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표의 수법이 갈수록 고도화하고 있으니 2차 슬롯사이트 거래를 막아야 한다.” “매크로 일당이 탐욕을 부려 암표가 횡행하니 거래를 금지해야 한다.” 때만 되면 도돌이표처럼 되풀이되는 암표 근절 해법이다. 맞는 접근이냐 하면, 그렇지 않다. 현장에선 안전한 2차 슬롯사이트 거래 시장을 원하고 있다. 지금은 ‘허용이냐 금지냐’의 이분법부터 깨뜨려야 할 때다.
김다린기자 quill@fortunekorea.co.kr
![2차 슬롯사이트 거래를 허용한 국가는 관련 산업이 발전했다.[사진=셔터스톡]](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10/50343_43973_3922.jpg)
#소비자 피해 발생 시 환불이나 보상 절차를 보장하는 규제가 필요하다 : 86.7%
#플랫폼 내 본인확인을 의무화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 81.6%
#판매 가능한 슬롯사이트 수량이나 횟수를 제한하는 규제가 필요하다 : 81.3%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는 2차 슬롯사이트이 거래되는 플랫폼∙사이트가 필요하다 : 80.7%
#개인 간 거래, 지인 양도를 포함한 2차 슬롯사이트 거래에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 : 61.6%
슬롯사이트가 마크로밀엠브레인에 의뢰해 전국 만 19~39세 남녀 중 최근 2년 이내 1∙2차 티켓 구매자 경험자 55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패널 조사를 진행한 결과, 팬들이 원하는 해법을 요약하면 이렇다.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2차 슬롯사이트 장터’를 만들어달라는 거다. 불법이나 사기, 대량 선점은 호되게 처벌하되, 개인 사정 양도와 합리적 재판매는 제도권에서 투명하게 다루자는 요구다.
지금도 온라인 상에서 슬롯사이트을 거래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필요한 건 규칙과 인프라다. 불법과 탐욕, 사기 거래를 걸러내는 걸 깔아야 한다. 이미 국회엔 모든 2차 슬롯사이트 거래를 틀어막는 여러 법안이 계류돼 있지만, 적합한 해법이 아니란 얘기다.
국내에선 경범죄처벌법으로 ‘현장 암표’를 다스리고, 공연법·국민체육진흥법 개정으로 매크로 기반 부정판매를 금지했지만 실효성이 적었다. 합리적인 관리 방안을 도출하려면 시장의 현황이나 규모도 파악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 국내엔 시장 규모를 어렴풋이 추산한 자료도 없다. 모든 2차 슬롯사이트 거래를 ‘암표 거래’로 치부해 활성화가 더딘 탓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우리가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한 시장이 있다는 점이다. 바로 글로벌 2차 슬롯사이트 시장이다. 글로벌 2차 슬롯사이트 시장은 2019년 약 15.6조 원에서 2027년 약 37조 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12.4%. ‘없어서 못 산다’는 초과수요가 상수라면, 제도권 안에서 안전하게 사고팔 수 있는 길을 넓히는 쪽으로 움직인 덕분이다.
대표적으로 미국 메이저리그(MLB)는 시즌권 좌석을 공식 리셀 시장에 올릴 수 있다. 스텁허브를 ‘공식 재판매 파트너(Official Resale Partner)’로 선정하고, 소비자가 신뢰하는 공식 슬롯사이트 유통 채널로 자리매김했다. 시즌권 구매자는 환금성을 확보할 수 있고 팬은 합리적인 가격에 경기를 볼 수 있고, 구단과 판매사는 수수료를 얻는다.
비슷한 움직임이 NFL·EPL과 손잡은 시트긱(SeatGeek), 유럽 주요 클럽과 제휴한 비아고고(Viagogo)로 이어졌다. 2차 슬롯사이트 거래를 음지에서 끌어내 ‘공식 파트너십-수익 공유-소비자 보호’의 선순환을 만들었다.
선진국의 2차 슬롯사이트 시장도 우여곡절을 겪긴 했다. 가령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100년 넘게 ‘금지→완화→재금지→재완화’를 반복해 왔다. 1914년 액면가 초과 거래를 막았고, 2010년엔 과태료까지 부과했다. 그럼에도 음성 거래가 더 늘자 2015년 다시 허용했고, 2018년 1월에는 ‘액면가+50% 상한선’과 매크로 금지를 도입했다가 같은 해 6월 상한선을 다시 풀었다. 2023년 캐나다 매니토바주 위니펙도 비슷한 이유로 재판매 금지를 해제했다. 금지 일변도로는 실효가 없다는 평가 때문이다.
미국 뉴욕주도 다르지 않았다. 1922년 액면가 50% 초과 금지하는 법을 내걸었지만, 1999년 “집행이 어렵다”는 정부 보고서를 거쳐 2007년 전면 허용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후 2016년 매크로 거래 금지를 법으로 정하고, 2023년에는 판매자 과세를 손보며 시장 관리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들 국가엔 이미 안전한 2차 슬롯사이트 거래 플랫폼이 자리잡았다. 스태티스타 컨슈머 인사이트 조사(2023년 12월 기준)에 따르면, 온라인으로 슬롯사이트을 예매한 미국인 가운데 2차 슬롯사이트 전문 플랫폼인 스텁허브를 이용한 비중은 29%나 됐다.
1차∙2차 슬롯사이트을 모두 다루는 슬롯사이트마스터(61%)는 미국의 온라인 슬롯사이트 시장을 장악했다. 시트킥은 주최 측의 1차 슬롯사이트 물량과 팬들의 2차 슬롯사이트 물량을 한 화면에서 취급하는 ‘혼합형’ 모델을 꾀해 호응을 얻었다. 이들 플랫폼은 정교한 기술로 시장 활성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9월 한국벤처창업학회가 정부에 2차 슬롯사이트 거래 플랫폼을 허용하는 규제 샌드박스 도입을 제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산업계는 기술혁신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거래 안정성과 시장 신뢰성을 확보하고, 학계는 실증적 연구를 통해 정책 수립의 근거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시장, 소비자, 정책 환경을 다각도로 반영한 한국형 2차 슬롯사이트 플랫폼 모델을 구축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의원실 관계자는 “이제는 ‘허용이냐 금지냐’의 이분법을 넘어 어떻게 합리적으로 관리할지를 공론화해야 한다”면서 “암표 문제는 민생과 직결된 이슈이고 이벤트 슬롯사이트 시장이 더 커질 게 분명한 만큼 지금이라도 진지한 접근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애초에 금지는 쉽고, 규제를 통한 관리와 활성화는 어렵다. 하지만 소비자 보호·산업 신뢰·세원 투명성까지 모두 잡으려면 까다로운 관리가 해법이다. 지금은 방법을 공유하고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그래야 팬들이 원하는 안전한 2차 슬롯사이트 거래 생태계를 설계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