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삼아 읽고 쓰는 사람을 작가라고 한다. 작가에게 책은 어떤 의미일까. 2004년 <여자의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를 내고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른 남인숙 작가. 책은 출간 후 지금까지 국내에서 80만권 이상 판매되었으며, 중국을 비롯해 세계 13개국에 판권을 계약, 누적 300만부 이상이 나갔다.
출판계에 여성의 마음을 헤아린 책이 없던 때에 나온 덕분에 자기계발서 부문에서 여성을 특화한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낸 첫 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의 삶은 바뀐 게 없다. 남 작가에게 읽고 쓰는 일은 일상다반사다. “책은 삶이다”라고 말하는 남 작가는 책을 읽는 행위는 숨쉬는 것처럼 당연한 일이라고 한다.
주로 한 밤에 책을 읽고 낮에는 글을 쓰는 그는 “쓰는 시간에 따라 글의 색이 달라진다. 독자들에게 좋은 이면을 보여주고 싶어서 햇빛이 비치는 밝은 곳에서 주로 글을 쓴다”면서 중립적인 세상에서 독자들이 본인의 책을 읽고 삶의 부산물인 행복을 누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책이란 하나의 세상을 깨트리는 도끼다. 다만 새로운 세상을 깨트리기까지 읽기를 반복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따라야 한다. 그런데 그 수고로움이 마치 특별한 사람들의 기술처럼 인식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수없이 많은 책을 읽은 남 작가에게 몇 권의 책을 고르라는 요청은 일견 고문이었을 터. 그는 어려운 주제이지만 이해가 쉬운 책을 위주로 골랐다.
⦁ 욕구들캐롤라인 냅 | 북하우스
거식증으로 고통받던 언론인 출신 작가 캐롤라인 냅이 여성으로서 느끼는 사회 문화적 압박 속에서 식욕, 성욕, 애착, 인정욕, 만족감 등 솟구치는 욕구를 정교하게 묘사해 낸 책이다. 유난히 까탈스럽고 예민한 탓에 인생이 고통이었을 것같은 작가에게서 같은 여성으로서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제법 오래 전에 나온 수필집인데 최근까지도 인기를 끄는 이유가 무엇일까를 생각해 봤다. 70~80년대 미국 사회를 살았던 한 여성의 삶이 지금 한국의 사정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깨닫게 해 준다. 지금 작가들은 매출을 염려하는 출판사의 제재 등으로 쓰기 어려운 비판적인 글도 서슴지 않고 써 내려간다. ‘예민한 사람이 무엇인가를 이루어내는구나’라는 느낌도 들었다.
⦁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최진석 | 위즈덤하우스
책 좀 읽은 사람이라면누구나 노자 관련 책은 한 번씩 읽는다. 나 역시 노자에 대해 여러 권의 책을 읽었다. 이 책은 노자라는 사람이 왜 나오게 되었고, 노자가 상징하는 것이 무엇인지 쉽게, 그리고 맥락을 잡을 수 있게 해 준다. 공자가 가치를 중시하는 사람이었다면, 노자는 가치를 부정한다. 대신 절대적인 자연을 끌어들여 세상살이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공자가 통치이념에 맞는 이론을 설파했다면, 노자는 개인이라는 차원에서 더욱 적합한 인물이다. 그래서 꼭 한번은 알아둬야 할 철학이라고 생각한다. 노자의 사상은 현대인의 생존법으로도 유효하다.
⦁ 프로이트의 의자정도언 | 지와인
뇌과학이 발전하면서 학계에서는 ‘프로이트는 다 틀렸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렇다면 왜 아직도 유명한걸까’ 궁금했다. 무의식이라는 개념을 창조해 낸 프로이트의 업적은 뉴튼의 만유인력에 버금갈 정도의 발견이다. 정신분석과 심리학은 다르다. 정신분석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으로 손색이 없다. 무의식은 마음을 들여다보는 프레임으로서의 지위는 아직 견고하다. 책을 읽다 보면 내가 가지고 있는 마음의 지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무엇보다도 프로이트의 이론과 사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 군주론니콜로마키아벨리 | 까치
군주론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겠지만, 군주론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본 사람도 드물다. 이 책은 ‘세상이 왜 이렇게 복잡하고 혼란스러울까’ ‘정의는 왜 구현되지 않는 걸까’ 등 세상 이치의 부조리에 한번이라도 의문을 품어본 사람이라면 그 답을 구할 수 있다. 절대군주의 잔인한 통치법을 논리정연하게 풀어놓은 이 책을 다시 읽어보니 군주의 입장이라면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를테면 ‘백성들에게 잘 해주지 말라. 다만 그들의 돈은 건드리지 말라’는 대목처럼 어린시절에는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이 이제는 쉽게 다가온다.
⦁ 살아있는 것들의 아름다움나탈리 앤지어 | 해나무
과학저널리스트였던 저자가 최신 과학지식을 유머와 위트를 곁들여 써내려가 읽으면서 웃음이 폭발하는 대목도 많다. 생물학 거의 대부분을 포괄하면서 유전학, 진화론, 분자생물학 등 다양한 지식은 기본이다. 특히 다양한 동물의 이야기는 그동안 고정관념을 뒤엎는 충격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일개미는 일만 하지 않는다. 한 군집 내의 일꾼인 일개미도 생애 20%의 시간만 일한다는 대목은 충격이었다. 그런데 왜 인간은 일개미를 생각하면서 열심히 일하는 걸까라는 궁금증도 들었다. 생명의 신비로움, 거대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생생하게 묘사한 그의 글이 흥미롭다.
/ 슬롯 사이트 장선화 선임기자 report@fortunekorea.co.kr, 사진 강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