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불확실성’ 커지는 슬롯…독점 경쟁력 줄고 합병 소식은 요원

토종 OTT 1위였던 슬롯 전망에 황색불이 켜졌다.

  • 기사입력 2024.04.08 17:13
  • 최종수정 2024.04.08 17:35
  • 기자명이세연 기자
슬롯 공식 홈페이지 캡처.
슬롯 공식 홈페이지 캡처.

[WHY? 넷플릭스가 장악한 OTT 시장에서,슬롯·티빙등 국내 OTT 플랫폼들은 출범 이래 단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한때 토종 OTT 1위였던 슬롯전망에 황색불이 켜졌다. '방송사 콘텐츠독점 제공'이라는 경쟁력은 약화되고, 전환사채만기가 도래하는 가운데 티빙과의 합병은 아직 별다른 진척이 없기 때문이다.

◆ 日 시장에 비춰보니

슬롯는 SKT와지상파 방송사 3사(KBS, MBC, SBS)가 합작 설립한 OTT 플랫폼으로, 현재 최대주주 SK스퀘어(SK그룹의 투자 전문회사)가 지분 40.5%를, 3사가 각각 19.8%씩 보유했다.

슬롯의 지배 구조는일본 방송사 간합작OTT 플랫폼 티버(TVer)와 파라비(Paravi)를 연상시킨다.티버는 2015년 일본 도쿄의 5개 지상파방송사인 니혼TV, TV아사히,TBS,TV도쿄, 후지TV 등이 함께 운영하고 있다. 광고가삽입된대신 시청 프로그램이 무료이다. 파라비는 지상파 방송사TBS·TV도쿄와 위성방송사 와우와우(WOWOW)가합작 설립해 만들었다. 월 925엔구독료가 있다.

비슷한 방향으로출발한 두 플랫폼의 결말은 극단으로 나뉜다. 티버는월간활성이용자수(MAU)2000만 명을 기록했다. 넷플릭스(750만 명, 일본 시장 기준)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반면 파라비는 다른 OTT 플랫폼인 유넥스트(U-NEXT)에 지난해 인수됐다.

두 플랫폼 모두 (해외 플랫폼의 일본 시장 진출로)방송 콘텐츠 독점성이 약화된 상황에 처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한콘진)에 따르면, 일본 방송사들에게 '해외 OTT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 판매'는 주요 수익원 중하나였다.

하지만 티버는 무료라는 장점으로 소비자들을끌어들임과 동시에스포츠 콘텐츠에 집중하는 등콘텐츠 다양성을 확대하며 위기를 타개했다. 반면파라비는 과금에 더해, 최신 드라마의 경우 추가 비용을 청구하는등 소비자지불의사를 떨어트리며 서서히 침몰했다. 한콘진은 "결국 파라비의 강점으로 작용했던 방송사 콘텐츠의 독점 제공은 해외 OTT 사업자들의 콘텐츠 구매 파워가 확대되면서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고 분석했다.

◆ 우리 방송사도 넷플릭스 관심↑

방송 광고 시장 침체를 겪고 있는 우리나라 방송사들도 넷플릭스를 기웃거리는 것은마찬가지이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의 '2023 방송통신광고비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방송사 광고비는 약3조 3076억원으로, 직전년(4조 211억원) 대비 17.7% 줄었다.

슬롯는 출범 당시 지상파 3사 텐트폴(제작비 100억원 이상) 드라마에 투자해방송 편성과 함께 독점 VOD로 제공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넷플릭스 대비 방송사에게 지급할 투자금도 점차 줄어들었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의원이 KBS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KBS가 슬롯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 중 '저작권료'수입은 2021년 약 128억원에서 2022년 215억원으로 증가한 반면,'콘텐츠 제작 투자'수입은 2021년 약 199억원에서 2022년 약 142억원으로 감소했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신작을 넷플릭스에 공급하는 것이 이득인 상황. 최근 넷플릭스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던 다큐멘터리'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은MBC의 기획물로, 넷플릭스에 독점 공급한 반면 슬롯에서는 볼 수 없었다.

