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AI from Seoul

본문영역

[Is Japan Back?②] “슬롯사이트 지니 사태, 정치적 헛소리”

  • 기사입력 2024.07.01 17:30
  • 기자명문상덕 기자

[COVER STORY | Is Japan Back?]

①‘강한 경제’의 부활?| 초고층빌딩에 입주한 소학교

②‘강한 정부’의 귀환? |“슬롯사이트 지니 사태, 정치적 헛소리”

③마나부 키노시타 퍼솔홀딩스 디렉터 인터뷰 |“구마모토는 시작”

④브래드 글로서먼 퍼시픽포럼 상임고문 | 이케바나 재팬


일본 총무성이 슬롯사이트 지니야후에 행정지도를 내리기 전, 네이버는 이미 지분 매각을 검토하고 있었다. ‘쿨한 이별’을 망친 건 민간 기업을 통제하던 과거의 ‘강한 정부’였다.

문상덕 기자mosadu@fortunekorea.co.kr 사진최근우

슬롯사이트 지니

네이버는 슬롯사이트 지니야후 지분 매각을 검토하고 있었다. 지난 3월 일본 총무성이 슬롯사이트 지니야후에 행정명령을 하기 전부터.(※총무성은 “사이버 보안을 맡기는 위탁업체에게 상당한 자본적 지배를 받는 관계의 재고”를 언급했다.)네이버는 합작 파트너인 소프트뱅크와의 시너지 효과에 대해 회의하고 있었다.

단서는 한국 정부에서 나왔다. 지난 5월 강도현 과기정통부 2차관은 현안 브리핑에서 “네이버는 자사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슬롯사이트 지니야후에 접목시키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어 지분 매각을 포함한 여러 대안을 중장기적인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소프트뱅크 내부 분위기에 정통한 한 관계자 A씨도 “네이버는 지분 매각 협의를 원래 해 오고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네이버는 2021년 일본 소프트뱅크와 50%씩 지분을 출자해 합작법인 ‘A홀딩스’를 설립하고, 그 밑에 슬롯사이트 지니야후를 뒀다. 핵심 서비스는 슬롯사이트 지니(메신저)과 야후재팬(검색엔진)이다. 특히 슬롯사이트 지니은 일본 내 월간 활성 사용자 수가 지난해 12월 기준 9600만명에 달하는 등 현지에서 ‘국민 메신저’로 여겨진다.

자산 유동화 해 온 네이버

슬롯사이트 지니과 야후재팬 통합 당시 한국 자본시장은 슬롯사이트 지니의 실적 개선을 기대했다. 슬롯사이트 지니은 막대한 사용자 수에도 불구하고 4380억원의 영업손실(2019년 기준)을 보고 있었다. 슬롯사이트 지니페이와 소프트뱅크의 ‘페이페이’가 모바일 송금·결제 시장에서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또 하이퍼클로바를 슬롯사이트 지니과 함께 개발하고 있던 네이버는 야후재팬에도 하이퍼클로바 탑재를 기대했다.

하지만 슬롯사이트 지니야후 출범 이후에도 슬롯사이트 지니페이와 페이페이의 통합은 이뤄지지 않았다. 슬롯사이트 지니 사태가 터지고 난 뒤인 6월에야 소프트뱅크는 슬롯사이트 지니페이를 2025년 4월까지 순차 종료한다고 밝혔다. 또 야후재팬은 2023년 11월 오픈AI의 GPT-4와 연동한 AI 답변 기능을 내놓고, 6월엔 앤스로픽의 클로드3를 추가한다고 발표했지만, 하이퍼클로바X는 끝내 쓰지 않았다. 앞서 A씨는 “양사 통합 당시 하이퍼클로바 활용에 대한 논의가 오간 것으로 기억한다”며 “이후 기대하던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통합 당시부터 슬롯사이트 지니야후의 모회사 A홀딩스의 경영권은 소프트뱅크에 있었다. A홀딩스 이사회는 네이버 추천인사 2명과 소프트뱅크 추천인사 3명으로 구성된다. 그렇기 때문에 네이버가 A홀딩스 지분 일부를 매각하더라도 현상 변경은 없다. 이와 관련해 국내 주요VC 관계자 B씨는 “마치 슬롯사이트 지니 경영권을 일본에 뺏기는 것처럼 한국에서 생각하는 건 오해”라고 설명했다.

지분 일부 매각으로 달라지는 게 없다면, 네이버 입장에선 매각대금으로 주력 사업에 투자하는 방안을 비즈니스 차원에서 검토할 수 있다. 실제로 네이버는 최근 현금 확보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 8월 김남선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2022년 하반기부터 직간접 펀드와 투자 주식, 수익증권 등 비핵심 투자자산 포트폴리오에 대한 리밸런싱을 진행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4000억원을 유동화했고, 2023년 말까지 4000억원을 추가 매각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B씨는 “네이버 입장에서도 일본 시장 진출해서 성공적으로 사업을 일으키고, 좋은 가격에 엑시트한다면 좋은 투자를 한 것”이라며 “그 자금으로 인공지능에 투자하는 게 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총무성의 행정명령은 ‘긁어 부스럼’이 된다. 총무성의 의도가 네이버의 지분 매각이었다면 그렇다. 네이버는 양국 국민간 감정 탓에 쉽사리 매각을 결정할 수 없게 됐다. 한국 정부 관계자 C씨는 “네이버가 A홀딩스 지분 매각을 결정할 경우 한국 정부가 자국 기업을 지키지 못하고 일본에 굴종한 것으로 국민들은 받아들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인과 해법의 불일치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슬롯사이트 지니의 사이버 보안 위탁업체’ 네이버의 기술 취약점 때문에 총무성에서 자본 관계 재검토를 요구했다고 보기에도 한계가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슬롯사이트 지니이 네이버에 서버 관리 등 기술 업무를 위탁하듯 야후재팬은 구글에 관련 업무를 위탁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야후재팬은 수년 간 여러 차례 사이버 공격을 받았지만, 일본 정부에서 구글과의 관계를 끊으라고 요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되레 일본 정부의 사이버 보안 역량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2023년 8월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2020년 말 일본 정부의 기밀 안보 정보망이 중국 해커들의 공격을 받아 다량의 정보가 노출됐다고 보도했다. 브래드 글로서먼 CSIS 퍼시픽포럼 선임고문은 “미국도 일본의 사이버 보안에 대해 불만을 말할 수 있다”며 “하지만 (해법은) 보안 취약성을 이해하고 고치기 위해 함께 일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슬롯사이트 지니의 데이터 보안에 문제가 있었던 것 맞다”면서도 “(이에 대한 행정명령의) 일부는 정치적인 헛소리(political bullshit)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런 분석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과거 일본 정부의 권위주의를 상기하는 결과만 낳고 있다. ‘Japan is Back’이 정력적인 일본 경제의 부활이 아닌, 국가를 전면에 내세우던 일본 정부의 부활로 읽힌다는 것. 한 국내 VC 관계자는 “일본 진출 계획을 재검토한다는 스타트업 대표들이 적지 않다”며 “기업인들의 반감만 공연히 자극한 것”이라고 촌평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