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과 함께 생활수준 상승이 체감 소득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사진=셔터스톡]](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06/48695_41971_156.jpg)
미국 소비자금융업체 뱅크레이트(Bankrate)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약 77%는 자신이 재정적으로 안정적이지 않다고 느끼고 있었다. 이중 4명 중 1명 이상은 최소 연봉 15만 달러(약 2억 800만 원)를 벌어야 재정적 안정을 느낄 수 있다고 답했다. 이는 미국 노동통계국(BLS)이 집계한 미국의 연평균 소득 약 6만 2000 달러(약 8600만 원)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인식의 배경에 지난 몇 년간의 고물가와 ‘생활 수준 상승(lifestyle creep)’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뱅크레이트는 팬데믹 이후 2020년부터 현재까지 누적 물가 상승률이 약 24%에 달한다고 밝혔다. 즉, 2025년 기준 15만 달러는 2020년 기준으로 약 12만 달러의 구매력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물론 팬데믹 이후 임금도 상승했지만, 주택·자동차·식료품 등 미국인 삶의 주요 고정지출 항목이 두 자릿수 이상으로 가격이 상승하면서 실질적 부담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페퍼다인대학교 비즈니스스쿨의 브랜든 파슨스 교수는 “우리는 1970년대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경험했으며, 이로 인한 충격이 ‘삶의 질 하락’에 대한 인식을 키웠다”고 말했다.
다만 단순히 경제지표만으로 이 같은 인식을 설명하긴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널드월렛(NerdWallet)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엘리자베스 렌터는 “사람들이 느끼는 소득 불안감은 실제 지출보다는 기대치와 비교해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널드월렛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연봉 10만 달러 이상을 받는 미국인의 42%가 “월급을 월급으로 이어간다”며 생활고를 호소했다. 렌터는 “수입이 늘어나면 그에 따라 주거비, 의류, 오락비 등도 점점 더 높아지는 ‘생활 수준 상승’ 현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더 많이 벌어도 더 많이 쓰게 된다는 얘기다.
현재 미국의 경제 지표는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5월 한 달간 13만 9000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해 전문가 예상치를 상회했고, 실업률도 4.2%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 중이다. 증시도 최근 지정학적 불확실성에도 역대 최고치 근처에서 거래되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인의 체감 경기는 여전히 불안한 상태다. 뱅크레이트의 경제분석가 사라 포스터는 “지금의 고비용 경제는 주거, 교육, 의료, 육아까지 모든 영역에서 소비자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며 “이제는 연봉 15만 달러도 고소득이라기보다는 일부 지역에선 중산층 소득으로 간주된다”고 지적했다.
/ 글 Marco Quiroz-Gutierrez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