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초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는 CPhI (Convention on Pharmaceutical Ingredients) Worldwide라는 국제 규모의 제약 행사가 있었다. 전 세계 의약품 원료 제조사들이 매년 유럽에서 모이는 전시회다. 지난 2년간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참가를 미루다 필자의 회사도 이번에 전시부스를 열고 모처럼 각국에서 참가한 업체들과 활발한 미팅을 가졌다.
한국 제약사들 역시 새롭게 재편되는 글로벌 의약품 시장을 대비해 변화와 도전을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행사 기간 주요 안건들은 글로벌 공급망 붕괴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 에너지 인플레이션, 물류체계의 변화로 인한 리드타임 장기화 그리고 지속 가능성으로 정리해 볼 수 있겠다. 새로운 키워드가 있다. ‘품목 선정’. 될만한 품목, 즉 원료 공급망 체계가 견고하고, 지속적으로 시장이 공급가를 보호해 줄 수 있고,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요가 예상되는 그런 ‘품목’을 찾거나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품목, 즉 제품이나 서비스가 시장에 소개되면 ‘도입-성장-성숙-쇠퇴’라는 수명 주기를 가지게 된다. 의약품은 이 과정에서 ‘성숙’의 기간이 다른 종류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비교적 긴 편이다. 신약의 경우는 특허라는 제도를 통해 일정 기간 독점의 혜택을 누린다. 제네릭 (복제약) 의약품들도 유통망을 선점함으로 기존 품목의 이탈과 신규 품목의 진입이 쉽지 않은 의약품 시장에서 장기간 ‘성숙’의 혜택을 누린다.
제품이나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슬롯 머신 사이트도 ‘도입-성장-성숙-쇠퇴’의 수명 주기를 가진다. 이 생명 주기를 어떻게 또 얼마나 탄력적으로 관리하느냐에 따라 슬롯 머신 사이트은 도태되기도 하고 새롭게 젊어지는 회춘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번 칼럼에서는 슬롯 머신 사이트의 성장과 생명력 연장의 도구이자, 특히 미국 제약 슬롯 머신 사이트들이 도약의 지렛대로 사용했던, 하지만 우리 제약업계에는 전무하다시피 한 인수 합병 (Mergers and Acquisitions)에 대해 한번 알아보고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올해 8월, 포춘 (Fortune) 기사에 따르면, 2021년 매출 기준 글로벌 상위 10대 제약 슬롯 머신 사이트 중 미국 슬롯 머신 사이트이 4곳으로, 존슨 앤 존슨 (Johnson & Johnson), 화이자 (Pfizer), 에브비 (AbbVie), 그리고 머크 (Merck)가 이름을 올렸다. 같은 해 4월 헬스케어 전문 언론사인 피어스 파마 (Fierce Pharma)에서 발표한 글로벌 상위 20대 슬롯 머신 사이트 중에는 위의 4개 슬롯 머신 사이트을 모두 포함한 10개의 미국 슬롯 머신 사이트이 이 순위에 들었다. COVID-19 백신 ‘스파이크박스 (Spikevax)’를 개발한 모더나 (Moderna)가 2020년 미화 185억 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22조 원) 매출로 19위에 올랐고, 화이자와 함께 COVID-19 백신 프로그램의 상용화에 성공한 독일회사 바이오엔텍(BioNTech)이 단독으로 18위 (224억 달러/26조원)에 오르기도 했다.

2010년 전후로 설립된 모더나와 바이오엔텍 같은 바이오 제약사들보다 앞서 미국에서는 Amgen (1976년), Genentech (1980년), Gilead Science (1987년)등 현재 글로벌 바이오제약 산업을 주도하는 1세대 슬롯 머신 사이트들이 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에 생겨나기 시작했다. 화학기반 의약품 제조사로 시작한 존슨 앤 존슨 (1886년), 화이자 (1849년), 일라이 릴리 (1876년) 등과 비교해 짧은 역사임에도 현재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서 핵심 슬롯 머신 사이트들이 되었다. 이렇게 바이오제약산업이 급성장함에 따라 기존 화학 기반의 제약사들도 유전자 재조합, 단백질 합성, 세포치료제, 백신 등의 생물학적 제제로 사업 분야를 활발히 확장해 가고 있는 중이다.
지역으로 보면 미국의 의약품 제조와 유통의 중심지는 전통적으로 메트로 뉴욕 또는 트라이스테이트 (Metro New York / Tri-state Region)로 불리는 미 북동부 3개 주 (뉴욕, 뉴저지, 코네티컷)다. 지리적으로 동부의 큰 항구들이 자리를 잡고 내륙으로 깊이 연결되는 허드슨 강, 코네티컷 강이 북쪽으로 뻗어져 있다. 덕분에 제약산업이 태동기인 19세기 후반부터 유럽과 인적 물적 교류가 활발했다. 이후 미국의 의약품 생산과 유통의 중심이 되는데, 본격적인 제약 산업의 부흥은 1차 세계 대전, 대공황, 그리고 2차 세계 대전 이후 시작된 미국 경제의 중흥기와 같다.
