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08/49578_43051_5813.jpg)
전 세계 AI 미래를 가로막는 건 에너지 부족도, 투자 부재도 아니다. 바로 일할 사람이 없다는 거다. 지난 7월 피츠버그에서 열린 ‘에너지 & 이노베이션 서밋’에서 이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 자리는 데이브 맥코믹 상원의원, 카네기멜런대 파남 자하니안 총장, 그리고 주요 기업인과 연방 내각 인사들이 함께했다. 펜실베이니아는 마르셀러스 셰일, 세계적 대학, 첨단 제조 허브를 기반으로 미국의 야심찬 에너지 프로젝트 중심에 서 있다.
언론은 에너지·데이터 인프라 분야에 쏟아진 900억 달러 민간 투자를 강조했지만, 더 큰 이야기를 놓쳤다. 연방정부가 1조 달러 규모의 지연된 프로젝트를 가로막던 규제를 해소했음에도, 이를 지을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문제는 피츠버그를 넘어 미국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애팔래치아에서 중서부 농촌 카운티까지 새 데이터센터와 물류 허브, 에너지 프로젝트가 착공되고 있지만 모두 같은 벽에 부딪힌다. 인력이 모자란 것이다.
미국은 향후 10년간 600만 명의 노동자 부족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건설, 제조, 운송, 물류 분야에서만 100만 개 일자리가 비어 있다. 더 심각한 건 노동력 2400만 명이 60세 이상으로 은퇴를 앞두고 있어, 산업 전반에서 인력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수요가 폭증하는 시점에 인재 파이프라인은 갈수록 얇아지고 있다.
이 부족 현상은 이중적이다. 농촌 지역에서는 건설·의료·운송·물류 분야 미충원 비율이 전체 공고의 4분의 1에 달해 성장을 이끄는 프로젝트 자체가 멈출 위기에 놓였다. 동시에 AI 경제가 새로운 기회를 열고 있다. IT·컴퓨터 사이언스 채용 공고의 15% 이상이 원격 근무 가능 직무라는 점은, 수백만 개 고부가가치 디지털 일자리가 장소 제약 없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다. 미국 노동시장은 지역에 뿌리를 두면서도 디지털로 연결돼야 하는 미래를 마주하고 있다.
마이크 로우(mikeroweWORKS 재단 설립자)는 이렇게 말했다. “AI의 미래는 숙련직을 되살리고 기술 격차를 메우는 데 달려 있습니다. 건설하지 못하고, 배선하지 못하고, 유지하지 못하면, 그 기술은 존재할 수조차 없습니다.”
그는 또 청중에게 이렇게 상기시켰다. “우리는 고등학교에서 기술 과목을 없애고, 모든 아이들이 4년제 대학 학위를 받아야만 성공한다고 믿게 만들었습니다. 그건 큰 실수였습니다. 용접, 배관, 전기 같은 일은 단순히 선택지가 아니라 필수입니다. 지금 이 분야의 인력 부족은 심각합니다.”
2000년대 수준의 경제활동참가율로 돌아간다면 수백만 명의 노동력이 더해질 수 있다. 그러나 라이트캐스트 분석에 따르면 2033년까지 청년 노동 진입자는 200만 명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농촌 지역에서 참여율을 높인다면 수십만 명의 신규 인력이 확보돼 에너지·인프라·첨단 제조 기반이 강화될 수 있다.
그렇다면 누가 미국의 AI 미래를 지을 것인가. 격차를 메우려면 선의만으로는 부족하다. 산업·교육·노동 시스템을 AI 시대에 맞게 정렬시킬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지난 8월 12일 발표된 ‘아메리카 인재 전략’은 이를 위한 5대 축을 제시했다.
핵심은 ‘공유 가능한 기술 언어’다. 산업·지역별 수요를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살아있는 데이터셋이다. 이 체계가 없으면 기업은 수요를 신호로 보낼 수 없고, 교육은 적시에 적응할 수 없으며, 노동자는 미래 경로를 볼 수 없다. 특히 농촌 지역에서 이 언어는 중간 숙련 일자리를 가시화하고 원격·하이브리드 직무와 연결시켜 고향을 떠나지 않고도 AI 경제에 참여할 수 있게 만든다.
이건 이론이 아니다. 라이트캐스트는 이미 기술 표준을 만들었다. 텍사스는 이 언어를 기반으로 한 주 단위 채용 매칭 플랫폼을 구축해 주민을 수요 직종과 직접 연결하고 있다. 프린스조지스 카운티에선 실시간 노동 데이터가 일자리 매칭률을 70% 넘게 끌어올렸다. 기술 시장이 ‘보이기’ 시작하면 속도가 붙고 성과가 따른다는 증거다.
인프라도 존재한다. 라이트캐스트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1,300여 개 기관이 숙련직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5년 내 최소 100만 명을 양성할 수 있다. 이들 커뮤니티 칼리지는 농촌 거점이자 지역 최대 고용주이기도 하다. 적절한 투자와 인정을 받는다면 차세대 AI 인력을 길러낼 준비가 되어 있다. 견습제도 역시 인력 공백을 메울 수 있는 해법이며, 연방정부도 규제 완화에 나섰다.
독일은 숙련직 인력이 고도의 훈련을 받고 존중받으며 높은 보수를 받는다는 것을 증명했다. 실시간 기술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재 전략을 제대로 실행한다면 미국도 더 빠르게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다.
로우는 강조했다. “숙련직 르네상스는 그 일 자체에 대한 존중에서 시작됩니다. 아이들에게 보여줘야 합니다. 숙련 기술자는 아이비리그 졸업생보다 덜 중요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아니, 오히려 더 중요하다는 것을.”
mikeroweWORKS 재단은 오랫동안 블루칼라 직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목소리를 내왔다. 이번에는 라이트캐스트와 함께 ‘대통령 노동 메달(Workforce Medal of Honor)’을 제안했다. 미국을 지탱하는 노동자를 기리는 상징적 제도다.
앞으로의 일은 로봇, 소프트웨어, AI 도구와 함께 진행되겠지만, 아무리 많은 돈과 에너지, 반도체가 있어도 노동자 없이는 미국의 미래도 없다. AI 기술을 활용하는 용접공, 전기슬롯 무료 사이트, 시골 마을의 원격 코더까지, 이들이야말로 ‘위대한 미국 노동자’다.
로우가 말했다. “미국을 세운 건 기술이 아닙니다. 숙련된 노동자였습니다. 미래도 그들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과감한 인재 전략이 없다면 900억 달러 투자는 멈춰 설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에게 데이터와 교육, 존중을 제공한다면 수백만 개 일자리를 채우고, 인력 부족으로 미래가 마비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 글 Chris Kibarian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