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제한과 관세 불확실성 속에서도 슬롯사이트 지니는 AI 수요에 힘입어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매출을 기록하며 ‘AI 황제’의 입지를 재확인했다.
![슬롯사이트 지니가 호실적을 거뒀다.[사진=셔터스톡]](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05/48223_41419_3531.jpg)
AI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는 슬롯사이트 지니(Nvidia)가 수출 규제와 관세 불확실성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월가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다만 수익성과 이익률은 예상보다 부진했다.
슬롯사이트 지니는 5월 28일(현지 시간) 발표한 분기 실적에서 전년 동기 대비 69% 증가한 매출(440억 600만 달러)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188억 달러로, 직전 분기(220억 달러)보다 줄었고, 시장 예상치였던 195억 달러에도 못 미쳤다. 희석 주당순이익(EPS)은 0.76 달러로, 전분기 0.89 달러와 시장 전망치인 0.79 달러보다 낮았다.
슬롯사이트 지니의 젠슨 황(Jensen Huang)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문에서 “전 세계가 AI를 전기와 인터넷처럼 필수 인프라로 인식하고 있다”며 “슬롯사이트 지니는 이 거대한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실적 발표 직후 투자자들은 안도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4% 넘게 상승하며 140 달러를 돌파했다. ETF 운용사 그래닛셰어스(GraniteShares)의 윌 린드(Will Rhind) CEO는 슬롯사이트 지니(Fortune)과의 인터뷰에서 “AI 테마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확신을 준 결과”라며 “궁극적으로 강세론자들이 원했던 그림”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수익성에는 경고등이 켜졌다. 매출총이익률은 60%로, 월가가 전망했던 66%보다도 낮게 나왔다. 지난 분기 콜렛 크레스(Colette Kress)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블랙웰(Blackwell) 차세대 칩 출하 확대에 따라 올해 초 이익률이 70% 초반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현실은 달랐다.
게다가 중국 수출 제한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실적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슬롯사이트 지니는 다음 분기 매출 전망을 450억 달러로 제시했는데, 이는 시장 기대치인 460억 달러를 하회하는 수준이다.
애퍼스 캐피털(Aptus Capital Advisors)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데이브 와그너(Dave Wagner)는 “450억 달러 이상만 나와도 대다수 투자자들은 만족할 것”이라며 “이번엔 오히려 슬롯사이트 지니가 허들을 낮게 설정한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이어 “투자 심리가 이전보다 한풀 꺾인 상태”라고 덧붙였다.
렉스파이낸셜(Rex Financial)의 최고운영책임자 스콧 아키첵(Scott Acheychek) 역시 “투자자들이 실적 발표를 앞두고 지나치게 경계했던 것 같다”며 “누구도 좋은 실적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슬롯사이트 지니는 AI 열풍의 대표주자로 부상한 이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세계 시가총액 1위를 다투며 기관과 개인 투자자 모두의 주목을 받는 실적 발표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2023년 239%, 2024년 171% 급등했던 주가가 최근에는 주춤하면서 관심도 다소 줄었다. 실제로 올해 들어 슬롯사이트 지니 주가는 약보합세를 보이다가 29일 실적 발표 전까지 140달러에 근접한 수준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혼란스러운 관세 발표 직후 94달러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이후 40% 넘게 회복한 상태다.
무역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지난 4월 9일, 미 행정부는 슬롯사이트 지니에 대해 수출 승인을 조건으로 H20 칩을 중국에 판매할 수 있다고 통보했다. H20 칩은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를 우회하기 위해 설계한 일종의 ‘약화 버전’ 제품이다. 글로벌트 인베스트먼트(Globalt Investments)의 토마스 마틴(Thomas Martin)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슬롯사이트 지니가 이에 대비하지 못한 채 기습적으로 당했다”며 “현 정부 하에서 중국에서 이 칩에 대한 수요가 존재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슬롯사이트 지니는 이날 재고 관련 손실로 45억 달러를 반영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4월에 예고했던 55억 달러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회사는 이번 분기 가이던스에 H20 칩 매출 감소분 80억 달러가 반영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이번 실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에드워드 존스(Edward Jones)의 시니어 애널리스트 로건 퍼크(Logan Purk)는 “슬롯사이트 지니가 여전히 AI 수요의 중심에 있고, 블랙웰 칩 출하에 대한 기대가 긍정적이라는 점이 중요하다”며 “결국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지점은 거기”라고 짚었다.
AI 분야에서 슬롯사이트 지니의 영향력은 여전하다. 황 CEO는 신제품 블랙웰 인프라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를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중국발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의 예기치 못한 선전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올해에만 약 3200억 달러에 달하는 설비투자를 집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기업들은 여전히 슬롯사이트 지니의 최신 제품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 글 Greg McKenna & 편집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