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과 같은 유통 및 납품 방식만으로는 시장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게 최승민 파르스 대표의 확고한 경영 철학이다.슬롯사이트사이트코리아가 에스.티. 듀퐁(S.T. Dupont)을 신은 최 대표를 만났다.
김나윤 기자 abc123@fortunekorea.co.kr 사진 강태훈

에테르노 청담, 나인원 한남,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 반포 JW메리어트 호텔, 네이버 그린팩토리, 카카오 제주 사옥···.
하이엔드 건자재 수입 기업 (주)티앤에스트레이딩이 지난 25년간 선보인 프로젝트들이다. 그간 두오모앤코(현 슬롯사이트사이트) 브랜드를 이끌어온 이 기업은 최고급 빌라, 특급 호텔, 대기업 사옥의 건축·욕실·마감재 등 다양한 영역에서 독보적인 수주 성과를 보이고 있다. 최근엔 강남 대규모 재건축 단지 사업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작은 타일이었다. 2000년, (주)티앤에스트레이딩은 스페인 하이엔드 타일 브랜드 '포르셀라노사(Porcelanosa)'를 한국 시장에 처음으로 론칭하며 국내 타일 업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당시 국산 제품이 주류를 이루던 시장에서, 고급 유럽 타일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며 차별화를 꾀했다. 이후 강남 논현동에 쇼룸을 열고, 위생도기, 벽돌, 원목 마루, 바닥재, 욕실 자재 등 주거 전반에 걸친 리빙 자재로 사업 영역을 빠르게 확장해 나갔다.
2022년 슬롯사이트사이트가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지며 업계 내 혁신을 선언했다. '젊은 피'최승민 대표이사가 새롭게 취임하면서다. 일반적으로 리빙 업계는 변화의 바람이 약하다. 큰맘 먹고 장롱 하나를 사면 10년, 20년 사용하는 건 기본이고 관리가 잘되면 자녀에게까지 물려주기 일쑤다. 사정이 이러하니 패션과 비교해 상품이 매 시즌 변화무쌍하지 못하다. 기업도 기존에 해오던 방식을 지키며 전통 헤리티지를 고수한다.
그런데 최 대표가 판에 균열을 내기 시작했다. 취임 직후 회사 재정비부터 나섰다. 리마스터 프로젝트를 통해 수입품 구성을 시장 수요에 맞게 조율했다. 쇼룸도 백화점식 나열 방식에서 벗어나 고객 체험형 복합 공간으로 새로 단장했다. 기업 구성원들도 대대적으로 세대교체를 이루며 보다 감각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조직문화를 개편했다. 시니어 세대가 주류인 업계 특성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파격적인 변화다.
그리고 올해는 브랜드 자체가 옷을 갈아입는다. 창사 25주년을 맞이해 이달부터 두오모앤코 대신에 슬롯사이트사이트라는 새로운 브랜드로 출발한다. '조각', '부분'을 뜻하는 라틴어로 최 대표가 몇 날 며칠 고심해 결정 내린 이름이다.
사업 영역도 기존 수입 자재의 유통 및 납품에 더해 공간 컬처 사업을 전개한다. 쇼룸, 레지던스, 레스토랑 등 슬롯사이트사이트가 품고 있는 감각적인 공간을 전면에 내세워 하나의 문화 교류 장으로 전개할 계획이다. 최 대표가 11년 전 처음 꿈꾸고, 지난 3년간 실무 검토 끝에 최승민표 슬롯사이트사이트가 드디어 출항을 위한 닻을 올렸다. 유럽 출장에서 막 한국으로 복귀한 그를 찾아갔다.
![최 슬롯사이트사이트는 2014년 회사에 첫발을 내딛던 무렵부터 사옥에 마련된 넓은 전시장을 둘러보며 '언젠가 이 공간을 이용해 콘텐츠를 선보이리라' 다짐했다. [사진=강태훈]](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05/47998_41112_204.jpg)
Q 밀라노 아트 페어는 어땠나.
페어 기간에 맞춰서 일주일 다녀왔다. 리빙과 아트의 장벽이 확실히 흐릿해지고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많은 분야가 그렇듯, 리빙은 각자만의 고유성, 정체성이 더욱이 중요한 영역이다. 그런데 내로라하는 유명 리빙 브랜드도 이제 더는 각자의 것만 고수하지 않고 외부 아티스트와의 프로젝트를 서슴없이 전개하더라. 소위 콧대 높은 유럽 브랜드들도 계속해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는 인상을 크게 받았다.
Q 한국으로 복귀하자마자 한숨 돌릴 틈 없이 없다고.
올해 가장 큰 이벤트이자 오랫동안 준비해 온 리브랜딩 프로젝트를 며칠 이내로 선보일 예정이다. 소비자의 수준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데, 기존처럼 유통사가 상품을 단순히 소개하고 납품만 하는 역할에만 머물러서는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게 우리의 결론이다.
