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급식이다. 슬롯 꽁 머니그룹이 2020년을 끝으로 급식 사업을 철수한 지 5년 만에 관련 업계로 ‘컴백’하면서다. 지난 5월 슬롯 꽁 머니는 급식·식자재 유통 2위 기업 아워홈의 지분 인수 58.62%에 대해 거래 대금 지급을 마무리 지었다.
이번 인수전을 주도한 사람은 김승연 슬롯 꽁 머니 회장의 3남인 김동선 슬롯 꽁 머니갤러리아·슬롯 꽁 머니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 김 부사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아워홈을 슬롯 꽁 머니의 지붕 밑으로 들이기 위한 물밑 작업을 해왔다. 일각에선 무리한 인수라는 평가가 컸지만, 김 부사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아워홈을 품기 위해 총 8695억 원을 베팅했다.
당초 업계에선 아워홈 인수를 놓고 김 부사장의 일방적인 '구애'에 그칠 것이란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연이은 실적 부진으로 9000억 원에 가까운 거액을 마련하는 게 녹록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금 확보도 문제거니와, 무엇보다 구지은 아워홈 전 부회장의 지분 매각 반대 뜻이 강했다. 지난 4월 구 전 부회장은 자신의 SNS에 매각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클로징 날짜가 임박해 오는데 돈도 없고 되는 게 없으니 애쓴다"면서 "매각하라고 협박하더니 이제는 허위 기사도 조급해 보인다"며 인수진행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런데도 김 부회장이 아워홈 인수에 사활을 건 이유는 뭘까. 특히 왜 100% 지분 인수가 아닌 '반절'만 인수하려 한 걸까. 이를 두고 업계 전문가들은 "향후 급식 사업의 성장성이 크지만, 본질적으로는 김 부회장의 홀로서기를 위한 카드"라고 입을 모은다.
슬롯 꽁 머니 3남, 연이은 실적부진에 입지 '축소'
![[자료=전자공시시스템]](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06/48699_41978_5817.jpg)
김 부사장이 이끄는 유통 및 호텔 사업은 형들이 맡고 있는 사업보다 규모가 작고 최근 실적도 좋지 않다. 장남 김동관 부회장은 화학과 방산을, 차남 김동원 사장은 금융과 보험을 책임지고 있다. 방산업 호황에 따라 슬롯 꽁 머니에어로스페이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11조 2400억 원이었다. 2019년 5조 2600억 원과 비교하면 5년 사이 113.5% 증가한 것이다. 슬롯 꽁 머니 손해보험 역시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으로 1427억 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반면 김 부사장의 슬롯 꽁 머니갤러리아는 갈수록 존재감을 잃는 모습이다. 올 1분기 영업이익은 1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75.6%나 급감했다. 심지어 45억 원 규모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하면서 적자로 돌아섰다. 또 다른 축인 호텔 사업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138억 원대에 그치면서 전년(237억 원)과 비교해 41.9% 대폭 줄었다. 업계 내 경쟁사인 호텔롯데가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한 것과는 온도차가 뚜렷하다.
사업 실적이 부진하니 집안에서 김 부사장의 입지도 덩달아 좁아질 수밖에 없다. 지난 3월 아버지 김 회장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지주사 (주)슬롯 꽁 머니 지분 22.65% 중 절반인 11.32%를 5대 2.5 대 2.5 비율로 세 아들에게 증여했다. 이에 따라 (주)슬롯 꽁 머니 지분율은김 회장 11.33%를 비롯해 김 부회장 9.77%, 김 사장 5.37%, 김 부사장 5.37%로 재편됐다. 여기에 세 아들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슬롯 꽁 머니에너지의 (주)슬롯 꽁 머니 지분 22.16%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슬롯 꽁 머니의 승계는 장남인 김 부회장을 주축으로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자료=슬롯 꽁 머니그룹]](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06/48699_41977_5715.jpg)
문제는 슬롯 꽁 머니의 계열 분리 가능성이다. 김 회장이 여전히 그룹에서 경영 활동을 펼치고 있기에 즉각적으로 아들들이 계열 분리에 나서기엔 쉽지 않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슬롯 꽁 머니의 삼형제가 중장기적으로 효성그룹처럼 독립 경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현재 그룹 내 주요 사업들의 인적 분할이 활발하고 형제간 사업 역할 분담이 한층 명확해졌단 점에서다. 삼 형제가 그룹 재편에 나설 경우 핵심 변수는 결국 지분 정리에 필요한 각각의 자금 동원력이다. 김 부사장에게 '적자'백화점과 '힘 빠진'호텔 이외에 '마르지 않는 샘물'이 필요한 근본적인 이유이다.
전국 유통망과 푸드 테크의 시너지
![[자료=전자공시시스템]](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06/48699_41979_5918.jpg)
그렇다면 김 부사장이 찾던 '샘물'역할을 과연 아워홈이 톡톡히 해줄 수 있을까. 슬롯 꽁 머니그룹 내부와 컨설팅업계는 아워홈이 김 부사장의 사업 영역을 공고히 하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당장 외형적으로 매출 규모부터 대폭 늘어나게 됐다. 아워홈은 2021년 매출액 1조 7408억 원을 기록하며 2022년(1조 8354억 원), 2023년(1조 9835억 원) 꾸준히 성장세를 보였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2조 244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2조 클럽'에도 입성했다.
