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ale & Reform③ | 국감과 슬롯 꽁 머니

국민을 대리한 국회의원이 묻고 따지는 자리인 국정감사. 올해 국감에서 ‘슬롯 꽁 머니’가 도마 위에올랐다. 슬롯 꽁 머니가 기승을 부리는 탓에 콘텐츠 산업이 망가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흥미로운 건 10년 전부터 우리 국회가 같은 내용으로 지탄했다는 점이다. 왜 매년 야단만 치고 문제를 고치진 못하는 걸까.

김다린기자 quill@fortunekorea.co.kr

국회가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사재기한 공연의 입장권과 관람권 판매를 처벌슬롯 꽁 머니 공연법 개정안을 통과했지만,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사진=뉴시스]
국회가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사재기한 공연의 입장권과 관람권 판매를 처벌하는 공연법 개정안을 통과했지만,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사진=뉴시스]

4.9%. 2차 티켓 거래를 전면 금지하면 “암표를 근절할 수 있다”고 긍정한 이들의 응답률이다. 슬롯 꽁 머니가 마크로밀엠브레인에 의뢰해 티켓 구매 경험자 5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일부만 줄어들 것(58.0%)” “오히려 차단 못 한다(35.1%)” 등 거래 금지 정책의 효과를 회의적으로 보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거래를 금지하면 예상되는 부작용도 마찬가지였다. “거래를 법적으로 전면 금지할 경우, 이런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얼마나 높냐”는 물음에 “SNS·개인 간 음성 거래가 증가할 것”이라고 동의한 티켓 구매자는 79.6%였다. “해외 플랫폼 우회 증가(78.7%)” “사기·분쟁 위험 증가(64.9%)” “티켓 가격 상승(50.2%)” “티켓 확보 난도 상승(53.6%)” 등의 시장 왜곡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빈틈 많은 규제가 풍선 효과만 키울 거란 경고다.

그렇다면 슬롯 꽁 머니를 근절할 수 있는 해법은 뭐가 있을까. 팬들은 2차 티켓을 거래할 때 피해가 벌어지지 않게 ‘거래의 규칙’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구체적인 방법론으론 “거래 시 판매자 및 구입자의 본인 확인 절차를 의무화하는 제도(81.6%)” “피해 발생 시, 환불이나 보상 절차를 보장하는 규제(86.7%)” 등을 꼽았다.

이런 규칙을 세워야 할 정부와 국회는 얼마나 민첩하게 움직이고 있을까. 슬롯 꽁 머니 근절을 둘러싼 이들의 움직임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분주하긴 하다. 특히 매년 가을 열리는 국정감사 때면 더 그렇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민형배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자료를 받아 “2020년 6237건에 불과했던 온라인 슬롯 꽁 머니 의심사례가 2025년 8월 기준으로 25만 9334건에 이르러 5년 만에 급격히 늘었다”고 지적했고, 정연욱 의원(국민의힘)은 “돈과 등급에 따라 좌석이 결정되는 예매 구조는 공정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야구 팬들이 슬롯 꽁 머니상들의 장사 속에 조롱당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올해만 그런 게 아니다. 지난해에도, 2년 전에도 그랬다. “한국시리즈 슬롯 꽁 머니는 매년 연례적으로 반복되는 심각한 상황이다. 경찰청의 집중 단속에도 티켓 정가의 10배 가격으로 2차 판매돼 야구팬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2024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광주경찰청 국정감사∙채현일 의원)”

“불법을 바탕으로 한 슬롯 꽁 머니판매 행위는 대다수 국민들의 문화향유권을 침해하는 행위와 같다. 슬롯 꽁 머니판매 수익보다 적발 시 받을 벌칙을 높이는 등의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2024년 한국콘텐츠진흥원 국정감사 자료∙강유정 당시 의원)”

“임영웅 콘서트 슬롯 꽁 머니가 기본 2배에서 비싼 좌석은 30배까지, 표 한 장에 500만 원이 넘기도 한다. 콘진원이 슬롯 꽁 머니 근절 캠페인도 하고 슬롯 꽁 머니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달라지는 게 없다.(2023년 국회 문체위문체부 유관기관 국정감사∙류호정 당시 의원)”….

