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07/48816_42123_5234.jpg)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사람들은 보통인터넷부터 뒤진다. 그런데 무심코 하는익숙한 행동이 개인 창의성뿐만 아니라집단 전체의 창의력까지 갉아먹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30일(현지 시간) 미국 카네기멜런대 대니얼 오펜하이머 교수팀은 인터넷 검색이 비슷비슷한 발상을 양산해 집단 아이디어의 다양성을 떨어뜨리는 ‘고착 효과(Fixation effect)’를 일으킨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우산과 방패의 새로운 용도를 가능한 한 많이 떠올려 보도록 요청받았다.한 참가자들은구글 검색을 마음껏 활용하게 했고, 다른 참가자들은 인터넷 접속을 차단했다. 개인 수준에서내놓은 아이디어 수에는 두 그룹 간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모든 참가자의 아이디어를 합쳐서 집단 차원에서발상력을평가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인터넷을 쓰지 않은 팀이 더 많고 다양한 발상을 내놓은 것이다.
오펜하이머 교수는 “검색 자유 그룹은 서로 비슷한 결과 페이지를 보고 동일한 답을, 심지어 같은 순서로 제시하는 경향을 보였다”며 “반면 검색을 못 한 그룹은 훨씬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검색은 문제 해결의 첫 단계에선 편리성을 제공하지만, 집단 전체가 같은 정보에 매달리면서 창의적 다양성을 좁히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고착 효과의 일종으로 해석된다.사람들이 처음 본 예시에 머리가 붙들려비슷한 생각만 맴도는 현상을 고착 효과라고 부른다.특정한아이디어에 노출되면사람들의 사고가 그 주변으로 쏠려 비슷비슷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되는 반면, 완전히 새롭거나 다른 방향의 아이디어를 생각하는 데는 방해를 받는다는 것이다.
‘널리 퍼질수 있는 것’을 떠올리는 과제에서 인터넷을 활용하는 경우,구글에서 버터나 잼을 본 직후라면 크림치즈같은 비슷한 식품이 곧바로 떠오를 수 있다.하지만 ‘질병을 퍼뜨리다’거나 ‘소문을 퍼뜨리다’처럼 전혀 다른 맥락의 아이디어는 잘 떠오르지 않을 수 있다. 오펜하이머 교수는 “이번 실험은 인터넷 검색이 고착 효과를 불러일으킨다는 첫 직접 증거”라고 말했다.
고착 효과는 실험자가 인터넷을 통해 얻은정보량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검색 결과가 넘쳐나는 우산에 대해서는, 인터넷을 쓴 개인이 더 많은 아이디어를 냈지만 집단 전체의 다양성은 떨어졌다. 반대로 자료가 거의 없는 방패문제에서는, 인터넷을 썼던 팀이 더 기발한 발상을 내놓았다. 연구진은 “도움을 기대했다가 찾지 못한 사람일수록, 스스로 창의적으로 생각하려는 동기가 커졌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공동 연구자 마크 패터슨 교수는 “인터넷이 우리 생각을 망친다고 결론짓기보다는, 검색이 사고방식을 어떻게 바꾸는지 이해하고 현명하게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복잡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면, 검색창이 아니라 각자 고유한 관점과 경험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메모리 앤 코그니션(Memory & Cognition)’에 게재됐다.
/ 육지훈 기자 editor@popsc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