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 대기업 헝다 그룹이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헝다는 17일(현지 시간) 미국 맨해튼 법원에 '미국 파산보호법 15조'에 따른 보호 요청을 했다. 부채 조정 과정에서 미국 내 자산을 보호받기 위해서이다. 헝다 자회사들 역시 파산 대열에 합류했다. 톈허 홀딩스 등도 이날 함께 파산 보호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날 헝다가 제출한 파산 신청서에 따르면 해외 여러 나라에서 동시에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홍콩, 케이맨제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서 채권자들과 협상 중이다. 채권자들은 이번 달 안에 구조조정 계획을 승인할지 투표할 예정이다. 헝다 파산 관련 법원 심의는 내달20일열린다.

중국 부동산 기업발 악재는 아시아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이날 헝다 파산 소식에 홍콩 항셍 지수는 1.54% 급락했다. 한국 시장에서는 코스피가 0.69%, 코스닥은 1.22% 하락했다.

이번 파산은 헝다 그룹이 채무불이행을 선언한 지 약 2년 만의 일이다. 한때 중국 2위 부동산 개발 기업이었던 헝다는 2021년 227억 달러 규모의 역외 채권을 갚지 못해 공식 디폴트를 선언했다. 그다음 해 3월엔 홍콩 증시에 상장되었던 회사 주식이거래정지됐다.

헝다그룹의 부채는 작년 말 기준으로 2조 4370억 위안(약 3400억 달러)이다. 지난 2년 동안 발생한 주주 손실만 810억 달러에 달한다.

부동산 기업들의부실 문제는 전방위로 확산해중국의 국가적 문제로 발전했다. 헝다의 채무불이행 선언 이후 위기는 다른 부동산 기업들로 번져나갔다. 카이사, 판타지아, 시마오 그룹 등이 연이어 채무불이행을 선언했다. 최근에는 중국 1위 개발사 비구이위안마저 채권을 상환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해결책 중 하나로 중국 정부의 직접적인 자금 지원이 거론된다. 부동산이 중국 경제에서 무시할 수 없는 입지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전체 GDP의 30%가 부동산에서 나올 정도이다. "위기가 임계점을 넘어서면 정부가 개입할 수밖에 없다"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직접적인 자금지원을 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미 상당한 수준에 이른 정부 부채를 늘렸다간 국가 신용도가 강등될 수 있다. 국제 신용평가기관 피치레이팅스는 지난 12월 중국 신용등급을 A+로 유지하면서도 '정부 부채가 지속해서 상승하는 상황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제임스 맥코맥 피치 국가신용등급 글로벌 총괄은 "중국 정부는 부동산 부채를 줄이려 하고, 해당 산업에 의존하려 하지도 않으려 한다"라며 "따라서 부동산 개발업자에 대한 대규모 정부 지원은 제공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 바카라 내추럴나인 육지훈 기자 jihun.yook@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