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순반복적인 지식 찾기는 이제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 인공지능(AI)이다. 인간은 수많은 정보를 읽고 이해하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관찰하고 생각한 후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은 어디까지 인간을 도와줄 수 있을까? 학습방법이 바뀌고 있다.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학습플랫폼 개발이 본격화하고 있다. 산학공동으로 연구하고 사업화도 가시화되고 있다.
코로나19로 기초학력 저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등교가 전면 중단되고 온라인 학습으로 대체되면서 학습 능력에 영향을 주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 원인으로 오프라인 수업을 디지털로 전환했을 뿐, 변화한 아이들이 노는 디지털 환경에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MZ세대 이후에 태어난 청소년에게 디지털 공간은 삶의 방식이자 놀이터다. 리터러시의 개념도 바뀌고 있다. 과거 텍스트로 된 글을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면, 지금은 경제·과학·데이터·시각 등 다원적인 차원으로 개념이 확장되고 있다. 어떻게 하면 학습능력을 키우면서 성큼 다가온 AI시대에 새로운 인재를 키워낼 수 있을까.
해법을 찾기 위해 인공지능 교육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는 정신호 넷츠프리 대표를 만났다. 동국대 전산학과를 졸업하고 영국계 다국적기업인 스파이렉스사코(Spirax Sarco)의 아태지역 총괄CIO(Chief of Information Office·최고정보책임자)로 기업의 경영성과를 극대화시킨 경험의 바탕에는 교육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그는 미래 세대에게 맞는 디지털 학습 도구가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Q 언제부터 교육솔루션에 관심이 있었나?
-대학을 졸업하고 영국계 다국적 엔지니어링기업인 스파이렉스사코에 입사해 전산업무를 맡았다. 일을 제법 잘 해서 2년 만에 시스템개발실장이 되었는데 승진의 기쁨도 잠시, 산적한 일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해외지사 13개국에서 사용할 시스템을 설계·개발·디자인까지 총괄하는 업무가 쉽지 않았다. 특히 조직 관리는 도전 그 자체였다. 전산시스템은 보이지는 않지만 업무의 효율을 높일 수도 있고 떨어뜨릴 수도 있다. 문제는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개발팀에서 시스템을 개발하고 완성하면 지사별로 사용하라고 통보만 하던 업무프로세스가 잘못이라고 판단, 전면 개정했다. 시스템 개발 초기부터 매일 3~10분씩 직원들에게 설명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시스템이 완성된 후 사용법만 알려주던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효율이 올라갔다. 짧은 시간 매일 학습을 해 온 터라 직원들이 바뀐 시스템을 쉽게 이해하고 자신이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깨닫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업무 성과로 이어졌고 조직이 효율적으로 바뀌는 것을 확인했다. 시스템이 사람과 함께 가면 불안감을 제거해 효율이 높아질 뿐 아니라,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는 사람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때부터 교육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됐다.
정보시스템은 문화이자 사람
MZ세대 적합한 콘텐츠 개발해야
Q 전산 개발자에서 CIO라는 관리자로 성공으로 변신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
- 정보 시스템은 문화다. 기업이든 학교든 시스템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고 그것을 시스템에 녹여내야 한다. 자신에게 익숙하던 환경이 바뀌면 사람은 불안해지게 마련이다. 일이 바뀌고 공부하는 방법이 바뀌면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될까 걱정하기 마련이다. 시스템 개발분야에서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불안감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Q 넷츠프리는 무엇을 지향하는 회사인가?
- 사명에 미션을 담았다. 입시 위주의 교육제도로 성적향상에 집중하느라 자신의 재능을 찾기 어려운 청소년들의 사고가 그물에 갇혀있다. 그들을 옥죄는 그물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창의적으로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고 다짐했다. 공부해야 할 내용은 산더미같이 쌓여 있지만 핵심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 그 핵심을 파악해주는 요약 솔루션으로 2021년 비토미를 개발했다. 코로나19로 기업은 물론 학교, 정부 등에서 화상회의와 화상 교육이 전년 대비 5배나 증가했다.

Q 비토미의 핵심 기능은 무엇인가?
