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을 따라 도시가 이어진다. 부산이 서울스럽지 않을 수 있는 근거로 나건 교수는 이 점을 꼽는다. 그는 지금 부산에서 “조용히 흔드는” 일을 하고 있다. 그가 강단에서 그렇게 했듯.
진행 박형진 브리즘 대표, 사진최근우정리문상덕 기자mosadu@fortunekorea.co.kr

●나건 부산시 총괄슬롯 꽁 머니이너공대를 나와 디자이너가 됐다. 2000년부터 홍익대 교수를 지냈다. 세계슬롯 꽁 머니수도 서울’ 총감독(2009년), 광주슬롯 꽁 머니비엔날레 총감독(2023년)을 맡았고, 현재 레드닷 슬롯 꽁 머니 어워드 심사위원(2009년~), 부산시 총괄디자이너(2023년~), 세계슬롯 꽁 머니기구 이사(2023년~) 등을 맡고 있다.
나건 홍익대 교수가 재켓 주머니를 뒤적였다. 그리고 네모난 오렌지색 기기를 보여줬다. 미국 스타트업 ‘래빗’에서 낸 AI 전용기기 ‘래빗 r1’. 나 교수는 “AI 에이전트 기기”라고 소개했다. ‘에이전트’에는 “나를 잘 이해하는”이란 뜻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기기에 탑재된 AI가 내 취향과 맥락에 맞게 답한다. 여기에 ‘다마고치’를 닮은 작은 화면과 아날로그 버튼은 “복고적이면서, 동시에 미래적 느낌(retro-futuristic)”을 준다고 ‘레드닷 슬롯 꽁 머니 어워드’(이하 레드닷)의 심사위원들은 평가했다. 이 기기는 올해 레드닷 최고 슬롯 꽁 머니(‘Best of the Best’) 상을 수상했다.
나 교수는 올해 독일 레드닷 심사장에서 처음 이 기기를 접했다. 나 교수는 2009년부터 레드닷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왔다. 한국인 심사위원은 지금껏 나 교수가 유일하다. 심사위원인 그는, 동시에 그 자신이 심사장을 연상케 했다. 3D 프린터로 만든 안경을 쓰고, 손가락엔 스마트 링을 끼고 있었다. 스마트 링은 때때로 녹색 빛을 냈다. 그는 새로운 것을 새롭게 대하며 자신의 감도를 지킨다고 했다. “아는 척이 가장 바보짓”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나 교수의 이력은 새롭다. 많은 대학이 예대를 따로 두던 시절, 그는 공대를 나와 디자이너가 됐다. 한양대 산업공학과에 입학했을 무렵 국내에 ‘인간공학’이란 개념이 처음 들어왔다. 그 말에 꽂혀 미국 터프츠대에서 엔지니어링 슬롯 꽁 머니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칫솔대가 약 10도 꺾인 모양의 칫솔을 이곳에서 고안했다. 꺾인 각도만큼 어금니 구석까지 잘 닿는다고 해서 ‘REACH’란 이름을 붙였다. 나 교수는 “칫솔만큼 우리에게 친숙한 제품이 있느냐”며 “그런데도 기본을 놓치는 제품이 나오곤 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기본기가 중요하단 것. 그래서 그는 교수가 됐다. 2000년부터 25년간 홍익대 국제슬롯 꽁 머니전문대학원(IDAS) 교수를 지냈다.
새로움은 본질에서 나온다는 게 그의 기본기. 2010년 ‘세계슬롯 꽁 머니수도 서울’ 총감독 시절, 언론 인터뷰에서 그는 “테스트베드 서울”을 짚었다. “새로운 미래 기술과 제품을 서울 시민만큼 과감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DDP의 탄생을 서울이라서 가능했다”고 돌이켰다.
또 2023년부터는 부산시 총괄디자이너를 맡아 2028년 ‘세계슬롯 꽁 머니수도 부산’을 준비하고 있다. 송도에서 기장까지, 콘크리트와 해변이 만나 저마다 다른 풍경을 만드는 것. 그는 부산의 정체성을 ‘연속적인 그라데이션’이라고 정의했다. 강북과 강남, “두 개의 도시”로 나뉘는 서울과 가장 다른 지점이다.
강의 도시, 해변의 도시
그가 보기에 서울은 두 개의 도시다. 한강이 가운데를 지난다. 반면 부산은 해변을 따라 도시가 이어진다. 부산이 서울스럽지 않을 수 있는 정체성으로 이를 꼽았다.