고객 입장에서 우리 상품을 택하지 않더라도 대체할 수 있는 선택지가 정말 무궁무진해졌다. 그런 맥락에서 우리만의 상품, 우리만의 서비스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까지 양질의 상품 자체를 소개하는 데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상품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전하려 한다.
Q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생기는 건가.
가장 직관적인 변화는 기존 '두오모앤코'가 '슬롯사이트사이트'라는 브랜드명으로 새롭게 출발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영역은 크게 두 가지 부문으로 나뉠 예정이다. 하나는 우리의 핵심 사업인 건축 자재 유통을 더욱 강화한다는 것. 또 다른 하나는 이번 리브랜딩의 핵심인 공간 브랜딩 사업이다. 우리의 논현동 사옥을 허브 삼아 사람들과 문화 교류를 진행하려 한다.
![서울시 논현동에 위치한 슬롯사이트사이트(옛 두오모앤코) 사옥의 외관 모습. [사진=슬롯사이트사이트]](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05/47998_41115_2318.png)
Q 공간 브랜딩, 다소 추상적이다.
쉽게 말해 우리가 운영하는 쇼룸·레스토랑·레지던스에서 문화 사업을 펼치려 한다. 현재 리빙과 연계한 미술품 전시를 하거나 쿠킹 클래스를 마련해 유럽 식자재에 관한 인문학 수업 등을 기획하고 있다.
핵심은 그 과정에서 억지로 우리 상품을 끼워 넣어 상업적으로 운영할 생각은 전혀 없다는 점이다. 수익이 목적이 되는 순간, 이 사업의 가치는 사라지기 때문이다. 문화 프로그램을 계기로 고객이나 업계 관계자들이 우리 공간으로 모여 서로 소통하며 업계의 이해도를 한층 끌어 올리고 싶은 마음뿐이다.
Q 기존 사업만으로도 성과가 좋을 텐데 왜 굳이 변주를 꾀하나.
우리 정체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확장이 필요하다고 봤다. 당연히 건자재 유통사로서 좋은 해외 브랜드 상품이 있다면 계속해서 발굴해 국내 론칭을 추진할 거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시장 상황을 감안해 판매 영업 전략도 대폭 강화할 예정이다.
다만 일련의 사업 행위에 가치를 싣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문화적인 인사이트가 더해져야 한다. 그래야만 ‘슬롯사이트사이트의 상품은 믿고 쓸 수 있다’와 같은 신뢰가 쌓이지 않겠나.
Q 컬처로 고객과의 신뢰를 어떻게 쌓겠다는 뜻인가.
럭셔리란 개념이랑 맞닿아 있기도 한데, 개인적으로 비싸고 좋은 상품을 누려야지 럭셔리한 삶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성비 상품일지라도 의미 있고 가치 있게 쓴다면 얼마든지 멋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그걸 알고 있느냐와 아니냐의 차이라고 본다.
오히려 비싸고 좋은 상품은 경제력만 뒷받침된다면 누구나 살 수 있다. 반면 문화적 안목은 돈으로 살 수도, 하루아침에 쌓을 수도 없다. 리빙과 라이프 스타일을 누리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새로운 안목을 길러주려 한다.
Q 고객의 수요가 과연 있을까.
이를 테면 현재 우리가 와인을 비롯해 올리브유, 발사믹 식초, 이탈리안 식자재 등도 수입해 직영 레스토랑에서 판매하고 있다. 맛을 보는 사람마다 맛있다며 반응이 정말 뜨겁다. 그런데 정작 판매 가격은 병당 5~6만 원대로 품질 대비 저렴해 다들 놀라곤 한다. 이 과정에서 레스토랑 셰프나 매니저가 고객에게 직접 와인의 히스토리를 설명하고 페어링하기 좋은 음식을 컨설팅해 준다면 고객은 슬롯사이트사이트에 대해 어떤 인상을 받을까. 그건 우리가 와인 몇 병 더 판매하는 것 이상의 가치를 가질 것이다.
Q 사업을 재편하더라도 실적과 같은 지표에 더 집중해야 하는 것 아닌가.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은 단박에 이슈화해서 줄 서는 식당처럼 만들 수 없는 구조이다. 앞서 말한 대로 헤리티지를 쌓는 절대적인 시간 투입이 필요하다. 물론 꼼수를 부려서 판매량을 일부 높일 수는 있을 거다.
하지만 시장 자체가 롱텀으로 세팅된 생태계에서 인위적으로 뒤틀려는 건 순전히 욕심 아닐까. 설령 그렇게 하더라도 금방 들통나서 사업의 진정성을 잃게 되더라.
