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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CEO들이 “AI가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사라지게 할 것”이라 경고하는 가운데, 미국 유기농 유통업체 홀푸즈마켓(Whole Foods Market)은 전통 기술 교육에 눈을 돌렸다.
정육과 어시장, 케이크 데코레이션 등 장인 기술을 익힌 직원은 현재 1300여 명에 달한다. 경쟁 유통사 로우스(Lowe’s)도 자사만의 기술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자동화와 인재 부족이 맞물린 시대, 유통업계는 장인직을 ‘핵심 인력군’으로 재정의하고 있다. 이 같은 프로그램은 ‘사무직은 못 구하고 기술직은 꺼리는’ Z세대 구직자에게도 새로운 커리어 경로가 될 수 있다.
AI가 사무직을 빠르게 대체하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많은 이들이 ‘자동화되지 않는 일’을 찾아 나서고 있다. 그 대안 중 하나가 바로 수작업 기반의 전통 기술 직무다. 137억 달러(약 18조 원) 규모의 식품 유통기업 홀푸즈마켓은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장인 기술 도제 프로그램’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매 분기마다 최대 300명의 직원을 이 프로그램에 참여시키며, 본사 사무직이나 계산대 근무 대신 정육사 같은 전문직으로 전환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불과 수백 명으로 시작한 단일 프로그램이 이제는 일곱 가지 특화 트랙을 갖춘 포트폴리오로 성장했어요. 향후 더 많은 트랙도 추가할 계획입니다.”
홀푸즈의 최고 상품·마케팅 책임자(CMO) 소냐 옵리스크(Sonya Gafsi Oblisk)는 포춘(Fortune)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건 시작에 불과해요. 우리 비즈니스와 함께 확장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커리어 기회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2023년 시작된 이 프로그램에는 지금까지 총 1300명이 넘는 직원이 등록했다. 최근엔 피자 장인(pizzaioli) 트랙도 추가됐다. 기존 트랙에는 어부(fishmonger), 정육사, 케이크 장식가, 치즈 전문가, 농산 전문가 등이 있다.
피자 트랙처럼 짧은 과정은 12~13주 만에 끝나지만, 정육사 같은 고난도 기술은 6개월에서 1년까지 걸리기도 한다. 옵리스크는 “직원이 프로그램에 들어가면 급여도 인상된다”며 “이전 직무와 트랙에 따라 인상폭이 다르지만, 단순 기술을 넘어 커리어의 가능성을 넓히는 계기가 된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직원이 관심 있는 분야에 몰입하고, 실제 자격을 얻게 돕습니다. 물론 평생 홀푸즈에서 일하면 좋겠지만, 현실은 언제든 떠날 수 있잖아요. 그래도 저는 ‘더 나은 모습으로 세상에 돌아가게 하자’는 마음으로 이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AI로부터 어느 정도 ‘직업 방어’를 하려는 이들에게도 이 길은 유의미하다. 전통 기술직은 컨설팅이나 고객 응대처럼 AI의 직접 위협을 받는 사무직보다 훨씬 안전하다. AI는 치즈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없지만, 훈련된 치즈 전문가는 가능하다. 현재 홀푸즈는 370명 이상의 치즈 전문가를 양성했으며, 이는 전 세계 치즈 전문가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이건 단순한 훈련이 아니에요. 커리어를 가속하는 프로그램이죠.”
등록금은 치솟고, AI는 일자리를 없애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Z세대는 ‘대학 → 사무직’이라는 경로 대신 기술직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미국인의 78%가 “요즘 젊은이들이 목수, 전기공, 용접공 같은 기술직에 더 많이 관심을 갖는다”고 답한 조사도 있다.
홀푸즈의 장인 트랙처럼, AI로 대체되기 어려운 직무는 대부분 손으로 하는 일이다. 트럭 운전, 요리, 간호 같은 일들이 그렇다. 특히 단기 훈련만으로도 취업이 가능한 기술직은 초봉이 높다. 예컨대 의료 장비 멸균 담당자는 대학 학위 없이도 연봉 7만 달러를 받을 수 있다. 홀푸즈의 도제 프로그램처럼 짧은 훈련만으로 가능하다.
로우스 CEO 마빈 엘리슨(Marvin Ellison)도 “AI가 임원급 사무직을 대체할수록, 사람들은 전기공이나 계산대 업무 같은 물리적 직무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로우스는 향후 5년간 5000만 달러를 들여 5만 명의 기술직 인재를 훈련시키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그는 “현재 숙련공 부족이 심각한 만큼, 이 기회를 통해 특수 기술을 부활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홀푸즈 역시 마찬가지다. 어부나 제빵 장식 같은 고유 기술은 자동화의 영향을 덜 받는 직무로, AI 시대에 더욱 주목받고 있다. 옵리스크는 “홀푸즈의 도제 프로그램은 AI 시대에 커리어를 가속하는 전략”이라고 말한다.
“유통은 과학과 예술의 균형이에요. AI는 효율성과 정밀도, 속도 면에서 유통의 과학에 큰 가치를 더해주고 있죠. 그런데 유통의 ‘예술’을 끌어올리는 건 여전히 인간의 몫입니다. 그래서 우리 도제 프로그램은 그 예술의 수준을 높이는 핵심 전략이에요. 이것은 단순한 직무 훈련이 아니라, AI 시대의 성과를 견인하는 커리어 시스템입니다.”
/ 글 Emma Burleigh, Orianna Rosa Royle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