이렇게 발달한 산업의 기초는 다양한 이민자로 구성된 높은 인구밀도, 수많은 대학, 연구소와 함께 제약 인프라를 조성할 최적의 조건이자 양질의 토양이 되었다. 화이자, 머크, 비엠에스(BMS-Bristol Myers Squibb), 존슨 앤 존슨 같은 글로벌 제약슬롯 머신 사이트의 본사와 제조시설을 비롯해 많은 의약품 유통회사들이 지금도 미국 북동부에 위치하고 있는 이유다.
소위 코퍼레이트 아메리카 (Corporate America)로 불리는 초대형 미국 슬롯 머신 사이트들의 성장과 발전에는 M&A (Mergers & Acquisitions)가 큰 역할을 해 왔다. 이들 슬롯 머신 사이트 중엔 앞서 언급된 제약사들도 포함되는데, 미국 제약 역사상 최대 규모의 M&A는 2000년 화이자가 고지혈증 치료제 리피토 (Lipitor) 개발사인 워너 램버트(Warner-Lambert)를 900억 달러 (당시 환율 기준 114조 원)에 인수한 건이다.

리피토는 이미 세계 1위의 처방약이었고 이 역사적인 딜을 통해 화이자는 단숨에 세계적인 규모의 제약사로 도약할 수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인수된 워너 램버트 역시 이전에 합병된 두 제약회사의 창업자 이름 Warner와 Lambert에서 온 것이다. 이후에도 화이자는 공격적인 M&A를 통해 2002년에 파마시아 (Pharmacia) 그리고 2009년에 와이어스 (Wyeth)를 인수했다. 이 두 건의 딜은 지금까지도 미국 상위 10대 제약 M&A에 포함되어 있다.
화이자뿐 아니라 글로벌 규모의 제약사 중 인수합병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슬롯 머신 사이트은 거의 없는데, 이 중 미국 제약슬롯 머신 사이트의 비중이 단연 압도적이다. 그러나 베인앤 컴퍼니(Bain & Company)가 올해 발표한 보고서 ‘Global Healthcare Private Equity and M&A Report 2022’에 따르면 딜 규모 200억 달러 (약 22조원)가 넘는 초대형 합병 (Megamergers)은 2019년 이후 급격이 줄었으나, 20억 달러 미만 그리고 5억 달러 미만의 중-소 규모 딜들은 COVID-19 팬데믹 중인 2021년까지도 꾸준히 증가했다.
이렇게 M&A는 한 슬롯 머신 사이트의 성장 과정에서 수행되는 하나의 이벤트 수준이 아니다. 전에 없던 회사와 조직을 만들고, 시장 내 경쟁구도를 전복시키며 제약업계의 흐름과 방향을 단숨에 바꾸기도 한다. 글로벌 의약품 공급망을 재편하는 데까지 그 영향력에는 한계가 없어 보인다.
우리 제약업계는? 1조원이 넘는 규모의 인수합병은 2018년도 한국콜마 (현 HK이노엔)가 사모펀드와 컨소시엄을 조성해 CJ 헬스케어를 1조3100억원에 인수한 딜이 국내 슬롯 머신 사이트 간 M&A로는 유일하고, 이 딜을 전후로 훨씬 적은 규모의 인수합병도 손에 꼽을 만큼 적다.
국내 바이오 제약사들은 인수합병이나 투자유치 등에 좀 더 개방적인 환경을 만들어 왔지만 일반 제약사의 경우 대체적으로 국내에서 생산 규모와 품목군이 서로 비슷해 타깃슬롯 머신 사이트으로서 서로 간 시너지가 부족하고, 대부분의 중견 제약슬롯 머신 사이트이 이미 상장사인 점, 글로벌 신약 개발 프로젝트나 국제 특허 기술 등의 부재로 이렇다 할 매력을 서로 가지지 못한 이유가 크다.

상장슬롯 머신 사이트이라도 가족 중심으로 경영이 이루어지다 보니 M&A 시장에 매물로 이름이 오르는 공개적인 딜 소싱이 현실적으로 불가하고 만약 진행이 되어도 실사 과정에서 심한 엇박자가 나는 경우가 발생해 성사 단계까지 이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M&A를 통해 사업범위와 조직을 확장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슬롯 머신 사이트공개 (IPO)를 통해 이를 실현하려는 제약사들이 더 많은 것도 주요한 이유중 하나다.
