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스파라에서 만난 슬롯 사이트] 라영환 헬리녹스 대표, 최정윤 난로학원 의장①
두 슬롯 사이트은 옛 풍속도 속 고기 불판을 현재로 가져 나왔다. 두 슬롯 사이트은 이 작업이 한국의 소비자, 그리고 우리 스스로를 깊게 이해하는 일이라 믿는다.
문상덕 기자mosadu@fortunekorea.co.kr 사진강태훈

●(왼쪽)라영환 헬리녹스 대표2009년 동아알루미늄(DAC, 고강도 초경량 알루미늄 폴 생산)의 ‘헬리녹스’ 브랜드에 합류, 2013년 독립 법인으로 분사시켰다. 나이키, BTS 등과의 협업으로 인지도를 높였다. 2023년 싱가포르에 지주사를 설립했다.
●최정윤 난로학원 의장28년차 셰프, 한식 연구가. 조선호텔, 호주 하얏트 리젠시, 정식당을 거쳐 스페인 요리과학연구소 ‘알리시아 재단’에서 요리과학을 연구했다. 현재 샘표 우리맛연구중심 헤드셰프,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 한국&대만 의장을 맡고 있다.
“눈 오는 날이면 대부 김(金) 공과 화로를 두고 마주 앉아 고기를 구웠다(소육작난회). 그런 날이면 온 방이 연기로 후끈했고, 파와 마늘 냄새, 고기 누린내가 몸에 뱄다.”
박지원은 먼저 세상을 떠난 ‘김 공’을 떠올렸다(《연암집》 3권 ‘만휴당기’). 벼슬에 집착 않는 교훈을 남기려는 심산이었지만, 어쩐지 수기를 쓰던 연암은 “화로에 둘러앉아 고기 구워 먹던 옛일”을 떠올리며 입맛을 다시는 듯하다.
역시 눈 오던 날, 김홍도는 노상에서 고기 굽던 양반들을 화폭에 옮겼다(《행려풍속도》 8첩 ‘설후야연’). 군용 모자를 뒤집어 놓은 불판(‘전립투’)에 소고기를 가득 얹었다. 혹자는 익지 않은 고기 한 점을 입에 넣는다. 연암과 김 공의 회합도 이랬으리라.
(※‘전립투벙거지 모자(전립투)를뒤집어 놓은 모양의 불판. 움푹 들어간 볼에는 채소를 데치고, 가장자리에는 고기를 구우면 고기 육수가 가운데 볼로 흐르는 구조를 갖고 있다.)
셰프 중심의 한식 커뮤니티 ‘난로회’를 만든 최정윤 의장은 휴대전화에 김홍도의 그림을 저장해 뒀다. 난로회를 소개할 때면 꼭 사진첩을 열었다. 최 의장은 한국식 고기구이에서 ‘글로벌 한식’의 가능성을 찾는다. 설후야연은 그 가능성이 ‘오래된 미래’라는 증거다.
“정약용, 박지원은 ‘조선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던 유학파였어요. 그 시대의 ‘힙스터’였던 셈이에요.”
최 의장은 라영환 대표에게도 이 사진을 보냈다. 그러면서 “이게 한국의 캠핑 문화인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적으로 재해석해보고 싶다”는 말과 함께.
라 대표도 “반가웠다”고 돌이켰다. 한국 슬롯 사이트은 캠핑을 가면 굽고, 끓이고, 마신다. 가벼운 백패킹을 즐기는 북미와는 달랐다. 사진을 본 그는 “우리가 계속 해 오던 걸 단지 더 좋은 장비로 즐기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사용자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것”을 브랜드의 본질이라고 생각하는 라 대표는 최 의장의 제안을 곧장 수락했다. 슬롯 사이트들의 습관을 헤집어 뿌리를 찾는 것이야말로 사용자와 밀착하는 일이라고 그는 봤다. 그때가 2023년 12월이었다. 브랜드 협업이 잦은 헬리녹스지만, 새로운 분야에서 도구를 개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헬리녹스와 난로의 셰프들은 1년여에 걸쳐 “21세기 도구”를 개발해 왔다. ‘현대적’ 전립투와 ‘스토브 원’(가스레인지)을 만들었다. 그리고 하반기 공개를 앞두고 있다.
![난로 셰프들과 슬롯 사이트가 함께 개발한 전립투. [사진=슬롯 사이트]](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05/48202_41375_2749.png)
Q 헬리녹스는 콜라보를 먼저 제안하지 않는다고 하던데.
