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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 박세현 미학평론가

  • 슬롯사이트 소닉 추천입력 2022.11.30 08:00
  • 기자명장선화 기자

박세현 슬롯사이트 소닉 추천평론가. [사진 강태훈]
박세현 미학평론가. [사진 강태훈]

하나의 직업으로 살아가는 시대는 지났다. 투 잡을 넘어 여러 개의 직업으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N잡러’의 세상이다. 만화미학평론으로 새로운 지평을 개척하는 박세현 박사는 팬덤북스를 운영하는 출판사 사장이면서, 스토리를 개발하는 스토리공장 발작의 스토리 대표를 맡고 있다. 더불어 한양여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이기도 하다. 일찌감치 ‘N잡러’의 길을 들어선 그는 따지고 보면 하나의 뿌리에서 전문성을 확장해 나가는 모습이다. 그에게 독서란 새로운 기획을 위한 도구이자 방편이며, 복잡한 지식을 정리하고 분류해 보관하는 연장통과 같다.

“일을 위해 세상을 바라보니 순수한 독서를 즐길 여유가 없다. 하지만 여전히 책에서 길을 찾는다. 출간 기획을 하고 아이디어를 구하고 스토리 개발에 영감을 얻는 데 책 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새로운 콘텐츠산업의 이론을 만들어가는 전문가로서의 여정에 전환점을 마련해 준 책 다섯 권을 골랐다.

■ 007 우주에서 온 소년(총 3권) 김삼/ 씨엔씨레볼루션

만화와 관련된 일을 하게 된 계기가 된 책이다. 1965년부터 15년간 소년동아일보에 4500회 연재됐던 연재물을 책으로 엮어낸 성과물이다. 기둥줄거리는 우주판타지다. 만삭의 몸으로 왕위에서 쫓겨난 올리브 행성의 여왕은 지구로 피신해 남매를 알에서 낳게 된다. 여왕과 함께 쫓기는 신세가 된 남매는 소년007과 만나 지구와 올리브 별을 오가며 모험을 펼친다. 첩보원 겸 탐정이었던 소년007에 감정이입을 한 것이다. 외계인을 상대로 악에 맞서 싸우는 소년007은 로망이었다. 광선총, 비행접시, 자율주행 자동차 등 50여년 전에 나온 스토리이지만 지금봐도 손색없는 뛰어난 상상력을 발견할 수 있다. 신문에서 보던 만화는 2010년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한국만화걸작선에 선정되어 책으로 복원되었고, 평론까지 맡게 되었으니 어린 시절 꿈이 이뤄진 것 같았다.

■ 참된 시작 박노해/창작과비평사

친구인 시인 김종훈 덕분에 대학 다니면서 시를 자주 읽었다. 시집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또 시집을 읽다 보면 소설과 달리 간결하면서도 임팩트 있는 문구가 떠오른다. 나의 80년대를 상징하는 시인이 김남주였다면 90년대에는 박노해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1993년 옥중 출간된 박노해의 두 번째 시집이다. 필자는 89학번으로 대학에 입학하자 민주화 학생 운동 대신 대중문화가 널리 퍼지기 시작한 때 대학생활을 했다. 1991년은 서태지가 한 시대를 열어가려 준비하던 때였다. 학생운동과 대중문화 사이에서 삶의 지향점을 잃고 방황하던 때에 이 시집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그 길을 제시해 주었다. 세상이 바뀌는 흐름을 간파할 수 있게 되었다. 분노에 찬 적대적 관계를 벗어나 화해를 하고 새로운 시작을 하자는 움직임이 도도하게 일고 있다는 느낌을 시의 행간에서 발견했다.

■ 영원한 제국 이인화/세계사

대학시절 소설 습작하면서 읽었던 책이다. 조선 숙종부터 정조에 이르기까지 당쟁사를 배경으로 조선 왕실의 권력 암투를 그려낸 소설이다. 정조 24년 1월19일 하루 동안에 일어난 사건으로 150년 당쟁사의 주제와 4000년을 이어온 동양적 이상국가의 환상을 보여주고 있다. 연대기 순으로 사건을 펼쳐내는 스토리 전개가 대부분인 전통적인 역사소설과 다른 점이 충격이었다. 하루에 벌어지는 사건으로 장편소설을 쓸 수 있다는 것이 신선했다. 영화적 시나리오를 쓰는 데 큰 도움을 얻은 책이기도 하다.

■ 미학오디세이(총 3권) 진중권/휴머니스트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후 독학으로 미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90년대 초반 철학과 미학 관련 책은 번역서가 대부분이었던 시절이었다. 번역서를 골라 읽고 원서를 곁들여 공부하는데, 문제는 미술과 철학 두가지의 통섭적∙역사적 맥락 잡기가 쉽지 않았다. 철학도로 미술까지 공부해야 하니 책에서 길을 찾는 여정은 험난했다. 중구난방으로 공부하던 차에 만난 이 책은 나에게 어마어마한 스승이 되었다. 2년여간 머리를 싸매고 읽고 또 읽었던 미학 이론을 점검하는 데 도움을 받았다. 행간의 의미가 심장을 파고들었다.

■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총 4권) 아르놀트 하우저/창작과비평사

만화 미학의 길로 들어서게 해 준 책이다. 헝가리 태생의 저자는 인간과 사회와 예술의 관계를 선구적으로 풀어내면서 20세기의 지성으로 평가받는다.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사회현상과 역사 문화인류학적 맥락에서 예술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 예술이 시대와 사회관계 속에서 빚어진 산물이라는 것. 그 중에서도 만화는 인류문화사에서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이미지와 텍스트 여기에 스토리텔링까지 복합된 매체가 바로 만화다. 내가 쓴 《캐리커처의 역사》, 《세기말의 그림은 악의 꽃이었다》 등에 미학적 이론을 뒷받침하는 데 영감을 얻었다.

※ 이 기사는 <슬롯사이트 소닉 추천 11월호에 실렸습니다.

/ 슬롯사이트 소닉 추천 장선화 선임기자 report@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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