- 회의나 학습 내용을 자동으로 요약해주는 인공지능 서비스다. 인공지능 STT(Speech To Text)로 영상과 오디오를 텍스트로 전환하고 텍스트로 바뀐 내용 중에서 핵심 키워드를 추출해 내는 인공지능 솔루션이다. 구글이 발표한 딥러닝 알고리즘 모델 ‘BERT(Bidirectional Encoder Representations from Transformers)’를 적용했다. 이 기술은 학계에서 다양하게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AI기반 핵심요약 생성 모델을 기반으로 한글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솔루션은 비토미가 처음이다.
Q 청소년이 주요 고객인가?
-비토미는 교육의 중요성을 인지하는 기업에서도 관심이 높다. 다만 과거의 영상학습자료만으로는 MZ세대의 학습 능력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고 느끼고 있다. 긴 호흡의 정보를 습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세대인만큼 그들에게 적합한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바로 마이크로러닝이다. 한입 크기의 콘텐츠로 짧지만 중요한 학습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짧은 콘텐츠가 우수성을 담보하지 않는다. 마이크로러닝의 핵심은 전체 콘텐츠 중에서 핵심만 추출해서 다시 정리한 후 제공하는 데 있다. 한양대학교 교육공학과 송영수 교수팀과 핵심요약 인공지능솔루션의 사업화를 위해 연구하고 있다. AI핵심요약 생성 모델을 개발하고 고도화하면서 활용분야의 확장성을 모색해나가고 있다.
글로벌 디지털 경제이끄는
혁신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
Q 교육학술정보원(KERIS)이 선정한 육성기업이 되었다고 들었다. 배경이 궁금하다.
- 교육부 산하의 KERIS가 유망한 스타트업 기업을 발굴해 지원하는 사업이다. KERIS가 육성하는 기업이 글로벌 디지털 경제를 이끌어갈 혁신 기업으로 커나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주력하는 사업이다. 지난 5월 넷츠프리가 스타트업 비대면분야 육성기업으로 선정됐다. ‘인공지능기반의 마이크로러닝 콘텐츠 제작자동화사업’인데, 팬데믹으로 인해 급격히 늘어난 초·중·고, 그리고 대학생 온라인수업의 성과를 높일 수 있는 솔루션을 제안했다. 최근 우려되고 있는 청소년들의 학습격차를 줄일 수 있는 기술에 주안점을 두고 개발했다.
Q 어차피 학습은 혼자 해야 하는 것 아닌가?
- 아이들이 달라졌다. 젊은 세대는 학습이나 토론은 물론 친구 사귀기 등 정서적인 교류도 사이버공간에서 한다. 공부법도 달라져야 한다. IT 기술로 학생들의 마음을 이해하면서 현실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솔루션이 필요하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특화하고 그 아이디어로 학습효과를 높인다면 이에 대한 보상도 있어야 한다. 특히 잘 모르는 아이들에게 가르쳐줄 때 혹은 동아리 활동으로 팀워크로 문제를 해결할 때 등 배려하는 마음을 키울 수 있는 방법도 시스템 안에 녹여낸다면, 배려·리더십 등 인성적인 부분도 디지털 환경에서 배울 수 있다. 초연결시대가 되면서 전 세계가 하나로 움직이는 요즈음 해외의 청소년들과의 교류도 더욱 활발해질 수 있다.
Q 비토미가 넷츠프리의 최종 목표인가?
- 아이들이 중심이 되는 학습플랫폼을 만들고자 한다. 2022년 교육부 개정 교육과정의 목표는 포용력, 창의력을 갖춘 주도적인 사람을 키우는 데 있다. 디지털 환경에 적합한 주도적인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개발해 나갈 것이다. 청소년들이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고 그 콘텐츠를 공유하면서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AI기술은 뇌의 학습능력을 파악하고 이에 맞춰 설계하기 때문에 누가 적극적으로 신속하게 활용해 고도화 하느냐에 성패가 달려있다.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학습플랫폼으로 미래 인재 육성에 디딤돌이 되고 싶다.
/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장선화 선임기자 report@fortunekorea.co.kr, 사진 강태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