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06/48446_41671_655.jpg)
사모펀드 운용사 H.I.G. 캐피털에서 수많은 거래를 검토하던 트로이 포스피실(Troy Pospisil)은 업무 중 한 가지를 특히 싫어했다. 바로 비밀유지계약(NDA)을 포함한 수많은 반복적 법률 문서를 검토·협상하는 일이었다. 그는 하루 업무 시간 중 15~20%가 이처럼 ‘고통스러운 반복 작업’에 소비된다고 추산했다. 결국 그는 사모펀드 회사를 떠나, 이런 백오피스 업무를 자동화하는 스타트업을 직접 창업했다.
“언젠가는 창업을 하고 싶었고, 그걸 실현할 때라고 느꼈습니다.” 그는 그렇게 ‘인클라우드카운슬(InCloudCounsel)’을 세웠고, 지금은 ‘온트라(Ontra)’라는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다.
포스피실은 2014년 회사를 설립하며 사모자본 시장에서 자주 쓰이는 반복적인 계약서를 자동화하는 ‘계약 자동화(Contract Automation)’ 솔루션 하나로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온트라는 계약 협상 간소화, 펀드레이징 프로세스 효율화, 법인 관리 현대화 등 다양한 제품군으로 확장하며 백오피스 전체를 개선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온트라는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으로부터 7000만 달러(약 960억 원) 규모의 자금 조달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 자금은 SVB의 모회사인 퍼스트 시티즌스 뱅크(First Citizens Bank)를 통해 마련됐다. 지금까지 온트라가 확보한 누적 자금은 3억 2500만 달러에 달하며, 투자자에는 블랙스톤(Blackstone), 배터리 벤처스(Battery Ventures), 어슈어런스 IQ 공동창업자 마이크 폴루스(Mike Paulus) 등이 포함된다.
이번 조달은 대출(credit instrument) 형태로 이뤄졌으며, 기업가치(valuation)는 공개되지 않았다. 포스피실은 “주식 희석 없이 직원들과 기존 투자자들에게도 유리한 조건이었다”며 SVB와의 협력을 선택한 배경을 설명했다.
온트라는 현재 약 850곳의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에는 블랙스톤, 워버그 핀커스(Warburg Pincus), 모티브 파트너스(Motive Partners), 얼라이언스번스타인(AllianceBernstein) 등 주요 투자은행과 사모펀드, 자산운용사가 포함된다.
온트라는 아이언클래드(Ironclad), 주로(Juro) 등과 함께 법률 AI 시장의 핵심 스타트업으로 꼽힌다. 현재 직원 수는 약 385명이며, 지금까지 처리한 문서 수는 150만 건이 넘는다. 본사는 캘리포니아 콘코드에 위치해 있다.
이번에 확보한 자금은 연구개발(R&D) 및 신제품 출시에 집중 투입된다. 오는 9월에는 실사 질의서(DDQ) 간소화, 고객 확인 프로세스 자동화, 계약 협상 시간 단축을 위한 세 가지 신제품이 출시될 예정이다. 포스피실은 “앞으로 매년 두 가지 이상의 신제품을 꾸준히 선보일 계획”이라며“사모시장에 없어선 안 될 핵심 인프라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온트라는 고성장 기술 기업으로 평가받지만기업공개(IPO)를 두고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2021년 한 해 동안 397개 기업이 IPO에 나서며 기록을 세운 이후, 상장 시장은 전반적으로 침체됐다. 다만 최근에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Circle)이 성공적으로 상장에 나서는 등 분위기 반전 조짐도 보이고 있다.
포스피실은 “IPO는 수단일 뿐, 그 자체가 목표는 아니다”며 “회사의 방향성과 맞아떨어진다면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글 Luisa Beltran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