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당 창당 선언한 일론 머스크.[사진=뉴시스]](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07/48882_42206_1350.jpg)
일론 머스크와 샘 알트먼 같은 기술 업계 거물이 양당 중심의 기존 정치 체제에 등을 돌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 포퓰리즘을 내세워 백악관에 복귀한 뒤 민주당은 여전히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경제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를 두고 서로 다른 비전이 충돌하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보여준다.
한때 보편적 진리로 여겨졌던 ‘워싱턴 컨센서스’, 즉 자유무역과 재정 건전성을 중시하던 경제 규범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무역전쟁을 벌이고, 수조 달러의 적자를 유발할 세금·지출 법안을 공화당의 지지 속에 통과시키면서 이 흐름은 가속화되고 있다.
민주당 역시 트럼프식 포퓰리즘의 여파에서 여전히 회복하지 못한 채 일관된 메시지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정치권과 경제 질서가 동시에 흔들리는 가운데, 브라운대학교 정치경제학자 마크 블라이스(Mark Blyth)는 세계 경제가 전면적인 리셋 상태에 진입했다고 분석한다.
그는 최근 『애틀랜틱』 기고에서 “전 세계는 하드웨어 교체와 운영체제 업그레이드를 동시에 진행 중”이라며 “20세기 이래 한 번도 겪지 못한 대전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썼다. 블라이스는 자유무역 중심의 세계질서가 일시적 일탈이라는 착각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전환의 징후는 기술 리더들의 발언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최근 일론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과 대규모 법안을 놓고 충돌한 끝에 새로운 정당인 ‘아메리카당(America Party)’을 창당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X(전 트위터)에 “우리나라는 낭비와 부패로 파산하고 있으며, 더 이상 민주주의가 아닌 일당 독재 체제 속에 살고 있다”며 “자유를 되찾기 위해 아메리카당을 창당한다”고 밝혔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CEO인 머스크는 이 법안이 국가 부채를 급증시키고, 전기차·태양광 에너지 세금 감면에는 인색한 반면 석유·가스 업계에는 과도한 혜택을 줬다고 비판해왔다.
비슷한 시기, 오픈AI CEO 샘 알트먼 역시 X를 통해 “민주당은 길을 잃었고, 이제 나는 정치적 고아가 됐다”고 토로했다. 그는 뉴욕 시장 예비후보 조흐란 맘다니가 “세상에 억만장자는 없어야 한다”고 발언한 것을 겨냥해 “억만장자를 없애기보단, 모두가 억만장자처럼 살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후보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알트먼은 이어 “나는 테크노-자본주의를 믿는다”며 자신의 경제관을 밝혔다. 그는 “많은 부를 창출하는 사람을 장려하되, 자본주의의 복리 효과를 모두와 공유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바닥만 올리고 천장은 막는 방식은 오래가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블라이스에 따르면 현재는 새로운 경제 질서가 구체화되지 않은 과도기다. 그는 트럼프의 경제관을 ‘1950년대 제조업 + 1940년대 노동시장 + 19세기 중상주의 외교정책’이 혼합한 형태로 묘사했다. 반면 기술계 일부에선 ‘다크 인라이튼먼트’(Dark Enlightenment)라 불리는 비전이 부상 중이다. 이는 실리콘밸리 억만장자들이 고전 제조업의 부흥이 아닌, 자동화와 우주 탐사를 중심으로 하는 ‘탈인간적 미래’를 상상하는 흐름이다.
민주당은 여전히 제도권 수호자로 남아 있지만,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하원의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은 좌파 포퓰리즘에 기초한 또 다른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또 일부 민주당 인사들은 규제 완화와 성장 중심의 ‘풍요의 아젠다(abundance agenda)’를 추구하며, 정반대 노선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민주당 내 균열은 최근 뉴욕시 예비선거에서 민주적 사회주의자 맘다니 후보가 승리하며 분명해졌다. 그는 무료 버스 정책, 임대료 동결, 최저임금 30 달러 인상, 시영 식료품점 신설, 상위 1%에 대한 증세 등 과감한 정책을 내세웠다. 반대로 캘리포니아 주지사 개빈 뉴섬은 고비용 문제 해결을 위해 환경규제를 일부 완화하며 신규 주택 건설을 독려하는 현실적 해법을 추진하고 있다.
블라이스는 “새로운 경제 질서가 형성되고 있으며, 지금은 아직 그것을 설계할 수 있는 시간”이라며 “하지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구시대적 민족주의와 회귀적 경제관이 득세하기 전에, 우리가 이 시대를 관통하는 더 나은 운영체제를 제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 글 Jason Ma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