눈에 띄는 건 10년 전에도 우리 국회가 같은 장면을 연출했다는 점이다. 지난 2015년 9월 11일, 문체위 국정감사에서 이상일 전 의원이 말했다. “해외 록밴드 공연 스탠딩 티켓은 정가가 13만 원이었는데, 100만 원까지 뜁니다. … 만약에 티켓을 바가지 많이 쓰고 구매했다가 환불하고 싶은데 방법이 없어요. 이 온라인 슬롯 꽁 머니매매에 대한 단속도 필요하고 티켓 양도 사이트에 대한 파악과 관리도 필요한 것 같아요.“

이듬해 방통위 국정감사에선 강효상 전 의원이 이렇게 말했다. “슬롯 꽁 머니 매매는 경범죄 처벌법에 규정하고 있으나 어디까지나 오프라인 거래에 국한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온라인 슬롯 꽁 머니에 대한 단속∙처벌 근거가 없는 상황인데요.”

최종 우승팀을 결정하기 위해 벌이는 KBO리그 포스트시즌과 국정감사는 시점이 겹친다.[사진=뉴시스]
최종 우승팀을 결정하기 위해 벌이는 KBO리그 포스트시즌과 국정감사는 시점이 겹친다.[사진=뉴시스]

이후로도 거의 매년 다람쥐 쳇바퀴 돌듯“슬롯 꽁 머니를 언제 뿌리 뽑을 것이냐”는 질책이 쏟아졌다. 2018년 국정감사에선 “정부 대응이 더디다”는 질타까지 나왔다. 당시 김수민 의원(바른미래당)은 문체부 콘텐츠정책국을 상대로 영상 자료를 띄우고 슬롯 꽁 머니 거래 사례를 줄줄이 제시했다. 심지어 정부가 주최하는 2018 대중문화예술상 행사에서도 “BTS가 문화훈장을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무료 티켓이 150만 원에 슬롯 꽁 머니로 거래됐다”고 꼬집었다.

“온라인에서 슬롯 꽁 머니가 거래되는 채널 세 곳만 말해 달라”는 김 전 의원의 요구에 당시 실무 국장이 “잘 모르겠다”고 답하자 김 전 의원은 송곳 비판에 나섰다. “모니터링이 전혀 안 되고 있는 것 아니냐. 연구용역·법안 통과를 기다린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주무 부처가 주최하는 행사에서조차 슬롯 꽁 머니가 성행하는데, 실태조사도 부실하고 현장 채널조차 모른다면 대책이 있겠느냐.”

흥미로운 건 이렇게 슬롯 꽁 머니 이슈가 집중 제기되는 사이, 슬롯 꽁 머니를 근절하긴커녕 되레 늘어나기만 했다는 점이다. 그사이 법을 고치긴 했다. 매크로를 이용한 입장권·관람권 등의 부정판매를 금지하고 위반할 경우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연법과 이를 스포츠 경기에도 적용하는 국민체육진흥법을 개정했다.

문제는 매크로 행위를 적발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처벌 규정도 솜방망이에 그쳐 시행 전부터 실효성 논란을 겪었고, 실제로 처벌로 이어진 사례는 손에 꼽힌다.

결국 국회는 10년 동안 호통만 치고 실효성 있는 해법을 제시하진 못했단 거다. 이유가 뭘까. 국회 문체위 의원실 관계자는 이렇게 토로했다. “매년 가을에 열리는 국정감사 시즌은 공교롭게도 국내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프로야구의 포스트시즌 기간과 겹친다. 이때 표를 구하기 어려운 팬들의 슬롯 꽁 머니 관련 민원이 반복해서 접수된다. 국민들은 아무래도 철 지난 이슈보단 최신 이슈에 민감하다 보니 슬롯 꽁 머니 관련 자료를 연례행사처럼 각 부처에 요구하게 된다.”

정부와 국회가 시장의 현실을 제대로 짚지 못하고 있단 지적도 나온다. 과거 정부 차원의 슬롯 꽁 머니대응 TF 과정 전반을 살펴본 문체위 소속 전 국회의원은 “여러 회의를 거쳤지만 결론은 법을 고치고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수준에 머물렀고, 그 뒤로 실제로 법을 고쳤지만 예상대로 미봉책에 그쳤다”면서 “실효성 있는 새 틀로 온라인 슬롯 꽁 머니 대응을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고 진지하게 제언했지만, 관련 논의로 이어지진 못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런 공방 끝에 되풀이되는 결론은 “2차 티켓 거래를 아예 금지하자”는 거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관련 지적이 쏟아지자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면서 “슬롯 꽁 머니상이 표를 사는 것, 다시 판매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앞서 슬롯 꽁 머니가 살펴봤듯, 거래 금지는 결코 해법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암표 거래 시장을 더 음지로 끌어내릴 게 뻔하다. 이제 팬들이 원하는 진짜 해법을 들여다볼 때다. 이 이슈를 Resale & Refrom 네 번째 기사에서 다뤄보자.

/ 슬롯 꽁 머니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저작권자 © 슬롯 꽁 머니 디지털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