최정윤팩트인데요(웃음).
라영환제가 먼저 제안드린 것 아니었나요(웃음)? 자연스럽게 ‘같이 해요’라고 얘기해 주셨던 것 같습니다.
최정윤울릉도에서 처음 만났어요. (라 대표가) 친구 따라왔는데, 행사에서 뭘 자꾸 먹여요. 그게 난로회 행사였어요. 이후에 제가 《The Korean Cookbook(한식)》(2023) 책을 내고, 여러 번 만나면서 ‘제가 이런 일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해 드렸죠.
라영환반가웠어요. 한국 캠핑과 미국·유럽의 캠핑은 다르거든요. 한국은 캠핑 가면 일단 끓이고, 굽고, 먹고, 마십니다. 그런데 미국 슬롯 사이트들은 백패킹을 좋아해요. 배낭만 들고 일주일씩 굶어가면서 다녀요. 개척 역사에서 왔을 것 같아요. 이 슬롯 사이트들이 보기엔 한국 문화가 이상하겠죠. 그런데 조선시대 그림을 보니 양반들이 나가서 고기 구워 먹으면서 쉬고 있어요. ‘우리가 계속 해 오던 걸 단지 더 좋은 장비로 하고 있는 것이구나.’
최정윤그래서 ‘헤리티지 프로젝트’라고 이름 붙였어요. 저는 한식의 근원을 고민하면서 난로회를 만들었다면, 대표님은 한국 캠핑의 근원을 고민하신 거죠. 세계로 나가는 분들은 비슷한 고민을 해요. ‘나다움이 무엇일까’예요.
Q 보통은 대중적인 브랜드와 협업하는데, 이번엔 결이 다릅니다.
라영환아니요, 본질은 같습니다. 창업 때부터 그렇습니다. 헬리녹스의 뿌리는 동아알루미늄이에요. 알루미늄 소재 폴을 만듭니다. 아버지는 처음부터 “누가 이 제품(텐트 폴)을 쓰느냐”에 관심을 가지셨어요. 그 결과로 더 가볍고 튼튼한 제품을 만들었어요. 미국 슬롯 사이트들은 가벼운 걸 좋아하거든요. 텐트 폴에서 시작해 텐트 설계를 했고, 그걸 잘해서 아웃도어 브랜드의 텐트를 대신 만드는 일을 했어요. 아버지는 텐트 디자이너가 되셨죠.
오리지널에 관심을 갖는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한국 슬롯 사이트들이 어떤 물건을 좋아하고, 잘 쓸까? 이걸 알려면 문화를 봐야 합니다.
헬리녹스를 시작할 때도 아버지가 조언하셨어요. 당시 저는 등산 스틱을 위탁 생산하고, 국내 유통하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버지께서 “네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어떠냐”라고 하셨어요. 그게 사용자에게 가장 가깝게 갈 수 있는 방법이라는 말씀이셨죠. 맞는 말이라고 생각해서 헬리녹스를 시작했어요. 그때가 2009년 말, 저는 스물다섯 살이었어요.
다른 브랜드와의 협업도 같은 맥락입니다. ‘어떻게 하면 사용자에게 더 가까이 갈 수 있을까?’ 나이키, 슈프림, 네이버후드, 스타벅스…. 유명 브랜드마다 팬덤이 있습니다. 우리가 만든 제품에 다른 브랜드의 색깔을 입혀서 여러 슬롯 사이트들을 만나보자는 것이었어요. 제 의무라고 생각해요. ‘좋은 제품을 만들고, 동시에 많은 슬롯 사이트이 즐겁게 쓰게 하자.’
우리 회사도 업력을 갖추면서 ‘이제는 공동 개발한 제품으로 사용자에게 갈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화로와 가스 버너 자체는 과거에도 만들 수 있었어요. 하지만 우리는 만들 수 있다고 만들지 않아요. 적당히 소싱하다 보면 브랜드는 없어집니다.
그런데 난로회와 함께하면, 한국의 최고 전문가들이 “어, 이거 괜찮은 불판이야”라고 하는 제품을 만들어서 사용자에게 줄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최정윤헬리녹스의 본질은 ‘쓰는 슬롯 사이트을 가운데 두는 것’.
