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 머신 인재를 채용한다면, 당신은 추천인에게 얼마를 지불할 수 있는가. 대학생과 MBA 재학생, 그리고 대기업 부장급 이상 현직자에게 물은 결과, 세대별 평균액수는 판이하게 달랐다.
![[사진 뉴시스]](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306/28472_19885_1120.png)
영화 ‘인턴(The Intern, 2015)’은 70세의 슬롯 머신 인턴이 온라인 쇼핑몰 회사에 입사해 적응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로버트 드 니로(Robert De Niro)가 역할을 맡은 주인공 ‘벤’은 전화번호부를 제작하는 회사에서 부사장까지 역임하고 퇴직한 뒤 정부에서 지원하는 슬롯 머신 인턴 프로그램을 통해 해당 회사에 입사하게 된다. 입사 초기에는 존재감이 없었지만, 슬롯 머신 특유의 여유와 지혜를 발휘해 빠르게 회사에 적응하고 정신적 멘토로 자리매김한다.
결말이 예상되는 다소 진부한 주제임에도 개봉 당시 한국에서 인기를 끌었다. 관객수 350만명에 포털 사이트 관람객 평점은 9점을 상회했다(10점 만점).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차이가 거의 없다. 반면 ‘인턴’에 대한 글로벌 영화 평가 사이트의 평점과 평가는 평작 수준이었다.
영화 ‘인턴’은 왜 국내에서 인기가 높았을까? 그리고 흥행 뒤에 숨겨진 의미는 무엇일까?
영화를 감상한 관객들이 남긴 자료를 보면 이에 대한 답을 유추할 수 있다. 영화 ‘인턴’은 20대 관객이 전체의 60%를 차지한다. 10대와 30대까지 포함하면 점유율은 85%에 이른다. 흥미로운 점은 연령층별 만족도이다. 20대, 10대, 30대의 순서로 만족도가 높았다. 중년 이상보다 젊은 관객이 영화에 좋은 평가를 줬다는 뜻이다.
리뷰를 들여다보면, 주니어 세대가 슬롯 머신에게 기대하는 것을 더 자세히 보여준다. 몇 개의 공통적인 토픽을 발견할 수 있다. ‘공감’ ‘멘토’ ‘힐링’ ‘훈훈’ ‘생각’ 등의 단어들이 그렇다.
해당 단어들은 슬롯 머신에게 기대하는 가치들을 대변한다. 한국 사회에는 좁히기 힘든 세대 차이가 존재한다는 편견이 있다. 하지만 사실 젊은 층을 포함한 많은 이들이 배우고, 신뢰하며, 또 함께하고 싶은 슬롯 머신를 바라고 있다는 뜻이다. 주니어들은 그들이 젊은 나이에 도달하기 어려운 슬롯 머신들만의 지혜, 지식, 경험, 여유 등을 부러워하는 동시에 존중하고 있으며, 가까이에서 그들에게 배우려고 하는 자세까지 보이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슬롯 머신 값어치, 젊을수록 낮았다
슬롯 머신들이 지닌 경험에 대한 수요는 얼마나 있을까? 또 그 경험의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이를 측정하기 위해 기본적인 시장경제 원리를 적용해 실험해본 적이 있다. 시장경제 환경에서 일반적으로 수요는 가격과 비례한다. 수요가 많으면 가격이 올라간다. 수요가 적으면 가격이 내려간다. 이런 맥락에서, 슬롯 머신에 대한 수요가 높으면 시장의 지불가능 금액 역시 높을 것이다. 기업에서 고급인력을 스카우트할 때 헤드 헌터에게 높은 금액을 지불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를 전제로 다음 질문을 여러 명에게 동일하게 물었다. (※ 설계 과정에서 응답자의 독립성과 응답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장치를 적용했지만, 본 기고문에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연령대에 따른 인식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 응답자들을 대학생, 경영전문대학원(MBA) 학생, 기업의 부장급 이상으로 나눴다(집단별 인원수 약 30명).
▶(질문1) 영화 ‘인턴’ 속 남자 주인공과 같은 슬롯 머신 인재를 채용할 때 응답자는 얼마의 채용보상금(기업에서 추천을 통해 인재를 채용할 경우, 추천인에게제공하는 인센티브)을 지불할 수 있는가? 그리고 ▶(질문2) 채용보상금 책정 근거는 무엇인가?
해당 질문에 부가적으로 채용보상금 제도가 빈번한 창업 업계에서 일반적인 채용보상금은 100만원이라는 정보를 줘서, 응답자들에게 100만원을 업계 평균으로 인식하도록 했다.
