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설립자인 레이 슬롯 무료 사이트.[베이징=AP/뉴시스]](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08/49474_42936_245.jpg)
레이 달리오는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Bridgewater Associates)의 창업자로 명성을 얻기 전, 인생과 투자 철학을 송두리째 바꾸는 재정적 위기를 겪었다.
커리어 초기에 해고를 당한 그는 뉴욕시의 방 두 개짜리 아파트에서 독립적으로 회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몇 년 만에 ‘완전히 빈털터리’가 됐고, 가족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버지에게 4000달러를 빌려야 했다.
달리오는 최근 뉴욕 92번가 Y에서 칼라일그룹 공동창업자 데이비드 루벤스타인과 대담하며 이렇게 회상했다. “정말 고통스러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 경험이 자신에게 깊은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그때 이후로 모든 접근 방식이 바뀌었다”고 술회한 그는 이 사건을 통해 두 가지 중요한 교훈을 배웠다고 덧붙였다.
1975년 브리지워터를 설립한 뒤 달리오는 1980~1981년경 인생 최저점을 맞았다. 그는 미국이 상환 불가능한 수준으로 해외에 돈을 빌려줬다고 계산하고, 곧 대규모 부채 위기가 올 것이라 예측했다. 1982년 멕시코가 채무 불이행을 선언하자 그의 예상이 맞아떨어질 것이라 확신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경기침체 대신 주식시장은 상승했고, 통화정책은 완화돼 그의 포지션은 큰 손실을 입었다. 이 오판으로 그는 재정적으로 파탄에 이르러, 가족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버지에게 4000달러를 빌려야 했다.
그는 이때 두 가지 교훈을 얻었다. 첫 번째는 겸손함과 확신에 대한 의문이다. ‘내가 정말 옳은지’를 끊임없이 되묻게 했다. 그는 35~40년 전부터 의사결정 시 반드시 멈춰 서서, 판단 근거가 되는 구체적인 기준을 문서로 작성하는 습관을 들였다.
이를 통해 더 깊이 사고하게 됐고, 나중에는 이러한 기준을 코딩해 백테스트하며 그 효용을 검증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이렇게 쌓인 수천 개의 ‘원칙(principles)’은 브리지워터의 토대가 되었고, 그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제목이 되기도 했다.
두 번째 교훈은 다각화의 힘이다. 바로, 수익률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도 위험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는 ‘다각화’의 위력이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이후 30년 넘게 연평균 약 11.8%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록했고, 연간 손실은 제한됐다. 달리오의 투자 신조는 “15개의 상관관계 낮은 수익원”을 유사한 기대수익률로 구성해 위험 대비 수익 비율을 5배 높이는 것이었다.
달리오는 이 파산 직전의 시기가 단순한 좌절이 아니라, 전략과 철학을 재정립한 값진 배움이었다고 말한다. 이제 그는 인생의 후반부에 접어들며 “배운 원리와 인과관계를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데 큰 기쁨을 느낀다”고 했다. 그의 목표는 사람들을 겁주려는 것이 아니라 “만약 걱정한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지만, 걱정하지 않는다면 걱정해야 한다”는 원리에 따라 이해를 돕는 것이다.
달리오가 ‘파산’이라는 주제를 다시 떠올린 것은 새 책 『빅 사이클(How Countries Go Broke: The Big Cycle) 』 때문이다. 그는 미국의 37조 달러에 달하는 국가 부채를 경고하며, 미국과 다른 국가들이 “경제 심장마비에 해당하는 사태”를 향해 가고 있다고 본다.
달리오는 신용·시장 시스템을 인체의 순환계에 비유했다. 영양분이 경제와 시장 곳곳에 공급돼야 하는데, 채무와 이자를 갚을 수 있는 소득이 부족하면 부채 상환 부담이 ‘혈관의 플라크’처럼 쌓여 다른 지출을 압박한다는 것이다.
달리오는 성명을 통해 “이 시스템 변화를 이끄는 기본적인 대규모 사이클은 과거에도 수천 번 반복됐다”며“이번 책에서 전체 부채 사이클을 설명한 이유는 세계가 “아주 큰 변화의 문턱에 서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가 말하는 성공의 기반은 대담함에 겸손을 더하고, 끊임없이 다각화를 추구하는 것이었다.
/ 글 Nick Lichtenberg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