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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이하 BofA)가 21일(현지 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S&P500 지수가 역사적 고점 부근에서 약세장(Bear Market) 전조 신호의 60%가 켜졌다"며 투자자 주의를 당부했다.이는 과거 시장 정점 직전 평균치인 70%에 불과 10%포인트 차이로, BofA는 "이번 사이클이 후반부 국면에 접어들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사비타 수브라마니안(Savita Subramanian) 미국 주식전략본부장은 "지수가 통계적으로 거의 모든 밸류에이션 지표에서 과열 수준에 있다"며 "투자자들은 선별적 접근(Selectivity) 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수브라마니안 팀에 따르면, S&P500의 20개 핵심 밸류에이션 지표가 모두 '비싼 영역(expensive levels)'에 위치해 있으며, 일부는 역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특히 '시가총액 대비 GDP 비율(Market Cap-to-GDP)' 등 주요 지표는 과거 닷컴버블 수준을 웃돌았다.
BofA는 경기순환적 고점 이전에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10가지 약세 전조 신호를 추적해 왔다.
현재 이 중 6개가 점등된 상태로, ▲PER(주가수익비율) 과열과 ▲고PER 종목의 과도한 초과수익 ▲신용여건 완화 등이 포함됐다.과거에는 이 신호가 약 70% 이상 점등됐을 때 시장이 정점을 찍었다.BofA는 "현재 60% 수준은 역사적 고점에 위험하게 근접한 상태"라고 평가했다.
월가에서는 BofA 외에도 신중론이 확산하고 있다.모건스탠리 웰스매니지먼트의 리사 샬렛(Lisa Shalett) CIO는 최근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AI 열풍이 2000년대 초 '시스코 모먼트(Cisco moment)'를 재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최근 S&P500 상승분의 75%, 이익의 80%, 설비투자의 90%가 AI 기업에서 발생했다"며 "향후 9개월은 괜찮더라도 그 이후가 매우 우려된다"고 말했다.
반면 BofA의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 비벡 아리야(Vivek Arya)는 "기업들이 2025년 CAPEX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하지만, 당장 경기 침체를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며 "단기(12개월)와 중기(5년) 전망은 긍정적이지만, 그 사이 조정기는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BofA는 이번 보고서에서 AI와 소비 강세가 엇갈리는 구조적 위험을 지적했다. 최근 시장 상승은 대형 기술주와 견조한 미국 소비자 지출 덕분이지만, AI가 전문 서비스 수요를 줄일 경우 1980년대 이후 소비 성장의 주요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수브라마니안은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AI는 노벨상 수상자 로버트 솔로(Robert Solow)가 제기한 '생산성 역설(Productivity Paradox)'을 풀 열쇠가 될 수 있다"라며 "2022년 이후 데이터를 보면 기업들이 사람 대신 프로세스로 일하는 법을 배우고 있으며 프로세스는 거의 공짜고, 영구적으로 복제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수브라마니안은 또 "민간 대출(Private Credit) 시장의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도 경고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비은행권 대출기관이 전통 은행을 대체하면서, 해당 시장이 흔들릴 경우 연기금 등 대형 기관이 S&P500 인덱스를 매도하게 되고, 유동성 경색이 빠르게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AI 자금 흐름이 대형 기술주와 정부 투자, 보조금, 심지어 미국 정부의 직접 지분참여까지 얽힌 '고르디우스의 매듭(Gordian knot)'과 같다"고 표현했다.예를 들어 미국 정부의 인텔 지분 참여와엔비디아(Nvidia)의 핵심적 역할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는 "이는 리스크라기보다 복잡성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했다.
10월 들어 미국 정부의 예산 셧다운(일시적 폐쇄), 중국과의 무역 긴장 재점화 등 거시 환경이 불확실성을 키우는 가운데, BofA의 글로벌 펀드매니저 설문(GFMS)에 따르면 응답자의 54%가 'AI 주식은 거품'이라고 답변했다.
/ 글Nick Lichtenberg & 편집 김타영 기자 young@fortunekore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