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본관이 리노베이션을 준비 중이다.[사진=셔터스톡]](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07/49006_42359_1528.jpg)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롬 파월(Jerome Powell)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에 대한 정치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표면적 이유는 워싱턴 D.C.의 마리너 S. 에클스(Marriner S. Eccles) 연준 본관 리노베이션. 총사업비가 당초 예산보다 7억 달러 초과된 25억 달러로 불어나면서 “예산 낭비와 절차 위반”을 문제 삼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예산국장(OMB) 러셀 보트(Russell Vought)는 최근 파월 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지출이 과도하다”며 공식 문제를 제기했다. 여기엔 VIP 전용 식당, 옥상 정원 등 사치성 요소에 대한 질의도 포함됐다. 파월 해임 명분을 쌓기 위한 정치적 공세의 전조로 해석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제기한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리노베이션 예산이 계획보다 크게 초과했다는 점. 둘째는 2021년 승인된 원안과 다른 설계 변경이 국립수도계획위원회(NCPC)의 재승인을 받지 않고 진행됐다는 주장이다. NCPC는 워싱턴 D.C.의 공공건물 도시계획을 관장하는 정부기관이다.
예산국장 보트는 파월 의장에게 “일부 고급 시설이 포함됐는지 여부”와 “계획 변경 절차 준수 여부”를 집중 질의했다. 파월은 이에 대응해 미 연준 감사관(Michael Horowitz)에게 내부 감사를 지시했다.
연준은 공식 FAQ를 통해 “물가와 인건비 급등, 예기치 못한 석면 처리, 정부 기관의 반복적 검토 과정 등이 예산 증가의 주요 원인”이라고 해명했다. 초기에 계획됐던 옥상정원 같은 시설은 현재 계획에서는 제외됐다고도 밝혔다.
문제는 ‘무엇이 새롭고(new), 무엇이 기존 시설 보수인지’에 대한 해석 차이다. 예컨대 에클스 본관 4층에는 이미 프라이빗 다이닝룸이 존재하는데, 이를 리모델링할 뿐 ‘신설’은 아니라는 게 연준 측 설명이다. VIP 전용 엘리베이터 역시 기존 설비를 수리하는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보트 국장은 파월이 지난 6월 상원 청문회에서 “새로운 VIP 식당, 새로운 대리석, 새로운 물 관련 설비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증언한 점을 지적하며, 이 발언이 사실이라면 NCPC 승인 없이 계획을 변경한 것이고, 거짓이라면 의회에 허위 진술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리노베이션 논란은 연준의 금리 동결 기조에 대한 백악관의 불만과도 맞물려 있다. 트럼프는 두 번째 임기 시작 이후 금리 인하를 지속적으로 촉구해왔지만, 파월은 “현재 미국은 경기 대응 여유가 있어 급하게 금리를 낮출 필요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에 백악관 대변인 쿠시 데사이(Kush Desai)는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동시에 납세자의 혈세가 낭비되지 않도록 감시할 수 있다”며 이번 공세가 이중 메시지가 아님을 강조했다. 트럼프는 과거에도 “금리를 늦게 내린다”며 수차례 불만을 표출해왔다. 최근에는 “금리가 지금보다 3%포인트는 낮아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다만 기자들과의 문답에서는 “파월을 당장 해임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에클스 본관은 연준의 역사적 상징물이자 본부 건물로, 파월은 “의장에 취임하기 전부터 대대적 리노베이션이 필요하다고 판단돼 시작한 사업”이라며 “현직자라면 누구나 이런 대규모 공사를 후임자에게 넘기고 싶겠지만,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수장들은 이미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보트 국장은 “이번 공사는 괴물(monstrous)”이라고 비판했고, NEC(국가경제위원회) 수석이었던 케빈 해셋(Kevin Hassett)도 “대통령은 파월을 해임할 권한이 있다”고 공개 발언했다.
연준은 언론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고, 관련 입장은 홈페이지를 통해만 밝혔다. 하지만 에클스 본관의 보수 공사는 이제 금리와 정치, 예산 감시 논쟁의 한복판으로 들어섰다.
/ 글Paolo Confino & 편집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