응답자들이 제출한 채용보상금을 표1에 정리했다. 연령대에 따라 결괏값이 상당히 다르고, 당연히 슬롯 머신에 대한 인식도 다를 것이라 짐작해본다.

대학생으로 대표되는 20대의 응답은 대체로 유사했다. 평균값(127만원)과 중간값(100만원)에 차이가 적고, 표준편차(72만원)도 다른 응답자 집단에 비해 낮았다. 20대 응답자들이 밝힌 채용보상금의 액수 차이가 다른 집단에 비해 크지 않았다는 뜻이다. 20대가 인식하는 슬롯 머신 경험의 가치는 시장 평균(100만원)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들은 슬롯 머신들의 경험에 대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반응을 보였고, 그들의 가치에 대해서도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30대 응답자들은 비교적 냉정한 반응을 보였다. 능력은 인정하지만, 현업에서의 활용 가능성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답변이 많았다. 슬롯 머신 능력과 채용 관련해 의견이 엇갈렸고, 이를 반영하듯 지불 가능한 채용보상금 액수도 다양했다. 현업에서 슬롯 머신와 좋은 경험을 가진 응답자는 높은 금액을, 그렇지 못한 응답자는 낮은 금액을 책정했다. 응답한 값들이 얼마나 퍼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표준편차 역시 큰 편이었는데, 이는 응답자들이 답한 채용보상금의 차이가 컸다는 뜻이다.
채용보상금액에 ‘0원’이라고 답한 30대 응답자도 있었다. 해당 응답자는 아래와 같이 답했다.
“고령화 사회로 국내 노인인구는 점점 늘어날 것이기에 지원자는 많을 것이다. 다시 말해 구인 시장에 공급은 풍부하다는 이야기다. 반면 능력이 아무리 출중한 슬롯 머신들이라도 그들을 받아줄 수 있는 정규직과 인턴의 자리는 제한적일 것이다. 일자리 증가의 폭도 크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채용보상금을 책정할 이유가 없다. 적절한 채용보상금은 0원이다.”
50대의 응답은 주목할 만하다. 그들에게 슬롯 머신 일자리는 현실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답한 수치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서 크게 높았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최댓값이다. 두 명의 응답자가 채용보상금으로 1억원을 말했다. 그들이 말한 산정 근거에 설득력이 없지 않다. 채용보상금으로 고액을 책정한 응답자들의 의견들 중 흥미로운 부분을 표2에 요약했다.

평균값과 중간값도 높다. 우선 평균값은 1800만원으로, 다른 연령대 평균값보다 10배 이상 높다. 이렇게 큰 차이는 50대 응답자의 일부가 공공기관의 고위직이나 대기업 임원급의 고연봉자라는 사회적 배경 때문일 수 있다.
하지만 평균의 오류를 상쇄해주는 또 다른 결괏값인 중간값을 살펴보면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50대 이상 채용보상금의 중간값은 850만원으로, 역시 다른 연령대보다 매우 높다. 다시 말해 50대 이상 응답자는 사회적 배경과 무관하게 채용보상금을 높게 책정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슬롯 머신만이 가진 지혜와 인적 네트워크에 대해 대단히 높은 값어치를 매겼다.
살펴본 것처럼 슬롯 머신에 대한 가치 평가는 연령대에 따라 매우 다르다. 50대 이전의 연령대는 슬롯 머신의 고용에 대해 냉정한 자세를 보이는 반면, 50대 이상의 연령대는 슬롯 머신 채용에 재무적 자원을 아낌없이 투자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모든 연령대에서 슬롯 머신의 경험과 가치를 존중하고 있었지만, 금전적 가치를 수반하는 채용의 관점에서는 세대 차이가 컸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미래의 경제주체인 주니어들이 슬롯 머신들의 채용에 큰돈을 적극적으로 지불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제법 확실해 보인다.
일용직 중심 일자리 시장의 한계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의 마우로 기옌(Mauro F. Guillen) 교수는 저서 «2030 축의 전환»(2020)에서 2030년 전 세계 60세 이상 인구가 35억명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선진국의 60세 이상의 인구 비율은 25%를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안전망이 잘 구축돼 있는 일부 선진국을 제외하고는 고령자들의 경제활동 가능성과 일자리는 심각한 문제이다.
