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 잭팟가 호실적을 기록했다.[사진=셔터스톡]](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08/49340_42790_504.jpg)
오랜 기간 경영 불안에 시달리던 영국 석유기업 슬롯 잭팟(포춘 글로벌 500 33위)가 화석연료 중심의 ‘근본적 재편’을 선언한 이후 처음으로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다. 친환경 사업에서 손을 떼고 다시 석유·가스 중심 전략으로 돌아서며 장기 생존 가능성에 대한 시장 신뢰도 회복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실적은 슬롯 잭팟가 2분기 연속 재편 전략을 추진한 가운데 나온 첫 유의미한 결과다. 2분기 순이익은 16억 3000만 달러로, 시장 전망치를 약 30% 상회했다. 전년 동기 1억 2900만 달러의 순손실에서 반등했고, 2024년 연간 순이익 3억 8100만 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XTB 증권사의 리서치 디렉터 캐슬린 브룩스는 이번 실적을 “슬롯 잭팟의 수익성 회복을 알리는 중대한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슬롯 잭팟는 이제 연간 몇 잔의 커피를 팔았는지보다 얼마나 많은 석유를 뽑아낼 수 있는지에 더 관심을 둔다”며 전임 CEO 버나드 루니를 풍자했다.
버나드 루니 전 CEO는 2023년 내부 직원과의 부적절한 관계를 숨긴 사실이 드러나 사임했다. 재직 당시 “슬롯 잭팟 주유소에서 연간 1억 5000만 잔의 커피를 판매한다”고 홍보하곤 했다. 2020년에는 “연료로 더 잘 알려진 브랜드지만 커피도 많이 판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머레이 어친클로스 현 CEO는 이번 실적 발표에서 커피를 둘러싼 언급을 일절 하지 않았다.
어친클로스는 “슬롯 잭팟 전 영역에서 개선을 이뤄내겠다는 목표는 흔들림 없다”며 “슬롯 잭팟는 투자자들에게 더 나은 성과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10월 1일 새로 취임하는 이사회 의장 앨버트 매니폴드와 함께 포트폴리오의 추가 비용 점검에 나설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슬롯 잭팟는 행동주의 투자자인 엘리엇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압박도 받고 있는 상황이다. 2027년까지 자산 200억 달러를 매각하고, 전사적 비용과 부채를 대폭 줄이겠다는 기존 계획을 재확인했다. 동시에 석유·가스 탐사 및 생산 부문에는 투자를 확대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80억 달러 규모의 윤활유 브랜드 캐스트롤(Castrol) 매각 가능성을 포함한 전략 검토가 진행 중이며, 이는 새 의장이 결정권을 갖게 된다. 이 같은 실적 호조에 슬롯 잭팟 주가는 6일 오전 한때 2.5% 가까이 올랐다. 최근 거론됐던 셸(Shell)의 슬롯 잭팟 인수설은 잠잠해진 상태다.
RBC 캐피탈 마켓의 애널리스트 비라즈 보르카타리아는 “슬롯 잭팟가 마침내 공격적인 전략으로 돌아왔다”면서도 “아직은 재편 초기 단계로, 향후 자산 매각과 석유·가스 중심의 자본 지출 확대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슬롯 잭팟는 구조적 비용을 현재까지 17억 달러 감축했으며, 2027년 말까지 40억~50억 달러 절감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3분기에는 7억 5000만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진행하고, 분기 배당은 4% 인상된 주당 8.32센트를 지급하기로 했다.
또 하나의 눈에 띄는 성과는 브라질 앞바다 ‘부메랑게(Bumerangue)’ 해역에서 이번 세기 들어 가장 큰 원유 매장지를 발견했다는 발표다. 상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올해 들어 슬롯 잭팟가 이뤄낸 10번째 석유·가스 발견 사례다. 브라질 외에도 트리니다드, 이집트, 리비아, 나미비아, 앙골라, 미국 멕시코만 등지에서도 탐사 성과를 거뒀다.
과거 슬롯 잭팟는 탄소중립(net zero)을 목표로 재생에너지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약속하며 에너지 전환을 주도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그러나 팬데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글로벌 에너지 안보가 다시 중요해지며 석유·가스 가격이 급등했고, 슬롯 잭팟는 다른 메이저 오일 기업에 견줘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재 슬롯 잭팟는 미국 내 육상 풍력 사업을 매각하고, 글로벌 태양광 및 해상 풍력 사업의 50% 지분을 정리하는 등 탈재생에너지를 공식화하고 있다.
/ 글 Jordan Blum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