동시에 서울이 아닌 도시를 찾고 가꾸는 것은 그에게 당위이기도 했다.

대한민국은세 개 도시로 이뤄진다고 봐요. 서울과 부산,그리고 나머지.
Q앞서 ‘세계슬롯 꽁 머니수도 서울’ 총감독을 맡으셨죠.
당시 다른 도시와 경쟁했는데, 서울시는 동대문슬롯 꽁 머니플라자(DDP)를 약속했어요. 통 큰 결정이었죠. 건축비용만 5천억 원이었으니까요.건축가 자하 하디드(Zaha Hadid)의 콘셉트를 채택한 것도 모험이었어요. (그대로 짓기엔) 시공 난도가 너무 높았거든요. 그런데 건축 기술이 좋아지면서, 그 콘셉트를 소화할 수 있게 됐어요. 시점이 딱 맞은 겁니다. 그 결과가 DDP였죠.예를 들어 ‘빌딩 인포메이션 매니지먼트(BIM)’라는 소프트웨어가 있어요. DDP의 알루미늄 패널 4만 5133장을 모두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서 관리합니다.
(당시에는 비용, 주변과의 조화 문제로 논란이 있었지만) 지금 외국인 관광객들은 서울 오면 꼭 DDP를 들릅니다. 그런 것처럼 부산에도 터닝 포인트를 만들려고 합니다.
Q 부산의DDP?
상징성이 있고, 누가 봐도 한번 가보고 싶은 건축물. 그러나 규모의 건물이 아닌, 부산에 맞는 부산만의 건축물.
Q 예를 들자면.
부산에서‘특별건축구역 활성화 시범사업’이라고 해서, 용적률과 고도제한을 풀어주는 일을 하고 있어요.(※부산시에서 세계적 수준의 건축 슬롯 꽁 머니을 갖춘 건물을 설계하면, 시에서 공공성 등을 따져 용적률·건폐율·건축물높이 등에 인센티브를 준다.)
남천동 삼익비치타운 재건축이 그중 하나인데요. 99층 두 동으로 승인이 났다가 주민분들이 분담금 때문에 부담스러워하셔서 66층 다섯 개 동을 올리는 안으로 가고 있어요. 또 자갈치시장 일대에 들어서는 건물도 승인이 났어요.(※네덜란드 건축가 위니 마스가 설계한 ‘남포동 하버타운’.)
![남포동 하버타운 조감도. [사진=정림]](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10/50200_43813_1536.jpg)
또 영도에 산복도로가 지나는 동네가 있어요. 어떤 사업가가 그 동네 땅을 꽤 매입했어요. 그리고 7, 8층 높이 건물을 지을 수 있게 허가받았는데, 그러면 경관을 훼손한다고 해서 2, 3층 높이의 건물들을 각도를 조금씩 틀어서 짓게 설계했어요. 산복도로에는 그렇게 작은 건물들이 어울리니까요. 그런데 또 그렇게 각도를 틀면 건축법에 저촉된다고 해요. 그런 규제를 이번에 시에서 풀어줬어요. 이제 영도가 완전히 달라질 거예요.(※영도 콜렉티브힐스 프로젝트. 연면적 3119㎡ 규모에 관광숙박시설, 근린생활시설을 짓는다. 지난해 10월 남포동 하버타운과 함께 특별건축구역 활성화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영도 콜렉티브힐스 조감도. [사진=리을도랑 건축사사무소]](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10/50200_43811_56.jpg)
Q 단순히 건물 몇 채를 짓는다는 차원은 아니겠죠.
저는 대한민국이 세 개 도시로 이뤄진다고 봐요. 서울과 부산, 그리고 나머지. 인구가 전부는 아니에요.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또 다른 도시가 있어야 합니다. 전 세계 어느 국가도 하나의 도시만으로 이뤄지지 않아요. 관광객들도 한 나라를 갈 때 하나의 도시만 가지 않고요.
서울은 한강을 기준으로 풍경이 달라져요. 강남과 강북, 사실 두 개의 도시죠. 그런데 부산을 가보니, 송도에서 시작해서 기장까지 (해변이) 계속 이어집니다. 저는 부산 가면 버스를 즐겨 타요. 버스가 산복도로를 넘고 마린시티 같은 미래 도시를 지나면서 변하는 풍경이 정말 재미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부산의 캐릭터를 두고) ‘그라데이션’ ‘팔색조’라는 표현을 주로 썼어요.