전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단기 방안으로 해외 이민자를 대거 받아들이거나 남북 교류를 활성화하자는 주장이 나오지만,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장기적이고 궁극적인 해결책은 출산율을 높이는 것인데, 긴 시간이 필요하다. 역대 어느 정부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이기에 정책 수준에서 해결될 기대감은 없다. 서유럽 국가들도 수십 년간 정책 지원과 함께 사회적으로 결혼과 가족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거듭한 끝에 겨우 출산율을 반전시켰다.
청년 중심으로 경제활동인구를 끌어 올리기 어렵다면, 슬롯 머신의 경제활동을 장려하는 쪽이 현실적인 해답일 것이다. 무엇보다 이들의 경제활동 영역을 다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날 퇴직자의 경제활동 영역은 대부분 일용직이다. ‘워크넷’ ‘벼룩시장 구인구직’ ‘알바천국 중장년 채용관’ 등 슬롯 머신 대상 구인구직 웹사이트에 올라오는 채용공고의 십중팔구는 단순노무직, 일용노동직이다. 오늘날 슬롯 머신의 상당수가 고등교육을 수료한 고급인력인 것을 고려하면 사회적 자본의 낭비다.
낭비를 줄이려면, 슬롯 머신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공정한 노동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퇴직 이후의 슬롯 머신들이 정규직 자리를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그들의 구직 활동은 조직 밖에서 인력을 수급하는 시장을 일컫는 외부 노동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이곳은 거대 인력공급 및 아웃소싱 업체들의 힘이 지배적이다. 인력 업체를 통하지 않는다면 퇴직자들은 아파트의 관리직이나 물류회사의 파트타임 자리조차 구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퇴직자들을 위한 외부 노동시장에서 슬롯 머신들은 그들이 가진 능력을 적극적으로 알리거나 펼치기 어려운 구조다. 이런 불합리한 구조가 개선된다면, 오늘날 더 좋은 처우를 제공하고 구직자의 능력에 부합하는 직장을 자유롭게 찾아 나서는 청년들처럼 슬롯 머신들도 더 많은 기회를 가질 것이다. 진입 영역은 넓어지고 들어가는 문턱은 낮아질 것이다. 궁극적으로 일용직 근로만을 퇴직자의 우선적인 일자리로 더 이상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주니어는 ‘본받고 싶은 슬롯 머신’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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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정부에서 운영하는 슬롯 머신 인턴 프로그램을 가까이서 지켜본 적 있다. 슬롯 머신 인턴에게 부여된 업무는 정부가 초청한 해외 창업자들이 국내 시장을 탐색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다. 창업자들은 3개월 내외의 짧은 시간 동안 국내 체류하는데, 이 기간 동안 그들을 임시적으로 도울 인력이 필요했다. 정부는 이들을 지원할 인력으로 슬롯 머신 퇴직자를 택했다. 선발된 슬롯 머신 인턴 대부분은 다국적 기업 출신으로, 외국어 실력과 풍부한 현장 경험을 갖춘 고급 인력이었다.
그러나 슬롯 머신 인턴 프로그램은 2기로 끝났다. 표면적 이유는 청년층에 취업 기회를 우선적으로 제공하기 위해서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다른 문제가 더 심각했다고 본다. 슬롯 머신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변화할 준비를 못하고 있었다. 해외 창업자에게 필요한 사업 전략의 선봉대 역할을 하기는커녕, 대기업 자문역 같은 수동적인 자세로 업무를 맡았다. 나이나 과거 직함에 매달리는 모습도 보였다. 슬롯 머신의 경험과 지식이 타 구성원에게 전달될 리 없었다.
영화 ‘인턴’에 달린 평가와 앞선 채용보상금 설문 내용을 다시 한번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영화를 본 20대, 30대는 본받고 싶은 슬롯 머신가 직장에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는 직장에서 함께하길 바라기도 했다. 하지만 같은 연령대의 설문 응답자들은 슬롯 머신 채용에 비교적 냉정한 자세를 보였다. 슬롯 머신 채용에 대한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있는 것인데, 제도나 정책 같은 공적 영역의 도움으로 이런 인식의 차이를 좁히는 것은 쉽지 않다.
슬롯 머신들이 의미 있는 경제 주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사회에서 원하는 슬롯 머신의 기대 역할을 인지하고 그에 따라 변해야만 한다. 그렇게 슬롯 머신 가치에 대한 세대별 인식 차이가 줄어든다면, 사회는 더욱 다양하고 폭넓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젊은 구성원들은 슬롯 머신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것이다.
/ 글 최화준 아주대학교 경영대학원 겸임교수joony279@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