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10/50252_43865_4935.jpg)
벤 호로위츠(Ben Horowitz)와 라구 라구람(Raghu Raghuram)의 첫 만남은 넷스케이프(Netscape)에서였다. 서로 다른 커리어의 초입이었다. 호로위츠는 당시 신입에 가까운 라구람을 브라우저 선구 기업의 제품 담당 매니저로 받아들였다. 그로부터 수십 년이 흘렀다. 호로위츠는 안드리센 호로위츠(a16z)를 공동 설립해 벤처캐피털의 거물로 성장했다. 라구람은 VM웨어(VMware)에서 2021년 최고경영자에 올랐고, 2년 뒤 브로드컴(Broadcom)의 690억 달러 인수 과정을 이끌었다.
최근 두 사람은 다시 한 팀이 됐다. 라구람이 a16z의 매니징 파트너로 합류했다. 그는 AI 인프라와 그로스 투자를 맡는 제너럴 파트너로 활동한다. 벤처업계가 격변을 겪는 시기다. AI가 기술 산업 전반을 바꾸는 시기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이런 변화와, 새 파트너가 바라보는 기회와 과제를 주제로 대화에 나섰다. 라구람은 말했다. “우리는 결정론적 컴퓨팅에서 확률적 컴퓨팅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는 AI 전환이 ‘컴퓨팅 세계의 모습’을 근본부터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고 했다.
라구람의 설명이다. “추론 능력은 시간이 갈수록 널리 보급되고 매우 저렴해질 것이다. 추론의 풍요를 전제로 구축한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순간, 엔터프라이즈와 소비자, 다양한 섹터에서 기회가 열린다”
호로위츠는 이렇게 표현했다. “우리가 회사를 세운 뒤로 본 것 중 가장 큰 기회일 수 있다. 컴퓨팅 전체를 다시 발명하는 셈이니까.”
창업 16년 차에 접어든 a16z는 2009년 출범 이후 많은 변화를 거쳤다. 운용자산은 400억 달러를 넘는다. 사모 자산관리와 퍼블릭 마켓 투자로 확장했다. 2024년 대선 국면에서 트럼프 지지를 공개적으로 밝히며 실리콘밸리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AI는 투자와 창업의 기회를 더 넓힌다. 재계는 어느 때보다 AI 투자에 의존한다. 그럼에도 호로위츠는 a16z의 철학이 창업자 중심에 단단히 서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사모펀드처럼 회사를 싹 사서 묶은 뒤, AI를 써서 직원을 더 효율적으로 해고하는 방식으로 가지 않을 것이다. 그건 우리의 일이 아니다. 우리는 꿈을 짓는 사람들이다. 새로운 것을 만들려는 사람들을 돕고 싶다.”
호로위츠는 포춘과의 대화에서, 라구람의 합류가 스콧 쿠퍼(Scott Kupor)의 공백을 일부 메우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쿠퍼는 4월 a16z에서 트럼프 행정부로 옮겨 미 인사관리처(OPM) 수장을 맡았다. 정치가 투자 지형을 보는 시각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묻자 호로위츠는 세 가지를 꼽았다.
가상화폐 규제의 명확성 제고. 트럼프의 AI 행정명령에 대한 기대. 그리고 특히 방위산업을 위한 희토류 광물 채굴과 제조의 활성화다. H-1B 비자 이슈와 관련해 이민 정책도 언급했다.
“이민은 정말 복잡한 문제다. H-1B 비자의 절반이 대형 컨설팅 회사들, 특히 인도계 대형 컨설팅 회사들로 갔다. 더 저렴한 노동력을 찾는 흐름이다. 그 부분은 정리가 필요하다.”
호로위츠는 10여 년 전 『The Hard Thing About Hard Things』를 썼다. 책에서 그는 어려운 일의 본질을 ‘쉬운 답도, 플레이북도 없다는 점’이라 밝혔다. 지금 그에게, 그리고 라구람에게 그런 질문은 뭘까.
호로위츠의 답을 이렇다. “가장 큰 이슈는 중국과의 관계다. 재능 있는 중국계 미국인이 정말 많다. 미국에는 중국 국적자도 많고, 우리 회사들을 돕는다. 동시에 우리는 무역과 안보에서 중국과 어려운 외교 상황에 놓여 있다. 지금은 명백한 이유로 중국에 투자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이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우리가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가 어렵다.”
라구람은 AI와 노동의 관계를 고민하고 있다. “자원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 특정 시점에 사람과 AI 중 무엇이 적정 조합인지, 그 스펙트럼의 어느 지점이 맞는지, 어떻게 항해할지의 문제다. 그것을 우리가 투자한 회사 전체, 더 나아가 사회 차원으로 확장하면 그 변화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가 과제로 남는다.”
/ 글 Allie Garfinkle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