![슬롯 꽁 머니 남구 이기대도시자연공원에서 바라 본 광안리. 슬롯 꽁 머니시는 이기대공원에 국제 아트센터, 바닷가 숲속 갤러리, 오륙도 아트센터 등을 짓고 문화예술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지난 2월 밝혔다. 해당 프로젝트에는 영국 건축가 토마스 헤더윅이 참여한다. [사진=셔터스톡]](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10/50200_43809_55.jpg)
이런 캐릭터를 잘 못 살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어 부산역 인근 산복도로에서 부산항을 내려다보는 풍경이 기가 막힙니다. 그런데 (부산항 북항 재개발단지에) 210m 높이 초고층 (레지던스) 건물을 짓는 바람에 풍경이 망가졌습니다. 그 단지에 다른 아파트도 짓고 있어요. 그런 과오를 반복해선 안 된다고 봐요.
Q 높은 건물만 계획하는 게 아니군요.
남구 용호동 이기대공원 인근에 대단지 아파트가 있어요. (조경 관점에서) 말이 안 되는 건축물입니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려고 해요. (Q 도시경관 심의도 하십니까?) 네.
개인적으로는 북항 인근의 워터 프론트를 휴먼 스케일로 재개발한다면, 그래서 영도까지 걸어서 오갈 수 있게 하면 부산의 독특한 매력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부산역에서부터 북항으로 이어지는 지역을 어떻게 되살리느냐에 부산의 미래가 걸렸다고 봐요.
![슬롯 꽁 머니항 북항 전경. 2008년부터 시작된 북항 1단계 재개발은 전체면적 153만㎡ 공간에 약 2조400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자되는 대규모 항만재개발사업이다. [사진=뉴시스]](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10/50200_43808_5530.jpg)
Q 부산에서 사신 적 있나요?
아니요(웃음). 서울 신문로가 제 고향이에요.
조용하게 흔들기
나 교수는 스스로를 “조용히 흔드는 사람”이라고 불렀다. 수강생 한 명을 바꾸면 또 다른 학생이 바뀐다. 그렇게 수강생의 15% 정도를 바꾸면 전체 분위기가 바뀐다. 나 교수가 서울과 부산을 바꾸는 법과 닮았다. 크고 작은 랜드마크로 시작해, 결국 전체 경관을 바꾼다.

Q 세계슬롯 꽁 머니수도 서울 총감독을 하실 때, 한국의 슬롯 꽁 머니 인력이 많다는 점을 서울의 강점으로 꼽으셨습니다. 인력이 많으니 슬롯 꽁 머니 개선도 빠르게 이뤄질 거란 말씀이었죠.
이제 그 이야기를 못 해요. 한때는 매해 3만 5천 명이 졸업했는데, 이제 2만 명이에요. 수요가 줄었어요. 단적으로 수많은 디지털 기기가 스마트폰으로 합쳐졌죠.
그리고 중국에서 나오는 인력이 압도적으로 많죠. 한 해 50만 명씩 졸업합니다. 급여도 한국 기업보다 많이 줘요. 한국 기업에서 잡으려고 해도 못 잡습니다.
어쩔 수 없는 흐름이기도 합니다. 이제 대다수 대학이 공대 아래 슬롯 꽁 머니 전공을 둡니다. 지금은 기술을 이해하지 못하면 슬롯 꽁 머니도 못하기 때문이에요. 예전에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도 슬롯 꽁 머니용, 엔지니어링용을 따로 썼어요. 그러면 슬롯 꽁 머니으로 모델링한 다음 엔지니어링으로 넘길 때 이걸 해석해 줄 사람을 따로 써야 했습니다. 이제 그런 분업을 하지 않는 거예요.
Q 교육 방향도 많이 바뀌었겠습니다.
학생들에게 가르칠 게 많지 않습니다. 좋은 콘텐츠도 유튜브에 다 있고요.
Q 그러면 이제 대학의 가치는 뭘까요?
여전히 교수가 새로운 지식을 접하기엔 수월하겠죠. 그렇다고 흐름을 빠르게 알진 못해요. 홍대 근처에 있는 가게도 가기 어려운걸요, 바빠서. 학생들은 그런 흐름에 밝아요. 그러니까 이제 팀 티칭이 맞아요. ‘내가 아는 걸 가르쳐 줄게, 너희들이 경험한 걸 알려줘.’ 그러면 교수는 학생들 이야기를 듣고 카테고리를 정리해 주고, 결론을 유도해 줍니다. ‘퍼실리테이터(촉진자)’죠.