국내 M&A 시장을 넘어 글로벌 M&A 시장에서 성장과 변화의 기회를 찾고 우리 제약슬롯 머신 사이트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방법은 없을까? 국내 제약 슬롯 머신 사이트들은 미국에서 이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봄 롯데는 뉴욕주 시라큐스에 위치한 비엠에스(BMS: Bristol Myers Squibb)의 바이오 의약품 제조시설을 매입해 바이오 사업 진출을 알렸다. 지난 10월에는 LG화학에서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 있는 항암제 신약개발업체인 아베오 (AVEO)를 5억6600만 달러 (약 8000억원)에 인수한 뉴스를 접했다.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지난 4월 GC셀 (녹십자 홀딩스)에서도 뉴저지에 위치한 신생 CDMO회사인 바이오센트릭 (BioCentriq) 을 인수한 일도 가까이서 접할 수 있었다. 롯데는 신규 사업 영역의 개척과 전문 인력 확보를 위한 딜이었고, LG화학은 기존 신약개발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질환 연구 및 완제품 생산의 시너지를 얻기 위해, 그리고 마지막으로 GC셀 (녹십자홀딩스)은 기존 한국 내 생산 거점을 미국으로 확장해 생산 규모 증설뿐 아니라 타깃 시장을 동시에 고려한 전략적 목적의 M&A 사례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사업 초기 단계에서 모회사 (Parent company) 또는 지주사 (Holding company)로부터 지원을 받는 허브 엔 스포크 (Hub and Spoke) 방식으로 시작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현지에서 자리를 잡고 독립적으로 생태 환경을 만들어 가는 형태다.
모든 회사의 뒤에 이처럼 든든한 버팀목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전문가를 찾아야 한다. M&A는 다양한 역할의 자문사를 통해 시작되고 마무리되는데, M&A의 주체가 되는 슬롯 머신 사이트이 이 역할의 일부를 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금융자문, 법률 자문, ESG (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즉 환경, 사회, 슬롯 머신 사이트 지배구조에 대한 실사와 자문이다.
특별히 제약슬롯 머신 사이트 인수합병의 경우 제조처 실사를 수행할 기술 자문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 업무를 총괄적으로 주관해 주는 투자은행 (IB)들은 앞서 제약 허브로서 메트로 뉴욕지역을 언급한 것처럼, 뉴욕 맨해튼에 제약-바이오 딜을 전문으로 하는 부티크 투자 자문사들이 많고, 골드만 삭스 (Goldman Sachs), 모건스탠리 (Morgan Stanley), JP 모건(JP Morgan) 같은 대형 투자은행에서도 이를 주관하는 사업부가 있다. 이들은 소위 ‘매물 리스트’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슬롯 머신 사이트 인수합병이나 제조시설 매각과 매입, 또는 기술 라이선싱까지 아우르는 업무가 가능하고 이 과정에서 수행되는 각종 실사들 (Due Diligences), 그리고 딜 클로징 이후의 PMI (Post Merger Integration-인수 후 통합작업)까지를 모두 관리한다.
우리 제약 슬롯 머신 사이트의 경우에도 M&A에 대한 명확한 목표로 시작해 인수 대상 슬롯 머신 사이트의 조건에 대한 신중한 관심, 딜의 규모와 자금 조달 방법, 슬롯 머신 사이트의 미래 가치평가에 대한 매트릭스를 가지고 있다면 이제 과감히 시장을 들여다볼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슬롯 머신 사이트 가치 평가 (Valuation)의 권위자인 아슈왓 다모다란 (Aswath Damodaran) 교수는 자신의 강의와 저서를 통해 “슬롯 머신 사이트은 생명 주기 (Firm Life Cycle) 안에서 현재 어디에 위치하고 있으며, 우리의 사업 결정이 우리가 속한 주기에 적절한 것인지를 항상 자문해야 한다. 왜냐하면 시기에 맞지 않는 결정은 반드시 슬롯 머신 사이트가치를 훼손하기 때문이다”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우리 회사가 성숙기를 지나고 있는 중이라면 현상유지 (Status Quo)에 안주하지 않을 M&A와 같은 도전적인 과제를 중심에 놓고 슬롯 머신 사이트의 장기 성장 전략을 세워보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급성장의 정점에 있는 회사라면, 포트폴리오의 다양한 구성과 생산성 확장을 통해 성숙기에 다가올 풍년을 준비할 도구로서 M&A는 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 제약슬롯 머신 사이트들에게는 거대한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한 전격전의 한 방법으로서 M&A를 지혜롭게 준비한다면, 이를 통해 새로운 조직과 문화가 서로 만들어내는 창조의 에너지를 슬롯 머신 사이트성장의 도구로, 나아가 글로벌 제약슬롯 머신 사이트으로 도약할 지렛대로서 충분히 감당해 낼 수 있다고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