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404/37487_27445_4734.jpg)
[WHY?파운드리 공장에 내진 설계를 충분히 해도, 고객사 입장에서는 지진이 상당한 리스크 요인이다.]
반도체 공정은 24시간 365일 '풀가동'해야한다. 단 1초라도 멈추면미세한 오차가 발생해 웨이퍼(반도체 원판)를 전량 폐기해야 하며, 재가동도 쉽지 않다.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TSMC는 지진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 때문에 이 어려움을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지난 3일 대만에서 25년 만에 최대 규모 지진(규모 7)이 발생한 지 20여 일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크고 작은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22일, 23일에는규모 5.0이 넘는 강한 지진이 잇따라 일어났다. 대만 중앙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23일까지총 1203회의 여진이 발생했다.
여진은최대 1년 정도 이어질 전망이다. 24일우젠푸 대만 중앙기상청 지진예측센터장은 "지난 3일 발생한 강진이 단기간에 모든 에너지를 방출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6개월~1년간 여진이 발생할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대지진이 일어날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TSMC를 중심으로 형성된 반도체공급망이 다변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고객사 입장에서는 갑작스레 최종 납기가 지연되는 등 공급 불확실성이 높아서다.
TSMC는 현재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60%의 점유율을 차지한다. 또 캐파(생산 능력)의 90%가 대만에 쏠려 있다.현재 대만 북부, 중부, 남부에 12인치 웨이퍼 팹 4곳과 8인치 웨이퍼 팹 4곳, 6인치 웨이퍼 팹 1곳 등을 가동하고 있다.
대만에서 규모 7의 강진이 발생했던 지난 3일,신주과학단지, 타이난, 타이중에 있는 TSMC의 생산라인이 일부 중단됐다. 몇몇 공장에서는 석영관(반도체 공정에 사용하는 특수유리관)이 파손돼 장비가 수분에 노출됐다. 이 때문에 다수의 웨이퍼 불량이 발생했다.
야후타이완 등 대만 매체에 따르면, 반도체 공정 등고급 공정에 필요한 석영관의 가격은 '대만 달러로 일곱 자리(한화로 여덟 자리)'로, 고급 승용차 한 대 값과 비슷하다.또 반도체용 석영관은 생산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또 직원들을 대피시키는 과정에서 일부 팹 가동이 중단되기도 했다. 특히 인력 전원이 대피한 신주 지역 12인치 웨이퍼 팹은 정상 가동이 불확실한 상황.
KB증권은지난 5일 리포트를 통해 "신주 지역 12인치 웨이퍼 팹은 용수 배관이 파손되고 일부 전공정 장비의 시스템 오류가 발생했다.향후 추가 검사가 필요해 정상 가동이 불투명할 것"이라며 "동일 생산라인에서 2나노 양산을 준비하고 있어 향후 2나노 생산 계획에도 일부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TSMC 측은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등 주요 장비는손상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EUV 장비를 담당하는 ASML은 지난 6일 한국 지사엔지니어를 대만에 급파해 수리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지진으로 입은피해액만 약 9244만 달러(한화 1276억원)에 달한다. 다만 TSMC는 과거에도여러 차례 자연재해를 경험하며 내진 설계를 강화한 만큼빠르게 회복하는 모습이다. TSMC는 지진 발생 10시간 만에 웨이퍼 팹 장비 복구율을70% 수준으로 끌어올렸다.올 2분기에는 생산 공정이 거의 회복될 전망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지난 23일에도 규모 5의 강진이 발생해 TSMC 공장 일부 직원들이 대피했다.TSMC 측은 "별문제 없고, 생산 라인은 정상적으로 가동 중"이라는 입장이나, 고객사들의 우려를 떨쳐내기에는 힘든 모습이다.
한 해외 애널리스트는 "설비재점검, 수리 등 디버그(오류의 원인을 밝히는 작업) 과정에서엔비디아의GPU 칩 등 생산 스케줄이 지연될 듯"이라며"디버그 기간은 최대3개월은 지속될 것이다"고 분석했다.
국내 기업들이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이번 지진에 따른 파운드리 생산 차질은 '단일 공급망 리스크'를 부각하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며 "한국 반도체 생태계는 메모리와 파운드리 공급망 다변화의 최적 대안으로 부상해 장기적으로 반사이익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삼성전자 파운드리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나온다. 현재 5나노 이하 파운드리 양산은 전 세계에서 TSMC와 삼성전자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파운드리 산업 특성상 고객사가 오랜 기간 협력해온 파트너와 관계를 끊고 공급처를 새로 구축하기는 어려우나, 장기적으로는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
정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선임연구위원은 "반도체는 굉장히 민감한 산업이다. 파운드리 공장에 내진 설계를 충분히 해도, 지진 자체가 상당한 리스크 요인"이라며 "하지만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업계 특성상 몇 번의자연재해로 그간의 협력 관계가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등) 삼성전자에게도유리한 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반도체 가격 상승 움직임도 일어날 수 있다. 투자은행 바클리 전략가들은 "이번 지진으로 생산에차질이 생긴 만큼 반도체 가격 상승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2020년 대만에서 발생한6.7도 강진으로 인해전 세계 반도체 가격이 상승하기도 했다.
/ 토토 씨벳코리아 이세연 기자 mvdirector@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