Q 교수는 트렌드에 대한 감을 지키기 어렵고, 학생들은 트렌드를 알아도 논리적으로 설명을 잘 못합니다. 그러면 학생들의 의견을 어디까지 받아주고, 어디부터는 고쳐야 할까요? 기업에서도 임원 취향에 잘 맞게 슬롯 꽁 머니하도록 훈련받은 사람보다, 알아서 하게 둘 때 결과가 좋아요. 하지만 그런 결과를 만들어 낼 때까지 기다림의 시간이 있거든요.
기다리되, 좋은 슬롯 꽁 머니을 계속 경험하도록 만들어야 해요. 예를 들어 레드닷에 슬롯 꽁 머니 콘셉트 부문이 있어요. 기업도 그렇고, 학생들도 돈 내고 참여하도록 해요. ‘왜 돈을 내고 이런 걸 하느냐’는 반응도 있죠. 그런데 학생 입장에서 돈을 낸 만큼 신중하게 아이디어를 냅니다. 기존의 수상작들을 리서치하고, 벤치마킹할 것을 찾아요. 그렇게 하다 보면 안목이 높아지는 거예요.
Q 레드닷 심사위원은 국내에 더 계십니까?
저 혼자예요. 2009년부터 하고 있어요.
Q 한 번 심사할 때 작품을 얼마나 봅니까?
이번에 독일에 갔더니 8천 개쯤 들어왔어요. 현장에 모여서 2박 3일 동안 심사합니다. 심사위원이 40, 50명 되는데, 소그룹으로 나눠서 심사해요. 저는 스마트폰, 노트북, VR헤드셋 같은 스마트 기기를 맡았어요. (제가 속한 그룹이) 처리한 게 1700~1800개 정도 됩니다.
Q 10년 전과 가장 다른 점이라면.
요새는 스마트 기기가 확실히 많고요. 전체 제품의 70%는 중국산이에요.

앞으로 슬롯 꽁 머니이너는AI를 잘 다루는 그룹과 그렇지 못한 그룹으로 확실히 나뉘게 될 거예요.
Q 슬롯 꽁 머니이너로서 감도를 어떻게 벼립니까?
새로운 것을 찾아다녀요. 그리고 아는 척을 안 합니다. 아는 척하는 사람이 가장 바보예요.
Q 슬롯 꽁 머니업계는 AI에 특히 민감할 텐데.
앞으로 슬롯 꽁 머니이너는 AI를 잘 다루는 그룹과 그렇지 못한 그룹으로 나눠질 것이라고 봐요.
2년 반 전에 중국 우한의 한 대학에 갔어요. 학생들이 시안을 발표하는데, 슬롯 꽁 머니이 생소해요. 생성형 AI를 써서 만들었대요. ‘버스 운전석을 어떻게 슬롯 꽁 머니할 것이냐’가 주제였어요. 땅이 워낙 크다 보니, 기사분들이 그 안에서 차도 마시고 잠도 잔다는 거예요. 챗GPT에 ‘이런 슬롯 꽁 머니이 나오려면 어떤 명령어를 입력해야 하느냐’를 물어요. 두세 번 생성하다 보면 원하는 슬롯 꽁 머니이 나온대요.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강의에 적용했어요. 관건은 좋은 명령어를 입력하는 것이더라고요. ‘원하는 이미지에 맞는 감성적인 단어를 얼마나 적확하게 찾아낼 수 있느냐.’ 제대로 표현하려면 풍부한 단어를 갖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시나 수필 같은 문학작품을 많이 접해보라고 조언해요.
Q 교수님 스스로를 표현하는 단어를 찾았습니까?
저는… 조용히 흔드는 사람. 큰소리칠수록 학생들은 안 바뀌어요. 조용하게 이야기해야 바뀌고, 한 명이 바뀌면 다른 학생이 따라와요. 그렇게 바뀌는 학생이 전체 수강생의 15, 20% 정도를 넘으면 분위기가 확 바뀝니다. 학생들 성향이 예전과 다른 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사회가 바뀌었어요. 사회가 복잡해지고 고도화될수록, 결국 답은 사람에게 있거든요. 스티브 잡스도 다 자기가 일군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사실 막대한 돈을 사용자 리서치에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