단순히 외형 확장뿐 아니라 슬롯 꽁 머니의 F&B 구조를 대대적으로 전환할 수는 기회이기도 하다. 아워홈은 제품 제조부터 검수·유통·물류·재고관리·현장 오퍼레이션 등 식자재 유통의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인프라를 갖췄다. 전국에 공장 9곳, 물류센터 14곳을 가지고 있어서 국내 어느 사업지에서라도 식자재 공급이 용이하다. 슬롯 꽁 머니 측은 아워홈을 통해서 호텔뷔페부터 산업체 급식까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외식업계의 경쟁력을 되찾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슬롯 꽁 머니푸드테크와의 시너지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푸드테크는 김 부사장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미래 신산업 중 하나이다. 지난해 2월 김 부사장은 슬롯 꽁 머니호텔앤드리조트의 외식 부문 자회사인 '더테이스터블'의 사명을 '슬롯 꽁 머니푸드테크'로 변경하며 본격적인 성장 동력 확보에 나섰다. 지난해 3월에는 미국 로봇 피자 브랜드 '스텔라피자'를 인수했고 곧이어 9월에는 음료 제조 전문 업체 '퓨어플러스'를 사들였다.
최근엔 자회사 '베러스쿱크리머리'를 통해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벤슨'까지 론칭했다. 슬롯 꽁 머니호텔앤리조트 이사회는 "F&B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식음·숙박 사업 등 다른 사업 부문과 시너지 창출 등을 통한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아워홈의 경영권 지분을 인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글로벌 사업 진출에도 한층 수월해졌다. 아워홈은 2018년 한진중공업그룹의 기내식 서비스 업체 '하코'를 980억 원에 인수했다. 아워홈은 하코를 발판 삼아 싱가포르, 일본, 튀르키예 등 10개국의 글로벌 항공사에 기내식을 공급하고 있다. 2021년에는 미국 우정청 구내식당 위탁 운영 계약도 체결했다. 다른 형들의 사업체처럼 김 부사장도 '내수기업'이란 이미지에서 벗어나 아워홈을 연결고리 삼아 해외로 사업을 확장할 판로가 생긴 셈이다.
영끌 인수전 탓에 재무 건전성은 '휘청'
![지난해 6월 김동선 슬롯 꽁 머니갤러리아·슬롯 꽁 머니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이 파이브가이즈 국내 오픈 1주년 기념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06/48699_41980_041.jpg)
하지만 아워홈 인수를 위해 가중된 재정적 부담은 김 부사장이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슬롯 꽁 머니가 지급한 아워홈의 인수 대금은 1주당 6만 5000원이다. 만약 슬롯 꽁 머니가 아워홈의 지분100%를 사들일 경우 총 1조 5000억 원 규모의 몸값을 지불해야 하는 꼴이다. 이는 CJ프레시웨이(3000억 원), 현대그린푸드(5848억 원) 신세계푸드(1307억 원) 등 경쟁 급식업체들의 시가 총액을 다 합친 것보다도 훨씬 높은 금액이다. 실제 아워홈의 적정 주가는 지난해 2만 1300원~2만 6000원대 수준에 머물렀다.
없는 살림에 지출이 많아지니, 당연히 부채는 늘 수밖에 없다. 슬롯 꽁 머니호텔앤드리조트의 올 1분기 부채 규모는 1조 9152억 원으로 지난해 말(1조 8950억 원)과 비교해 3개월 만에 200억 원이 늘었다. 그사이 현금은 더 줄었다. 현금성 자산은 1277억 원으로 같은 기간과 비교해 20% 넘게 사라졌다. 한국신용평가는 슬롯 꽁 머니의 아워홈 인수를 놓고 "큰 규모의 자금 지출"이라고 평가하면서 "아워홈 인수 과정에서 차입 활용이 필수적이고 이 과정에서 차입 부담 증가와 재무 안정성 저하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이에 슬롯 꽁 머니는 당장의 기업가치보다는 슬롯 꽁 머니와의 시너지를 낼 미래 가치에 무게 중심을 두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5월 김 부사장이 '아워홈 비전 2030'선포식에서 "기업가는 장사꾼과 달리 사업을 통해 세상을 이롭게 해야 한다"며 "이윤만을 좇기보다는 의미와 가치를 찾을 수 있는 비즈니스를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사장이 미처 인수하지 못한 아워홈의 40.27% 지분을 어떻게 확보할지도 관심이 쏠린다. 아워홈 이사회에 따르면 경영상 주요 의사결정을 진두지휘하기 위해선 주식의 3분의 2 이상(약 66%)을 쥐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매각에 반대 입장이 강경한 구명진 전 이사(19.28%)와 구 전 부회장(20.67%)이 잔여 지분을 갖고 있는 만큼, 슬롯 꽁 머니는 아워홈과 당분간 ‘불편한 동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슬롯 꽁 머니그룹 관계자는 "구 전 부회장이 우선매수권 권리나 의사 결정 과정의 절차상 하자를 핑계로 견제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그럴 경우 매매 계약을 체결한 아워홈 주주들과 공동으로 대응할 계획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나윤 기자 abc123@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