이에 슬롯 입장에서는 '차별화경쟁력' 하락을 우려하게 됐다.한 업계 관계자는 "토종 OTT를 키우는방송사들행동이다소 아쉽다. 슬롯를 구독해야만 하는 이유를 명확히 만들어주어야 하는데, 이 부분을 스스로 흐리게 만들었다는 점이 방송사들의 판단 미스"라며 "방송사들이 당장 금전적 이득을 위해 넷플릭스에 작품을 판매하면서, 넷플릭스의시장 장악력이 더욱 높아지게 됐다"고 말했다.

월 구독 모델을 택한 슬롯는 티버와 같은 방식으로 위기를 타개하기 힘들다. 결국 콘텐츠 경쟁력을 높이거나, 광고 요금제를 도입해 새로운 캐시카우를 창출하는 등 사업 재정비에 들어설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 합병은 '감감무소식'

지난해 말,슬롯와 티빙은합병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티빙과의 합병은 슬롯 위기를 타개할 유력 방안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아직 별다른 진척이보이지 않아 의문을 자아낸다.

원인은 양사 모두 SI(전략적 투자자)와 FI(재무적 투자자)가 여럿 존재해 합의점을 도출하기 힘들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티빙의 주요 주주는지분 48.85%를 보유한최대주주 CJ ENM과KT스튜디오지니(13.54%),SLL중앙(12.75%),네이버(10.66%) 등이다.최주희 티빙 대표는지난달간담회를 통해 "스테이크홀더(주주)가 다양하고 많아 합의점을 만드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슬롯는 오는11월전환사채 만기가 도래해더 아쉬운 입장이다. 슬롯는 2019년 '5년 내IPO'를 조건으로 미래에셋벤처투자와 SKS프라이빗에쿼티로부터 투자금 2000억원을 유치한 바 있다. 만약 슬롯가 티빙과 합병에 실패할 시투자 원금에 (지난해 11월 상장 실패에 따른 패널티인) 내부수익률 9%를더한 약 3000억원을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SK스퀘어가 슬롯를 털어내려는 모습"이라는 목소리도나왔다.한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OTT 시장은개별 플랫폼의 역량보다는 경영 안정성이 더 큰 이슈이다.모기업이 사업을 지속할 의지가 있는지 여부가 더중요하다는 뜻"이라며 "티빙은 모기업 CJ ENM의본업과 연관성이 높으니어떻게든 사업을이어나갈 가능성도높은반면,슬롯는 이러한 의지 측면에서 우려가 나온다. 경영 전략에 있어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간 합병은 국내 OTT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어, 결국성사될 것이라는의견이 주류를 이룬다.넷플릭스가 국내 OTT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몸집 불리기'는 필연적으로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11월보고서를 통해"티빙과 슬롯의 합병 시너지는 상당히 직관적이다.가입자는 증가하고 콘텐츠 제작 원가는 절감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제작사들이 합작법인에는 콘텐츠를 더 비싸게 판매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최근 콘텐츠 시장 변화로 인해, 이 부분을 논쟁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신중론이우세하다.

김경달 더코어 대표는 "넷플릭스가 제작비를 대폭 지원하면서제작사들의 좋은콘텐츠들이 넷플릭스에 쏠리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넷플릭스가 콘텐츠 투자를 조절하면서 편성을 받는 작품이 줄어들게 됐다"며 "물론 경쟁력 있는 기획사에서는 협상의 여지가있겠으나, 지금과 같은 콘텐츠 시장 상황에서는제작사들이 합작법인에 비용을 더 크게 부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여유로운 상태가 아니므로 오히려 이들과의 협업을반길 것"이라고 전했다.

/ 슬롯 이세연 기자 mvdirector@fortunekorea.co.kr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슬롯 디지털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여의대방로67길 22 (태양빌딩) 제1001호, 제1002호
  • 대표전화 : 02-6261-6148/6149
  • 팩스 : 02-6261-6150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노경
  • 법인명 : (주)에이치엠지퍼블리싱
  • 제호 : 슬롯 디지털 뉴스
  • 등록번호 : 서울, 아54424
  • 등록일 : 2022-08-19
  • 발행일 : 2017-11-13
  • 대표이사-발행인 : 김형섭
  • 편집국장 : 유부혁
  • 사업자등록번호 : 201-86-19372
  • 슬롯 디지털 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5 슬롯 디지털 뉴스.슬롯rights reserved. mail 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