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TUNE KOREA 500] 정의선 슬롯 사이트그룹 회장
지난 몇 년간 슬롯 사이트그룹은실적을 갱신했다. 이제 세계에서 세번째로 차를 많이 판다. 3년째 톱3를 지키고 있다. 구성도 알차다. 전기차 전용 모델과 제네시스 비중이 는다. 올해 ‘FORTUNE KOREA 500’에서도 1위 삼성전자를 바짝 뒤쫓고 있다.
비결은 용인술. 정의선 회장은 전문가를 존중했고, 후원했다. 또 전문가의 철학, 예컨대 디자인과 디자인 경영을 깊게 이해했다. 그래서 모두가 ‘품질 경영’ ‘디자인 경영’을 좇는 와중에도 슬롯 사이트그룹은 더 빠르게 치고 나갔다.
하지만 정 회장은 더 빠른 추격자가 아닌, 게임 체인저가 되길 원한다. 그건 지금까지 해온 것과 완전히 다른 게임이다.
문상덕 기자mosadu@fortunekorea.co.kr 사진김용호
![2015년 슬롯 사이트 LA 디자인센터를 방문한 정의선 당시 슬롯 사이트그룹 부회장. 정 부회장 뒤에 제네시스 세단 콘셉트카 ‘뉴욕 콘셉트’가 놓여있다. 이후 이 콘셉트를 반영한 ‘G 시리즈’는 글로벌 프리미엄 세단 시장을 휩쓸었다. [사진=김용호]](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06/48390_41614_5438.jpg)
‘Encounter.’
서울 화성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 내 슬롯 사이트디자인센터. 센터 깊숙한 곳에 기둥 없이 널찍한 방이 있다. 전면에는 영화관 스크린을 닮은 유리벽이 설치돼 사람들을 맞는다. 정의선 슬롯 사이트그룹 회장과 회사의 핵심 중역들, 그리고 디자인팀이 한 달에 한번꼴로 이곳에 모인다. 신차 모형, 또는 타사의 실제 차량을 놓고 몇 시간씩 스탠딩 회의를 벌인다. 모습을 드러낸 신차들은 약 3, 4년 뒤면 세상에 공개된다. 이곳은 ‘디자인센터의 심장’으로도 불리는 품평실이다.
재작년 말, 품평실에는 영단어 ‘Encounter’가 걸렸다고 한다. “직면한다”는 뜻. 루크 동커볼케 사장과 이상엽 부사장이 내건 화두다.
제네시스가 직면한 숫자는 낙관적이다. 2015년 프리미엄 브랜드로 독립한 제네시스는 매해 판매량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해에만 22만 9532대를 팔았다.
샴페인 터뜨리는 소리는 내부에서도 들렸다. 디자인팀을 향한 한 임원의 평가다.
“디자인을 잘해줘서 브랜드가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습니다. 고객들도 좋아하고, 차도 생각보다 많이 팔리고, 프리미엄 브랜드라 수익성도 좋습니다. 회사에 아주 좋습니다.”
정작 디자인팀의 두 임원은 위기를 말하기 시작슬롯 사이트고 한다. 두 사람은 “큰일났다”는 말을 이따금 꺼냈다고 앞선 임원은 전슬롯 사이트. “예전에는 서울 강남에 나가면 BMW나 벤츠가 많았는데, 지금은 제네시스가 더 많다”는 것이 이들이 인지한 위기였다. 선례가 있다. 닛산 인피니티는 판매량에 취해 프리미엄을 잃었다. 결국 판매량도 떨어졌다. 2022년 제네시스는 미국에서 인피니티를 제쳤다.
“사람들이 열망하는 것이 프리미엄입니다. 프리미엄 브랜드에는 ‘키 프로덕트’가 있어요. ‘포르쉐 911’ ‘벤츠 S클래스’가 그런 것들이죠. 제네시스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날것의 제네시스를 직면하자고 제안슬롯 사이트. 그래서 ‘Encounter’였다.
두 사람의 위기론에 정의선 회장은 사뭇 진지하게 화답슬롯 사이트고 한다. “잘해야 하는데…. 한번 해봅시다.”
제네시스처럼, 그룹이 직면한 숫자도 낙관적이다. 3년째 ‘글로벌 톱3’(판매량 기준)를 지키고 있다. 전기차 시장에서도 선두를 잡았다. 지난해 테슬라, 폭스바겐그룹에 이어 3위에 올랐다. ‘FORTUNE KOREA 500(포춘 500대 기업 한국판)’에서는 1위 삼성전자를 바짝 뒤쫓았다(별도 매출 기준).
