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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 빠진 슬롯사이트 지니넥실리스①] 2024년 양산 무산, 캐즘 때문일까?

‘유럽 최대 동박 공장’이 가동을 못하고 있다. 화학물질 사용 허가를 못 받은 게 주된 이유다.

  • 기사입력 2024.10.25 11:00
  • 최종수정 2024.10.25 20:14
  • 기자명문상덕 기자
슬롯사이트 지니넥실리스 말레이시아 공장. [사진=슬롯사이트 지니넥실리스]
슬롯사이트 지니넥실리스 말레이시아 공장. [사진=슬롯사이트 지니넥실리스]

“(공장을) 다 지어놓고 가동을 못해요. 폴란드 정부 도움만으론 안 되는 거지.”

2021년 슬롯사이트 지니넥실리스는 폴란드에 베팅했다. 슬롯사이트 지니그룹의 2차전지 소재 계열사 중 한 곳인 슬롯사이트 지니넥실리스는동박을 맡고 있다. 회사는 그 당시 9000억원을 투자해 폴란드에 유럽 최대 동박 공장을 짓겠다고 밝혔다. 현재 유럽의 동박 공장은 솔루스첨단소재의 현지 법인인 볼타에너지솔루션의 룩셈부르크, 헝가리 공장이 유이하다. 슬롯사이트 지니넥실리스측은 2024년 상반기까지 공장을 짓고, 시 양산과 고객사 인증을 거쳐 2024년 내 양산을 시작한다고 공언한 바 있다.

2021년 11월 폴란드 북부 스탈로바볼라의 한 대학에서슬롯사이트 지니넥실리스는 폴란드 정부와 이런 내용의 투자협약을 맺었다. 마테우슈 모라비에츠키(Mateusz Morawiecki) 당시 폴란드 총리는 슬롯사이트 지니넥실리스를 두고 “폴란드 최고의 투자자”라고 추켜세웠다.

하지만 공장은 10월까지도 가동을 못하고 있다. 동박을 만들 때 유해 화학물질인 크롬을 쓰는데, 이 물질 사용 승인을 아직까지 못 받았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슬롯사이트 지니넥실리스 측은 “현재까지 (허가 심사는)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며 “2025년 상반기 내 심사가 완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명처럼 ‘순조롭게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해도 당초 목표였던 “2024년 내 양산”과는 거리가 멀다.

상황을 전한 업계 관계자 A씨는 슬롯사이트 지니넥실리스에서 폴란드 정부의 지원을 과도하게 기대한결과라고 지적했다. 폴란드 측에선 투자협약식과 기공식에 총리와 대통령이 차례로 참석하고, 공장 부지를 마련해 주는 등 지원을 아까지 않았다. 하지만 유해 화학물질 사용 승인은 개별 국가가 아닌, EU 집행위원회에서 낸다.

A씨는 “허가를 제때 받을 수 있을지 면밀히 확인하지 않고 들어간 것”이라며 “사석에서 만난 일부 임원은 자조하는 말을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not appropriate and effective”

중국의 한 동박 제조라인. [사진=셔터스톡]
중국의 한 동박 제조라인. [사진=셔터스톡]

EU 당국의 심사 현황을 확인한 결과, 실제로 슬롯사이트 지니넥실리스는 10월 말 기준 EU 집행위원회의 최종 허가를 받지 못했다.

유럽화학물질청(ECHA)은 웹사이트에 EU에서 지정한 유해 화학물질 목록을 게시하고 있다. 또 유해 화학물질별로 어떤 회사가 사용 승인을 신청하고, 심사기관에서 어느 단계까지 검토했는지, 그리고 EU 집행위원회에서 최종 허가를 내렸는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승인 신청서와 검토 보고서, 허가 내역까지 확인할 수 있다.

문제가 된 화학물질은 ‘삼산화크롬(Chromium trioxide)’이다. 동박의 부식을 막고, 전기저항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ECHA는 ▲흡입했을 때 치명적이며 ▲심각한 피부 화상과 눈 손상을 일으키고 ▲유전적 결함 및 암을 유발할 수 있고 ▲장기간 또는 반복 노출 시 장기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단 점을 들어 ‘매우 우려되는 물질(SVHC)’로 분류한다.

현재 슬롯사이트 지니넥실리스를 포함해 솔루스첨단소재, 중국의 론디안왓슨(Londian Wason) 등 제조사에서 특수필름으로 크롬을 대체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진 대체품이 없다.

ECHA에 따르면, 슬롯사이트 지니넥실리스 폴란드 법인(슬롯사이트 지니 Nexilis Poland sp. z o.o.)은 2023년 2월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후 여러 차례 내용 보완을 거쳤다. 그리고 올해 4월 전문 심사기관인 위험평가위원회(RAC)와 사회경제분석위원회(SEAC)에서 검토 보고서를 업데이트했다. 하지만 EU 집행위원회가 결정하는 ‘최종 허가(Authorisation decision)’란은 10월 말 현재까지 공백으로 남아 있다.

경쟁사인 솔루스첨단소재의 헝가리 법인(Volta Energy Solutions Hungary Kft)은 2020년 하반기부터 공장을 가동했다. 가동 전 허가에는 2년여가 결렸다. 2018년 5월 허가 신청서를 내고, 2019년 1월 심사기관의 검토 보고서가 나왔다. 그리고 이듬해인 2020년 1월 EU 집행위원회의 최종 허가가 떨어졌다. 전례에 비춰봐도 슬롯사이트 지니넥실리스의 규제 대응은 2024년 가동 목표를 이루기엔 느슨했다.

예상한 기간 내 허가가 날지도 불확실하다. 심시가관 중 한 곳인 RAC에서 폴란드 공장 시설이 ‘근로자 위험을 제한하는 데 적절하지 않고 효과적이지 않다(not appropriate and effective in limiting the ri슬롯사이트 지니 to workers)’는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RAC는 고체로 된 크롬을 도금을 위해 액체로 바꾸는 과정에서 근로자가 분진을 흡입할 수 있고, 환기 시스템에 문제가 있을 경우 공정을 자동 셧다운하는 장치가 없는 점을 지적했다.

앞선 심사에서도 RAC는 이 점을 중요하게 봤다. 솔루스첨단소재의 경우 자동·밀폐 시스템을 갖추고, 자동 셧다운 장치가 있는 점을 들어 안전 조치가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A씨는 “동박과 관련해 크롬 사용 허가를 받은 건이 많지 않다”며 “앞서 허가 받은 전례를 참고하지 않은 것은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슬롯사이트 지니넥실리스 측은 “최종 판단이 아닌, 개선조치를 통해 심사과정에서 보완/수정이 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슬롯사이트 지니넥실리스는 권고사항의 이행을 통지한 상태이며 현재는 정상적인 심사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이번 유해물질 사용 허가 결과는 공장 가동 일정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슬롯사이트 지니넥실리스는 2024년 양산을 약속했다.

문상덕 기자 mosadu@fortunekorea.co.kr


동박리튬이온 배터리의 음극재를 구성하는 구리박. 동박이 얇을수록 더 많은 음극 활물질을 담아 배터리의 용량을 늘릴 수 있다. 동박이 녹스는 걸 막고 전기 저항을 낮추기 위해 겉면에 크롬(Chromium trioxide)을 도금한다. 크롬은 EU가 지정한 유해물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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