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익스프레스가 2분기 호슬롯사이트 업을 기록했다.[사진=셔터스톡]](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07/49069_42443_3531.jpg)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가 또 한 번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동시에 미국의 부유층, 즉 자사 프리미엄 카드 고객들이 현재 경제 환경 속에서 어떻게 소비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드문 고화질 스냅샷을 세상에 내놓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들은 꽤 잘 지내고 있었다.
아멕스는 2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9% 증가한 179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밝혔다. 카드 회원의 총 지출 역시 같은 기간 7% 늘어난 4163억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아멕스는 프리미엄 고객층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이 실적은 고소득층 미국인의 소비 자신감과 지출 여력을 가늠하는 척도나 다름없다.
프리미엄 고객들은 지출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고급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 또한 확대하고 있다. ‘프리미엄 카드’ 현상이 과장됐거나 경기순환적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아멕스는 오히려 기술 투자와 혜택 확대를 통해 이 흐름을 강화하고 있다.
다만 이를 위한 투자 비용도 만만치 않다. 총비용은 전년 대비 14% 증가했다. 이는 기술 재투자와 리스크 관리 강화를 위한 비용뿐 아니라, 여행 관련 혜택 사용이 늘며 변동 고객관리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혜택이 고객에게는 매력적이지만, 아멕스 입장에선 수익률을 일부 갉아먹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회사는 올해 매출 성장률 8~10%, 주당순이익(EPS) 15~15.5달러 전망을 유지했다.
실적 발표 후 이어진 애널리스트 콜에서 아멕스 경영진은 밀레니얼과 Z세대가 브랜드의 고급 가치 제안에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며, 이들 세대가 새 성장축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프리미엄 카드에 대한 수요가 젊은층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실적이 아무리 좋아도 주가는 예민하게 반응했다. 이번 달 초 사상 최고치를 찍었던 아멕스 주가는 이날 오후 2.6% 하락했다. 트루이스트 증권(Truist Securities)의 애널리스트 브라이언 포런은 "지금 투자자들은 ‘좋은 실적으론 충분하지 않다’는 분위기"라며, 프리미엄 고객 혜택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영 전략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밀레니얼 세대의 카드 사용액은 전년 대비 10% 늘었고, Z세대는 무려 40%나 급증했다. 물론 비교적 낮은 기반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가능한 수치지만, 젊은 세대가 프리미엄 시장에 본격 진입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이들은 실제로 카드를 ‘열심히’ 사용 중이다. 외화 효과를 제외한 카드 수수료 수익은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2019년 이후 카드 수수료 수익은 두 배 이상 늘었고, 최근 골드, 델타, 힐튼 카드 혜택 리뉴얼은 계좌 수 급증과 98%에 달하는 고객 유지율로 이어졌다. CFO 크리스토프 르 카이예크(Christophe Le Caillec)는 “수수료 기반 고객 확보 → 높은 유지율 확보 → 상품 리뉴얼 및 가격 재조정으로 가치 극대화”라는 전략이 유효했다고 강조했다.
이를 기반으로 아멕스는 오는 가을 미국 소비자 및 기업 대상 플래티넘 카드 리뉴얼을 예고했다. 밀레니얼 백만장자와 Z세대 고소득층을 타깃으로 한 고급 혜택과 보상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코인베이스(Coinbase)의 새로운 ‘원 카드(One Card)’가 아멕스 네트워크에서 발급되는 것도 주목된다. 이는 디지털 자산에 관심이 많은 젊은 전문가층을 겨냥한 전략이다.
지출이 늘어났다고 해서 고객 신용이 나빠진 건 아니다. 오히려 아멕스 고객들의 재무 건전성은 탄탄하다. 미 연준이 시행한 2025년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아멕스는 가장 낮은 신용카드 손실률과 가장 높은 자산 수익률을 기록했다. 경기 침체 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에서도 아멕스 고객은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의미다.
2분기 순상각률(net write-off rate)은 2.0%로, 전년 동기(2.1%)보다 소폭 개선됐다. 전반적인 신용 건전성 역시 ‘업계 최고’ 수준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특히 Z세대와 밀레니얼 고객의 연체율은 같은 연령대 평균보다 낮았고, 심지어 중장년층 고객 대비 40%가량 더 양호한 수준이었다.
다만 인기의 역설도 있다. 프리미엄 카드의 공항 라운지 혜택이 지나치게 많은 이들에게 제공되며 혼잡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CEO 스티브 스퀘리(Steve Squeri)는 “라운지를 더 키우고 있다”며 라스베이거스 공항에서 운영 중인 ‘사이드카’ 형태의 소형 라운지를 언급했다. 이는 ‘스피크이지 스타일’의 간이 바 형태로, 간단한 음료나 간식을 빠르게 즐기고 나올 수 있는 공간이다.
아멕스의 기록적인 매출과 늘어나는 비용은 이 프리미엄 전략이 당분간 계속해서 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글Nick Lichtenberg & 편집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