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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 "성공한 사람은 격이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

유영만 한양대 사범대학 교육공학과 교수

  • 온라인 슬롯입력 2022.07.18 08:30
  • 최종수정 2022.07.18 10:06
  • 기자명장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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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의 지식이 대중에게 쉽게 와 닿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추상적이고 피상적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식을 쌓아가며 세상에 눈 뜨기 위해서는 독서가 필수입니다. 다만 추상적이고 피상적인 지식이 아닌, 가슴이 뜨거워지는, 그래서 실천할 수 있는 지식을 어떻게 독서로 얻을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합니다.

책장에 꽂힌 책 중에서 머리보다 가슴, 가슴보다 손발로 느끼고, 체험한 앎이 세상을 바꾸는 진짜 앎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 다섯 권을 어렵게 골랐습니다. 몸으로 지식을 깨달아야만 지혜가 됩니다. ‘체인지(體仁智)’입니다. 조선시대 선비의 공부법이기도 한 지덕체(智德體)는 지식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어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지덕체 공부법을 주장하지만, 지식에 지나치게 매몰돼 덕은 발휘하기 어려워지고 몸은 부실해지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지식도 제대로 축적하기 어렵지요. 앎을 몸으로 체험하고(體) 몸이 기억하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가슴으로 느껴야 합니다. 바로 깨달음이죠. 공자가 말한 인(仁)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그 다음 내 삶을 변화시키게 되는 지혜(智)로 승화하는 것이지요. 이것이 바로 ‘산’ 책 읽기죠. 책을 읽고 산책하며 내용을 곱씹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지요. 급격한 기술발전으로 디지털 세계가 확장되면서 책 한권을 끝까지 읽기란 쉽지 않게 되었어요.

그러나 없던 뇌의 회로를 연결하고 미약한 회로를 단단하게 확장하는데 독서만큼 효과적인 방법이 또 있을까요?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언어의 한계가 사고의 한계’라고 했어요. 성공한 사람은 격이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입니다. 품격 있는 언어를 쓰고 싶다면 책을 읽어야겠지요.”

⦁ 다시 책으로 매리언 울프 | 어크로스

인간의 뇌에는 원래 책 읽는 회로가 없었다지요. 수백년간 책을 읽으며 새로 생긴 회로는 인간의 상상력을 키우는 통로가 되었어요. 최근 디지털 정보에 지나치게 노출되다 보니 어렵사리 형성한 책 읽는 회로가 다시 사라지고 있다네요.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와 같은 500쪽이 넘는 고전을 읽기 어렵게 되었어요. 대신 단편적이고 자극적인 정보에 뇌가 쉽게 반응하게 되죠.

저자는 이를 ‘팝콘 브레인’이라고 부릅니다. 인류의 위기입니다. 사고력이란 배경지식이 쌓여야 그 속에서 연상하고 상상하게 되는데, 배경지식을 쌓을 여유가 없어요. 비교·분석 그리고 재해석해 지식을 구조화하는 능력이 떨어지니 결국 자극적인 정보에 쏠리게 되고 이런 정보 생산자의 희생물이 되기 쉬워요. 궁극에 이르면 사회체계 자체가 부실해진다고 저자는 경고합니다.

⦁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신영복 | 돌베개

힘들고 고독하고 외로운 교도소라는 공간에서 명징적인 사고와 냉철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지, 그러면서도 따뜻한 시선과 통찰력을 유지할 수 있는지 감탄하게 됩니다. 더불어 사유의 깊이에 늘 감동을 받습니다. 교육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이 책을 학습학 원론, 교육학 개론이라고 생각하고 읽어본 적이 있어요.

사람들로 하여금 배우게 하고 깨닫게 해 인력자원을 개발시켜야 하는게 기업교육의 본질인데 저자의 가르침을 적용한다면 지식은 실천에서 나온다는 것이지요. 관념적 지식보다 실천적 지식이 참다운 앎에 이르게 하는 길이라는 것이죠. ‘답은 현장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 개인적 지식 마이클 폴라니 | 아카넷

저자는 ‘거대한 전환’을 쓴 경제학자 칼 폴라니의 동생입니다. 지식에 대한 정의를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보통 대학의 석·박사 논문은 객관이 생명입니다. 그러나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논리적인 지식은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없습니다. ‘객관’을 뒤집으면 ‘관객’이 됩니다.

개인적인 지식에 인격, 철학, 신념, 열정, 수고와 같은 가치가 개입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저자는 강조합니다. 지식 창조자가 뜨거운 심장없이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겠어요. 번역에 오류가 있어 혼자서 읽기에는 한계가 있어요. 원제(Personal Knowledge)의 핵심은 ‘인격적 지식’입니다. 여럿이 함께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 장인 리처드 세넷 | 21세기북스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은 기술에 의존하게 되었죠. 장인의 손맛이 사라지게 되었죠. 그렇다면 장인이란 어떤 사람일까요. 별다른 보상 없이도 일 자체에 보람을 느끼고 세심하고 까다롭게 일 하는 인간입니다. 기술과 기계에 의존하게 되면서 인류는 장인 정신이라는 원초적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있지요. 장인은 앎의 전선으로 몸을 던진 앎의 실체입니다. 현대사회에서는 기교만 탁월한 전문가를 양산해내고 있어요. 결국 자신의 안위와 행복 추구에만 전문성을 발휘하는 기술가를 양산하다 보니 희생, 봉사와 같은 공동체의 가치관을 찾기 어려운 사회가 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저자는 제기하고 있어요.

⦁ 즐거운 학문 프리드리히 니체 | 책세상

니체의 <메시나에서의 전원시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해설한 책입니다. 우울하고 허무하다는 평가를 받는 니체의 다른 책과 달리 잠언과 우화의 형식, 시적 표현과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비판적 사유를 삶에 대한 긍정과 의지로 이끌고 있어요. 서문에 ‘지리적으로 남국, 명암은 밝음, 삶의 태도는 긍정, 표정은 웃음, 행위는 춤’이라는 설명이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허무주의자로 각인된 니체의 상을 바로 잡아 주는 책입니다. 문학, 철학, 과학 등 정통 지식 전반에 걸쳐 통렬하게 비판할 수 있는 그의 통찰에 놀라게 됩니다.

/온라인 슬롯 장선화 기자 report@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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