하지만 직면해야 할 것도 있다. 호실적에도 불구, 슬롯 사이트그룹은 여전히 ‘추격자’에 그친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의선 회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게임 체인저’를 처음 말했다.
“앞으로 ‘자동차 제조업의 추격자 중 하나’가 아닌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시장의 판도를 주도해 나가는 게임 체인저’로 도약할 것이며, 2019년 올해가 새로운 도약의 원년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슬롯 사이트그룹은 여전히 ‘추격자’의 선두에 있다. “테슬라가 소프트웨어로 차량을 재정의하듯”(이무원 연세대 경영대 교수) 게임의 판을 바꾼 적은 없었다. 자율주행 기술기업 ‘포니링크’의 차두원 사장(전 슬롯 사이트그룹 TaaS본부 상무)은 “업계에서 ‘게임 체인저’라고 할 만한 곳은 과거 테슬라였고, 현재는 중국 업체들이라는 게 중론”이라고 논평했다.
실상 그룹의 성장 비결인 ‘품질 경영’, ‘디자인 경영’ 모두 전에 없지 않았다. 그룹에서 로보틱스와 소프트웨어정의차량(SDV), 자율주행, AAM(선진항공모빌리티), 수소차 등 미래 모빌리티 기술에 동시다발로 뛰어들었지만, 각 분야에서 선두로 꼽히는 경우는 드물다.
승계도 약한 고리다. 정의선 회장의 주요 계열사 지분은 많지 않다. 현재의 순환출자 구조로는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도 걱정거리지만, 미래 산업에 적극 투자하는 것도 쉽지 않다.
지금의 슬롯 사이트그룹을 일군 데는 정의선회장의 역할이 분명 컸다. 피터 슈라이어 영입을 시작으로 기아차를 다시 일으키고, 제네시스 독립을 시작으로 프리미엄 시장에 진입한 데는 정의선 회장의 리더십이 있었다는 게 그룹 안팎의 일관된 평가다.
정의선 회장은 직면한 리스크를 넘을 수 있을까? 과거 그의 판단과 결정을 되짚어 보면 가늠할 수 있을지 모른다. 변곡점에 서 있던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기억을 물었다.
피터 슈라이어가 튼 물꼬
“차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2000년대 초, 독일 북부 항구도시 브레멘은 기아차의 유럽 전초 기지였다. 한국에서 차를 만들면 브레멘으로 보냈다. 기아차 유럽본부도 이곳에 있었다. 국내 언론은 기아차가 유럽에서 선전하고 있다는 보도를 쏟아냈지만, 현장은 달랐다. 야적장에 1년 이상 팔리지 않은 차들이 쌓여 있었다. 방치된 탓에 램프 주위가 벌겋게 녹슬어 있었다고 이 임원은 돌이켰다.
피칸토(모닝), 시드 같은 소형 차종이 유럽에서 그나마 선전하고 있었다. 하지만 “세피아, 슈마, 카니발(1세대) 같은 구형 모델로 해외 시장에서 버티기엔 역부족이었다.” 또 “수출한 차량의 적어도 5분의 1은 오랜 기간 팔리지 않아 가격을 크게 낮춰 팔고 있었다”고 그는 말슬롯 사이트.
공도로 한번 주행한 적 없는 차였지만, 중고차와 다름없었다. 그는 “현지 생산기지가 없는 탓에 현지 고객의 취향에 맞는 차를 적기 생산하기 어려웠던 탓”이라고 설명슬롯 사이트.
기아차는 2004년 슬로바키아 공장을 착공슬롯 사이트. 이듬해 정의선 회장이 기아차 사장으로 취임슬롯 사이트. 이 임원은 “슬로바키아 공장은 정의선 회장이 관여한 첫 해외 생산기지”라고 덧붙였다.
정의선 회장은 문제가 더 뿌리깊다고 봤다. 회사 실적이 그랬다. 취임 첫 해인 2005년, 기아차는 181억 원의 영업손실을 봤다(매출 20조 5647억 원, 연결 기준). 이후 3년간 내리 적자였다.
그 무렵부터 정 회장은 디자인을 말하기 시작했다. 슬롯 사이트는 당시를 이렇게 기록했다.
