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적의 연구자 커플이 미국 입국 시 식물 병원체 '퓨사리움 그래미네아룸'을 휴지에 숨겨 밀반입하려다 체포됐다.
![[사진=셔터스톡]](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06/48329_41538_814.jpg)
중국 국적의 연구자 커플이 미국 입국 시 휴지 뭉치에 생물 병원체를 숨겨 들여오려다 공항에서 체포됐다. 이들이 밀반입하려던 곰팡이는 ‘퓨사리움 그래미네아룸(Fusarium graminearum)’으로,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 반입이 금지된 생물 병원체다. 당국은 이 곰팡이가 농업 테러(agroterrorism)에 악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체포된 이들은 저장대(Zhejiang University)의 연구원 류쥔융(34)과 미시간대학교(University of Michigan) 박사후연구원인 그의 여자친구 지앤윈칭(33)이다. 류는 2024년 7월 디트로이트 메트로폴리탄 공항에서 체포됐으며, 그의 소지품에서는 밀로부터 옥수수, 보리, 귀리 등 곡물 작물에 치명적인 병을 유발하는 이 병원성 곰팡이 표본 네 개가 발견됐다.
세관 및 국경보호국(CBP)은 류의 배낭 안쪽 작은 주머니에 구겨 넣은 휴지 뭉치 속에서 붉은색 식물성 물질로 보이는 표본과 필터 종이, 그리고 중국어로 된 쪽지를 발견했다. 초기 조사에서 류는 해당 표본에 대해 “모른다”는 입장을 보이며 “누군가 몰래 가방에 넣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곧 그는 표본을 미시간대 식물-미생물 상호작용 연구실에서 복제할 계획이었음을 시인했다. 이는 지앤이 근무 중인 연구실이다.
수사 당국은 류의 노트북과 아이폰 2대를 분석해 이들이 세관을 피해 병원체를 반입하는 방법을 논의한 정황을 확보했다. 한 휴대전화에는 “기후 변화 속 식물 병원체 전쟁(Plant-Pathogen Warfare)”이라는 제목의 논문도 저장돼 있었다.
미국 국토안보부와 FBI는 이번 사안을 심각한 국가 안보 사안으로 보고 있으며, 미시간대는 성명을 통해 “국가 안보를 위협하거나 공공 책무를 훼손하는 어떤 행위도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대학 측은 또한 지앤의 연구에 중국 정부 자금이 들어간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식물 병원체는 미국 내 생태계와 식량 안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엄격히 규제된다. 미시간주립대 올슨 교수는 “국경을 넘어 식물 병원체를 들여오는 건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절대 해선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콘월대 버그스트롬 교수는 “퓨사리움 그래미네아룸은 곡물 수확량을 크게 감소시키는 '헤드 블라이트(head blight)'를 유발한다”며 외래 균주가 미국에 유입되면 기존 방제체계로는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국내에서 사용하는 살균제에 내성이 있는 균주일 경우 위험성이 더욱 크다”고 말했다.
이 곰팡이의 독소는 사람에게도 위협이 된다. 오염된 곡물과 밀가루는 구토나 간 손상 등의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속칭 ‘구토 독소(vomit-toxin)’로 불린다”고 올슨 교수는 덧붙였다.
당국은 이번이 두 사람의 첫 밀수 시도가 아니었다는 정황도 포착했다. 2022년 8월 이들은 위챗 메시지를 통해 퓨사리움을 숨겨 입국한 정황이 있었다. 당시 지앤은 류에게 “퓨사리움 표본을 비닐봉지에 넣고 신발에 숨겨 샌프란시스코 공항을 통과했다”고 보냈다.
이 밖에도 지앤은 2023년 1월부터 올해 초까지 샤천(Xia Chen)이라는 인물과 병원체 샘플 밀반입을 논의한 정황이 발견됐다. 그녀는 “필터 종이 조각에 표본을 묻혀 비닐봉지에 넣고, 두꺼운 책에 숨겨 보내라”고 지시했다. 심지어 “문제된 적 없다. 전에도 이렇게 보내봤다”며 안심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이 배송물은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 세관에서 적발됐다. 당시 샌 용의 책은 통계학 교재였다. 내부에는 정체불명의 생물 표본이 묻은 종이 15장이 들어 있었고, 모두 폐기 처리됐다.
/ 글 Paolo Confino & 편집 김나윤 기자 abc123@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