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일론 머스크의 순자산이 750억 달러(약 104조 원)나 줄어들었다. 현재 그의 재산은 3570억 달러로테슬라 매출 둔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치적 갈등, 브랜드를 겨냥한 전 세계적인 방화와 파손 등의 여파 때문이다.

AI 랠리로 큰 폭의 자산 증가를 누린 래리 엘리슨, 마크 저커버그 등과 달리, 머스크는 테슬라 주가가 18%나 하락하며 실적과 펀더멘털에 대한 의문이 커졌다. 이처럼 자산이 크게 줄어든 인물은 빌 게이츠뿐인데, 그는 기부로 인해 줄어든 경우다.

2025년 초까지만 해도 머스크는 미국 대통령과의 우호적 관계에 힘입어, 테슬라 주가와 함께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불과 몇 달 만에 그는 백악관에서 물러났고, 자신이 만든 ‘정부효율부’도 떠나 테슬라 경영에 복귀했다. 이후 트럼프와의 공개적인 결별이 벌어졌고,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 개인 기업과의 계약을 끊겠다고 위협했다.

이처럼 정치적으로 혼란한 가운데, 머스크의 순자산도 출렁였다. 여전히 그는 세계 최고 부자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2025년 들어 잃은 금액은 다른 어떤 부호와도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 2024년 말 기준 머스크의 순자산은 4320억 달러였고, 최고치였던 4860억 달러보단 낮았지만 여전히 엄청난 규모였다. 하지만 현재(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 기준) 그의 재산은 3570억 달러로 750억 달러가 줄었다.

반면AI 시장의 반등을 타고 다른 억만장자들은 눈부신 자산 증가를 경험했다. 가령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은 1920억 달러에서 3030억 달러로,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는 2070억 달러에서 2720억 달러로 증가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2390억 달러에서 2340억 달러로 소폭 하락했고, 전 마이크로소프트 CEO 스티브 발머와 구글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는 오히려 자산이 소폭 늘었다.

머스크와 맞먹는 자산 감소폭을 보인 이는 빌 게이츠다. 다만 그 이유가 다르다. 블룸버그 지수에 따르면, 게이츠의 순자산은 7월 2일 하루 만에 1750억 달러에서 1240억 달러로 줄었는데, 이는 자선 기부를 반영한 재계산 결과다. 블룸버그는 해당 감소가 “게이츠의 외부 기부 활동을 더 정확히 반영하기 위한 조정”이라고 설명했다.

게이츠는 올해 초 자신의 순자산 약 1000억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단, 이 기부는 조건이 있다. 그의 재산으로 운영되는 게이츠 재단은 현재 보유 자산과 향후 수익을 포함해 2000억 달러를 20년 내 모두 사용해야 하며, 이후에는 재단을 공식적으로 해산할 예정이다.

그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가진 자원만으로는 전 세계가 해야 할 일을 모두 감당할 수 없다”며 고액 자산가들과 정부의 협력을 호소했다.

머스크 재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테슬라 주가는 2025년 들어 18% 넘게 하락했다. 유럽과 중국 시장에서의 판매 부진, 전기차 가격 할인에도 불구한 수요 감소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2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테슬라의 자동차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 감소했다. 에너지 저장, 서비스 부문이 성장했지만 전체 매출 감소를 상쇄하기에는 부족했고, 결국 순이익은 17%나 급감해 11억 7000만 달러에 그쳤다. 이는 2022년 당시 분기당 순익의 약 3분의 1 수준이다.

여기에 정치적 리스크까지 더해졌다. 트럼프와의 관계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테슬라 차량과 매장, 충전소 등을 공격했고, 미국뿐 아니라 유럽 각지에서 방화와 총격 사건이 이어졌다. 라스베이거스에선 차량에 화염병이 던져졌고, 오리건 주 포틀랜드에선 매장에 총격이 가해졌으며, 보스턴에선 충전소가 불에 탔다.

/ 글 Eleanor Pringle & 편집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