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슬롯 꽁 머니 본사.[사진=셔터스톡]](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08/49542_43011_740.jpg)
엔비디아(Nvidia)의 본사 사옥은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단순히 엔비디아가 4조 달러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토대가 된 반도체와 기술 그 자체가 녹아든 공간이다. 연구자들이 건물 안에서 일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건물 설계와 시공 과정 자체가 엔비디아의 칩과 맞춤형 소프트웨어, 그리고 기업 철학으로 구현된 것이다.
본사 단지는 스타트렉에 등장하는 우주선 이름을 딴 두 동의 거대한 건물로 구성돼 있다. 75만 제곱피트 규모의 ‘보이저(Voyager)’와 50만 제곱피트 규모의 ‘엔데버(Endeavor)’다. 두 건물은 약 4에이커 규모의 공원으로 연결돼 있으며, 엔데버는 2017년 완공됐고 보이저는 5년 뒤인 2022년에 완성됐다. 두 건물의 건설비만 9억 2000만 달러에 달한다고 벤처비트는 전했다.
설계 과정은 일반적인 건축 프로젝트와 달랐다. 엔비디아와 글로벌 설계사 젠슬러(Gensler)는 엔비디아 GPU 기반의 머신러닝 툴과 시각화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채광, 음향, 직원 동선과 협업 공간까지 최적화했다.
엔비디아 프로젝트·디자인 매니저 잭 달그렌은 월스트리트저널에 “우리는 우리만의 기술을 우리 건물에 직접 시험해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본사 전체에 가장 두드러지게 반복되는 디자인은 ‘삼각형’이다. 건축물, 보행로, 창문 어디에나 삼각형이 새겨져 있다. 달그렌은 “삼각형 모티프는 회사의 기원을 반영한 것”이라면서 “3D 그래픽은 본래 삼각형을 그리는 것에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삼각형은 가장 기본적인 다각형이다. 복잡한 3차원 형상도 삼각형 메시(mesh)로 분해할 수 있다. 하지만 엔비디아가 삼각형을 본사에 전면적으로 도입한 데는 상징적 이유도 있다.
1995년, 엔비디아는 첫 칩 ‘NV1’을 내놓았다. 이 칩은 업계 표준인 삼각형 기반 렌더링이 아닌, 2차 곡면(quadratic surface)을 구현하는 파격적 방식이었다. 그러나 지나치게 복잡했고 개발자의 지지를 얻지 못해 실패로 돌아갔다. 이어 야심 차게 추진했던 ‘NV2’ 프로젝트도 취소되면서 회사 존립이 위태로워졌다.
엔비디아는 방향을 틀었다. ‘NV3’부터 다시 삼각형 기반으로 돌아간 것이다. 이 결정은 회사에 필요한 수익을 가져다줬고, 엔비디아가 연구개발에 재투자하며 미래 혁신을 추구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이는 훗날 그래픽 업계에서 오늘날과 같은 지위를 차지하는 토대가 됐다.
물론 본사 곳곳에 삼각형만 있는 것은 아니다. 건물에는 511개의 삼각형 천창과 1만4천 그루 이상의 식물이 심겨 있으며, 80피트 높이의 ‘리빙월(living wall)’도 자리 잡고 있다. 사내외를 가로지르는 다양한 경로와 지름길은 이동 시간을 단축시키면서도 예상치 못한 만남을 유도한다. 이는 원형 동선을 통해 협업을 촉진하는 애플의 ‘애플파크(Apple Park)’와도 닮아 있다. 달그렌은 “세 번째 건물을 짓게 된다면, AI를 활용한 설계가 반드시 포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글 Dave Smith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