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08/49306_42740_3820.jpg)
최근 대학 졸업생은 구직난에 직면했다. UC버클리의 유명 경제학자 브래드 들롱(Brad DeLong)이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 구직난은 인공지능(AI) 때문이 아니라, 더 큰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 것이라는 것이다.
UC버클리 교수이자 재무부 차관보 출신인 들롱은 최근 에세이에서 “요즘 청년 구직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챗GPT 같은 생성형 AI나 자동화 기술 탓이 아니라, 불확실한 정책 환경과 경기 침체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분석은 충격적인 7월 고용보고서가 발표되기 전에 공개됐다.
IBM 부회장이자 트럼프 행정부 고문을 지낸 게리 콘(Gary Cohn)도 이보다 하루 앞서 CNBC 인터뷰에서 “겉으로는 괜찮아 보여도, 내부에는 경고 신호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고용 동향을 보여주는 JOLTS 데이터 중 ‘자발적 퇴사율’이 15만 건 줄어든 점을 문제로 지목했다. 이는 고용 시장이 활력을 잃고 있다는 신호라는 것이다.
들롱은 “무역, 이민, 물가, 기술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정책 불확실성이 기업의 의사결정을 마비시키고 있다”며, 이것이 고용 동결을 초래하고 결국 청년 구직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2025년 졸업생은 정말 운이 나쁜 세대”라고 표현했다.
구직난은 정책 불확실성이 큰 원인이라는 거다. 예측할 수 없는 규제, 금리, 관세 등으로 인해 기업들이 고용 결정을 미루고 있고, 이러한 위험 회피 경향이 신입 구직자들에게 더 큰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들롱은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의 아만다 멀(Amanda Mull)의 분석을 인용하며 “확률적 불확실성(stochastic uncertainty)”이 현재 채용 위기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이 대규모 감원을 하진 않지만, 관망 모드에 들어가 있으며 신규 채용을 미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 가능성, 예를 들어 관세 인상이나 물가 급등, 새로운 규제에 대비해 방어적으로 전환한 것이다.
실제로 미국 전체 실업률은 낮지만, 신입 구직자들 사이에서는 상황이 훨씬 더 심각하다. 들롱은 폴 크루그먼을 포함한 경제학자들의 분석을 인용하며 “대학 졸업자의 실업률이 예전처럼 낮지 않으며, 전체 실업률과의 격차가 사상 최대”라고 전했다. 과거에는 고등교육이 안정적인 취업의 보증 수표였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대학 학위의 안전 프리미엄(safety premium)은 대부분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골드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얀 해치우스(Jan Hatzius) 팀은 “대졸 초년생의 고용시장은 전체 노동시장이 건강해 보일 때조차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1997년 이후 학위가 없는 젊은 층의 노동시장 참여율은 7%포인트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 연방준비은행 분석에 따르면, 컴퓨터공학, 그래픽 디자인 등 일부 기술 및 디자인 계열 전공은 졸업 직후 실업률이 7% 이상으로 높게 나타났다.
들롱은 “AI가 초년생 채용을 막고 있다”는 주장을 두고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AI가 원인이라는 확실한 설명도, 심지어 그럴듯한 서사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채용 위축은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과 위험 회피 심리에 따른 것이며, 일부 자동화 현상이 전체 산업을 대체할 수준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 분석은 골드만삭스의 최근 보고서와도 일치한다. 7월 발표된 ‘AI 채택 추적지표(AI Adoption Tracker)’에 따르면, AI 영향을 받는 직군의 실업률은 이미 다른 산업 수준으로 수렴했고, AI 때문에 대규모 해고가 이뤄졌다는 사례도 거의 없었다.
들롱은 “기술기업들이 사람을 뽑기보다는 고성능 칩 등 AI 인프라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고 있다”며 “엔비디아의 GPU 구매 열풍이 바로 그 사례”라고 설명했다. 기업 입장에선 AI 인프라 투자는 미래 경쟁력 확보 수단이지만, 신입 채용은 뒤로 미룰 수 있는 비용으로 본다는 것이다.
신입 채용보다 단기 계약자나 즉시 기여 가능한 인력을 선호하는 경향이 확산되며, 젊은 구직자들이 첫발조차 내딛기 어려운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분석이다. 기존 근로자들도 이직을 꺼리며 시장 전체가 경직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들롱은 “장기적으로 대학 학위에 따른 임금 프리미엄은 끝났고, 하락세가 시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십 년간 대학 졸업장이 고수익을 보장해왔지만, 최근 몇 년간 그 효과는 정체되거나 오히려 줄고 있다고 진단했다. 물론 여전히 학위의 가치는 존재하지만, 예전처럼 ‘무조건적인 상승’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최근 포춘과 인터뷰한 커넥티컷대 피터 터친(Peter Turchin) 교수의 진단과도 맞닿아 있다. 터친은 “대학 졸업장이 넘쳐나는 과잉 생산 상황”이라며, 고등교육 이수자 수는 많아졌지만 학위 가치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낮은 대학 진학률과 졸업 후 실업률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2025년 경제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위축돼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지금, 들롱의 경고는 다시 들여다볼 가치가 있다. “졸업생들이여, 당신이 취업을 못 하는 건 AI 때문이 아닙니다. 기업들이 ‘위험 회피 모드’에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 글 Nick Lichtenberg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