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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I/O 개발자 컨퍼런스에선 각종 AI 기술이 홍수처럼 쏟아졌다. 그중 무대에 오래 서지 않았지만 AI 업계 내부자의 주목을 받은 짧은 데모가 있었다. 바로 구글 딥마인드의 연구용 대규모 언어모델(LLM) ‘제미나이 슬롯 사이트(Gemini Diffusion)’이다.

제미나이 슬롯 사이트은 텍스트 문장 조각인 토큰을 초당 1000~2000개 생성할 수 있는 엄청난 속도를 자랑한다. 이는 구글이 공개한 제미나이 중 가장 빠른 모델보다 4~5배 빠른 처리 속도다. 게다가 코딩과 복잡한 수리 추론 같은 영역에서 예상 밖의 높은 성능을 보였다.

구글은 블로그 게시물에서 “실험용 제미나이 슬롯 사이트은 그간 가장 빠른 모델보다 훨씬 빠르게 콘텐츠를 생성하면서도, 코딩 성능은 동등하게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용 버전은 대기자 명단을 통해 접근할 수 있다.

만약 제미나이 슬롯 사이트이 연구 데모를 넘어 본격적으로 서비스된다면, 구글·오픈AI·앤트로픽·메타와 알리바바·딥식(DeepSeek) 등 중국 경쟁사 간에 벌어지는 AI 모델 전쟁의 판도가 바뀔 수 있다. 현재 자동화한 코딩 에이전트 경쟁이 치열한데, 공개 제미나이 슬롯 사이트은 구글의 신형 코딩 에이전트 ‘쥴스(Jules)’ 채택을 촉진해 경쟁 우위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슬롯 사이트 모델이 요구하는 연산량에 따라 운영 비용이 달라질 것이어서 진짜 성능은 비용 대비 효율로 가늠돼야 한다. 퓨처럼그룹 수석 애널리스트 데이브 니콜슨은 “코드 생성처럼 특정 작업에서 슬롯 사이트은 더 효율적일 수 있다”면서 “결국 각 모델의 운용 비용 대비 성과가 시장에서 비교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미나이 슬롯 사이트이 주목받는 또다른 이유는 ‘슬롯 사이트(Diffusion)’ 기법 자체다. 슬롯 사이트 모델은 ‘노이즈’ 에서 출발해 텍스트 프롬프트에 맞는 고품질 이미지를 생성하는 방식이다. DALL·E 2와 스테이블 슬롯 사이트(Stable Diffusion) 같은 AI 이미지 생성 도구의 핵심 기술이다. 텍스트 생성에는 전통적 트랜스포머 모델과 달리 ‘가비지’ 상태 문장을 동시에 여러 부분에서 정제(de-noising)하는 방식을 써 처리 속도가 빠르다.

전통적 LLM은 트랜스포머(Transformer) 기반으로 토큰을 한 번에 하나씩(왼쪽→오른쪽 순서) 예측해 순차 생성한다. 반면 슬롯 사이트 모델은 우선 전체 출력을 무작위로 예측한 뒤 한꺼번에 개선해 완성도를 높인다. 각 단어를 하나씩 생성하는 게 아니어서 총 생성 속도가 훨씬 빠르다.

물론 단점도 있다. 고정된 길이의 텍스트 문장 조각을 생성할 수 있어, 에세이나 여러 단락의 내러티브 생성에는 제약이 있다. 내러티브 흐름과 논리 전개에서 트랜스포머 모델의 자연스러운 문장 완성력을 따라가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컴퓨터 코드처럼 논리와 문법이 중요한 작업에선 슬롯 사이트 모델의 속도가 큰 강점으로 작용한다.

시연 직후 소셜미디어엔 “광기 수준의 속도” “스테로이드를 맞은 챗GPT 같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파리 플레아스(Pleias) 공동창업자 알렉산더 도리아는 슬롯 사이트에 “초안 생성 뒤 편집하는 방식과 비슷하다”면서 “훨씬 빠르고 작업에 따라 더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구글 딥마인드 수석 과학자 잭 레는 “텍스트 생성 품질에서 디퓨전 모델이 트랜스포머에 못 미친다는 고정관념이 깨졌다”면서 “놀랍고 강력하면서도 번개처럼 빠른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스탠퍼드대 컴퓨터과학부 스테파노 에르몬 교수는 “구글의 본격 참여가 우리가 추구해온 방향을 인정받은 셈”이라며 “업계 전반이 슬롯 사이트 기법을 받아들이고 있고, 우리는 이미 차세대 텍스트 슬롯 사이트 모델 학습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그는 “몇 년 안에 모든 최첨단 모델이 슬롯 사이트 모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여전히 공개 접근은 제한적이며, 연구용 실험 단계라는 점이 변수다. AI2의 네이선 램버트는 “제미나이 슬롯 사이트은 텍스트 슬롯 사이트 모델에 대한 가장 큰 지지지만 구체 정보가 없어 비교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 글 Sharon Goldman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