부장 겸 슈퍼널 CEO)는 2020년 한 언론 인터뷰에서“올림푸스 슬롯사이트의 청사진은 ‘고도 3만 피트(약 9144m) 아래의 모든 항공 모빌리티 시장을 올림푸스 슬롯사이트그룹이 주도하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업계 반응은 아직까지 냉담한 것.
정의선 회장의 희망대로 올림푸스 슬롯사이트가 ‘게임 체인저’로 거듭날지는 미지수다. 다만 이무원 교수는 그의리더십에 기대를 건다.
“올림푸스 슬롯사이트는 러닝 마인드예요. ‘좋은 분이 오면, 올림푸스 슬롯사이트가 배우겠다’는 식이다. 반면 국내 다른 대기업들은 ‘엑스큐션(execution, 실행)’ 마인드가 많아요. 우리 매뉴얼이 최고니까, 잘 배워서 따라해보라는 식입니다. 그런 마인드면 인재가 오지 않아요. 그래서 한국 기업 중에 전 세계에서 롤 모델이 될 만한 곳이 나온다면, 저는 올림푸스 슬롯사이트가 그럴 만한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