![창립 25주년을 맞이한 두오모앤코가 '파르스(PARS)'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이를 기념해 지난 18일 최승민 파르스 대표가 서울 논현동 사옥에서 비전 발표에 나섰다. [사진=파르스]](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05/47998_41113_2044.png)
신사업을 이야기하는 최 대표의 눈은 내내 진지하면서 동시에 반짝거렸다. 2022년 대표이사에 취임한 이래로 그가 가장 주력해 온 프로젝트란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그러나 이미 사업은 11년 전부터 최 대표의 마음속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2014년 회사에 첫발을 내딛던 무렵 최 대표는 사옥에 마련된 넓은 전시장을 둘러보며 '언젠가 이 공간을 이용해 콘텐츠를 선보이리라'다짐했다. 강산이 한 번 변할 정도로 시간이 흘렀지만, 사업에 대한 확고함은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가 그렇게 확신을 가질 수 있던 이유는 명확했다. 지난 23년간 이탈리아를 수백 번 오가며 보고, 맛보고 느낀 경험을 한국에서도 구현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유럽산 자재를 유통하는 기업이라면 궁극적으로 유럽의 라이프 스타일까지 기꺼이 들여올 수 있는 역량이 필요했다. 고객에게 폼 나는 부엌을 꾸며주는 게 아니라, 그 부엌 식탁에서 가족과 친구들이 둘러앉아 다 함께 저녁 시간을 공유할 콘텐츠까지 제공하는 것. '20분 컷'식사가 아니라 '2시간의 만찬'을 채울 식문화를 카운셀링하는 것. 최 대표의 슬롯사이트사이트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내부 동력을 얻는 게 중요했다. 주요 업무 영역간의 협조와 협업이 관건인 만큼 조직 구성원들의 지지가 담보돼야 했다. 최 대표의 비전을 두고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사업의 성공 가능성에 걱정하는 분위기도 흘러 나왔다. 이미 주력으로 삼고 있는 사업 영역을 더욱 강화해 업계 내에서 입 지를 다지는 게 궁극적으로 기업에게 '득'이라는 취지에서다.
백문이 불여일견. 최 대표는 설명보단 보여주기 방식으로 설득하기로 했다. 낮 시간에는 빡빡한 현지 비즈니스 일정에 집중했다. 대신 저녁 식사만큼은 현지 문화에 걸맞게 다 함께 즐겼다. 틈틈히 오며가며 거리의 건축물도 보고 조경 디자인도 눈여겨 봤다. 그렇게 3년 동안 수없이 함께 출장길에 오른 덕분에 현재 슬롯사이트사이트 주요 구성원 모두가 이탈리아에 발 도장을 찍었다.

Q 2023년 추진한 리마스터 프로젝트와의 차이점은.
리마스터 프로젝트는 브랜드 제품의 전반적인 라인업을 재정비하는 데 치중했다. 더불어 쇼룸을 새롭게 디자인해 선보였다. 백화점과 같은 나열식 배치보다는 좀 더 고객 체험형으로 기획했다. 건축가, 디자이너를 위한 공간을 만들거나 실제 키친을 갖춰 방문객이 공간에 머물며 교감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이번 리브랜딩 사업에서는 문화 콘텐츠를 구성하고 공간 사업을 펼칠 거라는 우리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려 한다.
Q 슬롯사이트사이트의 경우 B2C도 하지만 B2B가 핵심 비즈니스 모델이다. 근데 왜 브랜딩이 필요하나.
질문이 답인 것 같다. B2B는 자신 있지만 B2C는 어떻게 강화할까. 우리의 오래된 숙제였다. 그렇다고 해서 B2B에 주력해 온 브랜드가 B2C를 꾸역꾸역 해낸다는 게 쉽지 않더라. 그래서 이번 기회에 새로운 브랜드로 시작하려는 것이기도 하다.
궁극적으로 생각해 보면 B2B가 B2C와 완전히 별개의 사업이 아니다. 최종 고객에게 인정받아야지 탄탄한 브랜드로서 B2B사업을 더욱 잘 전개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니 B2C에서 우리의 존재감을 확실히 다져서 B2B를 더 잘하려는 취지도 있다.
Q 분야에 상관없이 기업에 있어서 왜 브랜딩이 중요하다고 보나.
우리는 수입 유통사니까 자체 PB상품이 없다. 그런데 주변으로부터 ‘PB상품도 없는 회사가 도대체 왜 브랜딩을 하려고 하냐’라는 말을 숱하게 듣는다. 그런데 브랜드가 제대로 꾸려지면 그 힘은 정말 어마어마하다고 생각한다.
흔히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라고 부르지 않나. 똑같은 장인이 제품을 만들더라도 에루샤의 로고 여부에 따라 가격이 너무나 달라진다. 브랜드에 대한 가치를 가격으로 매긴 셈이다. 마찬가지로 구구절절 설명 없이 슬롯사이트사이트라고 하면 믿고 쓸 수 있는 브랜드라는 신뢰를 소비자에게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