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대한 고강도 혁신 이어갈 것." 올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꾸준히그리고 가장 많이 한 말중 하나이다.
원 장관 또는 정부의 이 같은 의지는 어느정도 이해가 간다. 지난 2021년 LH 직원들이 '정보를 빼돌려' 불법 투기를 통해 시세차익을 거둔 것이 드러났고, 올해 4월에는 검단신도시 철근누락으로, 또 이로 인한 붕괴사고로 민심이 극에 치달았기 때문이다.
LH는 사건 발생 때마다 나름의 자구책을 발표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원론적인 책임회피책에 불과했고, 제대로 된 해명과 책임을 지기 위한 명확한 답변은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는고강도 혁신안을 통해 원 장관의말 실천에 나섰다.LH가 72%를 독점하던 공공주택분야에 민간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파격적인' 개선안을 내놓은 것이다. 지난 1962년 LH가 조직된 이후 61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정부의 의도는 LH와 민간기업을 경쟁시켜 더 잘 짓는 곳에 공공주택 건설을 맡기겠다는 것이다. 특별 금리주택기금 지원과 미분양 매입 등 LH에만 부여하던 혜택을 민간에도 부여하기로 하는 등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는 취지다.
표면적으로는 '경쟁을 통한 공공주택 품질 높이기'라는 목적이나 사실상 LH의 기능을 어느정도 줄이고, 권한을 분산하겠다는 징벌적 조치의 성격이 강하다.
정부의 이러한 취지에는 어느정도 동의하지만 과연 어느정도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민간에 공공주택 건설의 전반을 맡기겠다는 의도는 이해하나, 민간주택보다 현저히 낮은 공급가를 책정한 공공분야에 과연 민간기업들이 얼마나 뛰어들지 업계에서는 확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최근 건설업계 상황은 매우 좋지 않다.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민간 재건축 부문에서도 공사비를 두고 분쟁이 이어질 정도이다. 공공의 경우 정부통제 하에 주택가격이 책정되기에 건설사들은 원하는 수준의 수익을 보장받기 어렵고, 최악의 경우 손해까지 감수해야한다.
특별 금리 기금지원과 미분양 매입 등 정부가 내건 혜택은 사실상 최악의 경우를 마주했을 때가 돼야 작동하는 '최소한의 장치'에 불과하다. 사실상 인센티브가 아니다. LH의 기능 축소에만 지나치게 초점이 맞춰져 현실을 간과했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정부가 공공주택분야에 민간참여의 길을 열어도 자사 브랜드를 공공주택에 걸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민간기업은 찾기 어려울 것"이라며 "공공주택이미지가 최근 붕괴사건으로더욱 떨어진 데다 수익성 보장도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혁신안은 결국 시장에 더욱 악영향만 끼칠 것이란 목소리도 높다. 경기 침체 등으로 민간주택 공급물량이 감소한 가운데, 정부 역시 목표치에 한참 못 미치는 공공주택 공급 실적을 낸 상황이라 더더욱 그렇다.
실제 올해 초 국토부와 LH는 올 한 해 공공주택 8만 8000호(분양 6만호·임대 2만8000호)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9월 말 기준 실제 공급량은 5995호, 목표치의 6.8%에 불과하다.
정부의 LH 혁신안이 실질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 공급계획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가운데, 섣불리 민간의 공공부문 진출을 장려할 경우 오히려 공급이 더욱 위축될 가능성만 커지기 때문이다.
혁신을 외치는 것은 좋다. 하지만 그전에 시장 상황에 맞춰 주택공급계획을 수정하는 것이 먼저다. LH혁신도 좋지만, 주택 공급 부족으로 고통받는 실수요자들의 상황을 먼저 생각해야 할 때다.
/ 바카라 아라 김동현 기자 gaed@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