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고대 코끼리가 남미 식물 멸종위기 원인"

고대 코끼리인 마스토돈이 사라지자 이들을 씨앗을 퍼뜨리는 매개체로 활용한 몇 식물이 위기를 맞았다.

  • 무료 슬롯 사이트입력 2025.06.16 16:46
  • 최종수정 2025.06.16 16:47
  • 기자명육지훈 기자
라 칸파나 국립공원(칠레)을 걷다 보면, 커다란 야자나무 열매가 땅에 떨어져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지금은 주로 여우나 설치류가 떨어진 열매를 먹지만, 아주 먼 과거엔 ‘노티오마스토돈 플라텐시스(Notiomastodon platensis)’라는 거대한 동물이 주로 섭취했다. [사진=Mauricio Álvarez]
라 칸파나 국립공원(칠레)을 걷다 보면, 커다란 야자나무 열매가 땅에 떨어져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지금은 주로 여우나 설치류가 떨어진 열매를 먹지만, 아주 먼 과거엔 ‘노티오마스토돈 플라텐시스(Notiomastodon platensis)’라는 거대한 동물이 주로 섭취했다.[사진=Mauricio Álvarez]

약 1만 년 전 남미 대륙에서 멸종한 코끼리의 고대 친척 마스토돈이 과일을 섭취했다는 사실이 최초로 확인됐다. 국제 연구팀은 대형 동물의 멸종이 오늘날 남미 토종 숲 생태계에 여전히 영향을 미치는 근거라고 설명했다. 씨앗을 퍼뜨리던 매개체가 사라지면서 식물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칠레 오이긴스대가 주도한 국제 연구팀은 13일(현지 시간) 마스토돈이 사라지면서, 대형 동물에 의존해 번식하던 식물들의 공생 관계가 깨져 이들이 멸종 위기에 놓이게 됐다고 발표했다.

1982년 생물학자 대니얼 잰즌과 고생물학자 폴 마틴은 일부 열대 식물이 크고 달콤한 과육을 가진 열매를 맺는 이유가 마스토돈이나 거대 땅늘보 같은 대형 동물들을 유인해 씨앗을 퍼뜨리기 위함이라는 ‘신열대 시대착오 가설’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직접적인 고생태학적 증거는 부족했다.

연구팀은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대형 동물 화석 표본 분석에 나섰다. 칠레 로스 빌로스에서부터 칠로에 섬에 이르는 1500km 거리 안에서 발굴된 남미 마스토돈(Notiomastodon platensis) 화석 치아 96개를 다각도로 분석했다. 조사 결과 연구팀은 치석에서 칠레 야자수(Jubaea chilensis)와 같은 다육질 과일에서만 발견되는 녹말 잔류물과 식물 조직을 찾아냈다. 마스토돈이 과육을 섭취하며 씨앗을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식물의 번식을 도운 것이다.

고대 식단 전문가인 플로랑 히발스 박사는 “이는 마스토돈이 주기적으로 과일을 섭취하며 숲의 재생에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직접 확인시켜 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또한 동위원소 분석 작업을 맡은 이반 라미레스-페드라자 박사는 “동위원소 분석을 통해 당시 마스토돈이 과일 자원이 풍부한 삼림 지대에서 서식했음을 정밀하게 재구성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마스토돈이 사라지면서 수천 년 동안 유지돼 온 식물과의 공생도 끊긴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AI 모델을 활용해 마스토돈 같은 대형 초식동물에 의존하던 식물들의 보존 상태를 남미 지역별로 조사했다. 결과는 심각했다. 칠레 중부 지역에서 해당 식물의 40 %가 멸종 위기에 놓여 있었고, 이는 맥이나 원숭이가 대체 매개체가 되는 열대 산림 지역보다 네 배 높은 수치였다. 칠레 야자수, 게우인, 아라우카리아 등은 유전적 다양성이 낮은 작은 개체군으로만 명맥을 이어가는 형국이다. 사라진 동식물 간 상호작용이 현재 생태계에 미치는 여파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한 종의 멸종이 동물과 식물의 공생 관계 전체에 어떤 파급 효과를 주는지 보여 주는 사례라고 설명한다. 이를 통해 현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도 파악할 수 있다.

히발스 박사는 “고생물학은 단순히 오래된 이야기를 하는 학문이 아니다”라며 “우리가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그리고 아직 구할 기회가 주어진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준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에콜로지 앤 에볼루션 (Nature Ecology & Evolution)’에 게재됐다.

/ 육지훈 기자 editor@popsci.co.kr

이 무료 슬롯 사이트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