라영환신뢰라고 생각해요. ‘이 브랜드에 1만 원을 내면 그 이상 값어치를 얻는다.’ 브랜드는 그런 약속을 할 수 있어야 해요. 아버지와도 브랜드라는 게 뭔지 얘기하곤 했어요. 처음엔 인지도, 로고를 떠올렸죠. 그런데 본질은 ‘기대’라는 걸 알게 됐어요. 많은 슬롯 사이트에게 긍정적인 기대를 주는 것. 미슐랭 가이드도 기대와 개런티를 교환하는 것이잖아요.

우리도 고기 구워 먹고 나서 꼭 국물을 먹잖아요. 이게 다른 바비큐 문화와 다른 지점이라고 생각했어요. _최정윤 난로학원 의장
Q 이번 제품도 공들여 설계했겠네요.
최정윤‘코리안 바비큐’는 한식을 대표할 만한 잠재력이 있어요. 그러려면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 해요. 그래서 한국의 고기구이 문화를 연구했어요. 그런데 조선시대 불판(‘전립투’)을 보니 굽기와 끓이기를 동시에 하더군요. 우리도 고기 구워 먹고 나서 꼭 국물을 먹잖아요. 이게 다른 바비큐 문화와 다른 지점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유명한 고깃집들에 전립투를 나눠주면서 함께 연구했어요. 대표적인 게 ‘오일 로드’였습니다. 고기 구울 때는 기름을 어떻게 가두고 빼는지가 중요해요. 기름에 구워야 맛있는 부위가 있고, 기름을 빼야 맛있는 부위가 있거든요. 그래서 불판에 경사를 줬습니다. 기름이 흘러가게 하면서 적당히 고이게 하는 것.
그리고 불판과 가운데 오목한 부분이 만나는 지점에 턱을 뒀어요. 오목한 부분으로 기름이 적당한 수준으로 흘러가게 한 거죠. 금돼지식당에서 샘플로 실험을 했는데, 정말 맛있는 돼지곰탕이 됐어요. ‘기름을 잘 살리는 게 구울 때도 중요하지만, 국물에도 큰 영향을 주는구나.’ 이렇게 연구한 걸 이번 프로젝트에 다 적용했죠.
라영환난로회가 없었다면 최적의 불판 각도를 어떻게 알았겠어요.
최정윤전립투를 원형으로 만들자고 했을 때 놀라지는 않으셨어요?
라영환조금 당황했어요. 사실 멀티 펑션 제품을 좋아하진 않거든요. ‘하나라도 잘하자’라는 마음으로 접근해요. 하나를 제대로 하면 멀티 펑션으로도 쓸 수 있다.
최정윤그래서 불판과 가운데 볼을 분리할 수 있게 했어요. 합쳐져 있던 걸 분리해서 각각이 제 기능을 정확하게 하도록 만들었어요. 다시 합치면 굽고 끓이기를 한 번에 할 수 있고요. 이름도 ‘캠핑 쿡웨어 원 솔루션’이라고 잘 지어 주셨어요.
Q 스테인리스 소재로 보이네요. 보통 불판은 무쇠로 만들지 않습니까?
라영환21세기 소재예요. 과거엔 금속을 한 겹으로 썼어요. 그런데 요새는 ‘클래딩’ 공정이라고 해서, 다른 종류의 금속을 샌드위치처럼 결합하는 방법이 있어요. 금속마다 수축, 팽창하는 정도가 달라서 붙여 쓰기가 쉽지 않은데, 요새는 가능합니다. 일단 외부는 스테인리스 스틸로 했어요. 고급 요리기구는 보통 스테인리스로 만들거든요. 그런데 스테인리스는 다소 무겁고, 열전도가 떨어져서, 가운데는 알루미늄을 넣었어요.
Q 소재도 여러 시제품을 거쳐 정했나요?
라영환예전부터 클래딩을 써보고 싶단 생각은 했어요. 스토리와 전문성 없이 하기는 싫었죠. 그런데 ‘21세기 장비를 만들어 보자’고 하시기에 제안을 드렸죠. 여러 가지 옵션들이 있었어요. 다 만들어서 직접 구워 봤죠. (난로회의) 배재환 셰프님과 같이 텐트 쳐 놓고(웃음).
![김홍도(1745~1806?), 《행려풍속도》 8첩 ‘설후야연’, 1760년대, 비단에 엷은 색, 108 × 49㎝, 프랑스 기메 박물관. [사진=한국데이터베이스산업진흥원]](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05/48202_41376_2750.png)
※ ‘[파라스파라에서 만난 슬롯 사이트]② 라영환 대표 “최첨단은 모든 분야에 있다…클래식에도, 요리에도”’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