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행사를 사진으로 기록해 왔다. 기억에 남는 행사는잠시의 즐거움을 넘어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곤 했다.두바이의 워터밤은 더위와 함께, 금기로 인한 갈증을 해소하는분출구였다.
두바이=사진·글 최근우studio@offbeat.kr

“내 입술은 냠냠냠, 어딜가도 당당당”
검정색 가죽 재킷을 입은 가수 씨엘(CL)이 자신의 곡 ‘Hello Bitches’를 부른다. 개방적인 도시로 불리지만, 본질은 이슬람인 이곳. 울려 퍼지는 가사 속에서 금기를 넘는 긴장감과 쾌감을 느낀다.
곡이 하이라이트에 이르자 공연장 가운데에 도열한 물대포들이 물줄기를 쏟아낸다. 물세례를 받은 스탠딩 관중들은 환호성을 지른다. 오가는 포물선에도 한 손에 든 위스키 잔을 부여잡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서로를 향해 물총 싸움을 하는 무리도 눈에 띈다.
행사 둘째 날 운집한 관중에게선 ‘제대로’ 놀 수 있는 페스티벌에 대한 갈증이 느껴졌다. 물은 갈증을 해결하는 가장 원초적 수단. 워터밤의 상징인 물이 이들의 갈증을 씻어내는 듯했다. 밤이 돼도 미처 가시지 않은 열기(섭씨 37도)가 이들의 땀과 물을 뒤섞고 있었다.

● 인터내셔널 두바이,OVERSEAS 워터밤
인구의 90%가 외국인인 UAE에서 행사를 여는 만큼, 보편적인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한 여러 고민이 엿보였다. 국제 무대를 타깃으로 한 티켓 세일즈,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F&B, 그리고 다국적으로 이뤄진 현장 스태프. 행사 전날 현장을 찾았을 때 현장 관리인부터 무대를 짓는 작업자, 보안팀 직원, 케이터링 직원 등 대부분이 외국인이었다.
원초적인 두 감각을 오가는축제의 장. 뜨겁게 달궈진 몸을 물로 식히고, 춤과 열기로 다시 달구는 것.

● 한국 아티스트들의 저력
“과연 두바이에서 먹힐까?” 지난해 블랙핑크가 한국 아티스트로서는 처음으로 UAE에서 콘서트를 열었지만, 공연장을 가득 채우지는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차였다. 하지만 플로어의 열기는 걱정을 무색하게 했다. 관객들은 사이먼 도미닉, PH-1등 힙합 아티스트들과 소통하며 무대를 즐겼고, CL, 제시, 82Major의 폭발하는 에너지와 춤사위를 바라보며 함께 춤을 췄다. 연신 아티스트들의 이름을 외치며 환호하는 광경을 사진에 담았다.

●물과 불
행사의 헤드라이너인 Benny Benassi, DJ Snake의 무대는 유난히 뜨거웠다. 전설로 일컬어지는 두 아티스트의 무대에서는 명곡이 이어졌다. 현란한 믹싱과 함께 현장 열기가 절정으로 치닫을 때면 불기둥과 물 폭탄이 등장했다. 뜨거운 것과 시원한 것. 원초적인 두 감각을 오가는 축제의 장. 뜨겁게 달궈진 몸을 물로 식히고, 춤과 열기로 다시 달구고, 다시 식혀주는 것. 유난히 뜨거운 두바이에서, 워터밤은 이곳의 깊은 갈증을 해소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