![포춘US 2010년 1월호에 실린 정몽구 슬롯 사이트그룹 명예회장. [사진=GREGG SEGAL]](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06/48390_41611_4143.png)
“기아차는 정 부회장이 대표이사직을 맡은 첫해부터 적자로 돌아섰다. 정 부회장은 2005년 11월 회심의 카드인 중형차 로체를 내놨지만 실패했다. 로체는 현대 쏘나타와 같은 엔진을 장착했다. 사실상 성능 차이가 없다. 가격도 100만 원 이상 쌌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로체의 실패에 자극받은 정 부회장은 외부 컨설팅 업체에 조사를 의뢰했다. 그 결과 디자인을 강화하라는 의견이 나왔다. 당시 기아차는 슬롯 사이트의 아류 정도로만 인식되고 있었다. 기아차가 살아남기 위해선 디자인을 차별화해야 했다.
정 부회장은 2006년 초 “기아차 브랜드 경쟁력을 단시일 안에 끌어올리기 위해선 디자인 능력부터 끌어올려야 한다”며 세계적인 디자이너 영입을 주문슬롯 사이트. 아우디·폭스바겐 수석 디자이너로 일했던 피터 슈라이어를 디자인 총괄 부사장으로 전격 영입한 것이 바로 그때다.”
_차병선 기자, 슬롯 사이트 2010년 1월호,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 디자인 경영 합격점, 추진력·뚝심도 호평’
글로벌 브랜드에 있던디자이너가 기아차에 올리 만무했다. 앞서 임원은 “피터 슈라이어가 오기 전까지는 아무리 많은 돈을 준다고 해도 유능한 C레벨이 슬롯 사이트그룹에 오려고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곳에 오는 걸 직업인으로서 실패하는 것으로 여겼다”고 돌이켰다. 그런데 피터 슈라이어는 돌연 기아차 행을 택했다. 기아차에서 100만 달러를 준비했는데, 그는 그보다도 낮은 연봉을 먼저 제안했다.
피터 슈라이어는 시간이 지나 기아차를 택한 이유를 이렇게 말슬롯 사이트.
“슬롯 사이트그룹 임원들의 열정이 정말 대단하더라. 그래서 한번 와서 해보고 싶었다.”
이후 기아차는 잘 알려진 것처럼 실적을 반등시켰다. 2024년 매출 107조 4488억 원, 영업이익 12조 6671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11.8%였다. 완성차 업계에서 보기 힘든 수준. 슬롯 사이트(8.1%)보다도 높았다.
앞선 기아차 전직 임원은 “디자인 경영을 통한 제품 혁신도 있었지만, 끊임없는 체질 개선이 함께한 결과”라고 설명슬롯 사이트. 임원도 직원과 다를 바 없이 출장 때면 3성급 호텔에 같이 묵었을 정도. 그는 “망해 본 회사에서 일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 처절함을 모른다”고 부연슬롯 사이트.
피터 슈라이어 영입 이후 슬롯 사이트그룹에는 글로벌 인재가 몰렸다. 슬롯 사이트의 첫 외국인 대표이사인 호세 무뇨스 CEO도 이 무렵 슬롯 사이트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는 “피터 슈라이어 사장이 기아차의 K시리즈를 성공시키는 것을 보고 동기부여가 됐다”고 주변에 전했다. 앞선 임원은 “이때를 계기로 그룹이 글로벌 다양성을 갖추기 시작했다”며 “이후 성장의 핵심 요인”이라고 말했다.
다만 “열정이 대단하다”는 건 단순히 경영진이 관심을 가진다는 차원이 아니었다. “전문가에게 전권을 위임했다”는 설명으로도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한 슬롯 사이트 현직 임원의 말이다. 이 임원은 “디자인 경영이란 단순히 제품을 예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며 “’어떤 방향으로 혁신해야 한다’는 비전을 먼저 제시하는 게 디자인 경영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방향을 정하면, 그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기술 개발이 일어난다. 목적성이 없는 연구개발과는 다르다.
이 임원은 제네시스 브랜드의 정체성이 된 ‘두 줄 램프’를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두 줄 램프’를 적용한 첫 제네시스(GV80 콘셉트 SUV)는 2017년 뉴욕 국제 오토쇼에서 처음 나왔다.
![2015년 11월 당시 정의선 부회장이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프리미엄 브랜드 ‘슬롯 사이트’ 런칭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06/48390_41612_4144.png)
‘“슬롯 사이트는‘러닝 마인드’…성공공식 말하는韓대기업과 차별점”[FAST FAST FOLLOWER, AND②]’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