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치열해지는 새벽 전쟁. 대기업은 일찍이 백기를 들었다. 12조 새벽온라인 슬롯시대를 연 컬리는 기업공개(IPO)를 서두르고 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흑자를 낸 오아시스마켓도 IPO를 예고했다.

판 키웠던 대기업‚ ‘잔인한 새벽’에 백기
BGF리테일의 식품 판매 플랫폼 헬로네이처는 올해 2월까지만 해도 수도권을 비롯해 충청권, 강원도 원주 등 새벽온라인 슬롯 지역을 공격적으로 넓혔다. 하지만 시장 전망이 어둡다는 판단을 내리고 지난 4월 서비스 중단을 알렸다.
서비스를 계속 운영하기에 비용이 많이 들고, 경쟁이 치열해져 수익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새벽온라인 슬롯 시스템을 운영하려면 구축 비용만 수백억원이 들어가는 물류센터가 있어야 가능하다. 또 신선식품을 온라인 슬롯하기 위해 콜드체인 물류센터도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하는데, 이 또한 비용이 만만치 않다.
여기에 치솟는 인건비까지. 새벽에 움직이는 인력은 인건비도 1.5배에서 2배 이상 든다. 최근 인력난까지 겹쳐서 물류센터 근무자부터 온라인 슬롯기사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아 ‘1인당 500만원’ 프로모션을 걸고 사람 모집에 나설 정도다. 롯데쇼핑의 롯데온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지난 2020년 5월 새벽온라인 슬롯을 시작한 지 2년 만에 문을 닫았다.
현재 새벽온라인 슬롯 시장 점유율 1위는 쿠팡 로켓프레시로, 업계에선 유일하게 상장에 성공했다. 2위는 선발주자 컬리지만 쓱닷컴과 함께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오아시스마켓만이 흑자에 성공하며 반사효과로 주목을 받는 상황이다. 지난해 기준 영업이익은 컬리가 -2177억원, 쓱닷컴 -1079억원, 오아시스 마켓 57억원이다. 쿠팡도 현재까지 누적 적자 6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유통업계의 관심사는 컬리, 쓱닷컴, 오아시스마켓의 상장 예고 소식이었다. 이중 가장 큰 적자를 낸 컬리와 유일하게 흑자 전환에 성공한 오아시스마켓에 눈길이 쏠리기 시작했다.
‘개척자’ 컬리, 존재감에 비해 실적은…
컬리는 지난 2015년 국내에 신선식품 새벽온라인 슬롯 서비스를 처음으로 선보인 개척자다. 재구매율이 70%를 넘을 만큼 충성고객도 탄탄히 갖췄다. 당연히 새벽온라인 슬롯계 절대강자는 컬리가 될 것으로 모두들 예상했다. 투자도 공격적으로 받아 상장을 하고도 남았을 기업이라는 업계의 목소리가 많다. 컬리는 창업 8년차인 올해 드디어 상장 의지를 굳건히 내비쳤지만 결과는 두고봐야 한다.
전문가들이 꼽은 컬리가 절대강자가 되지 못한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독점 플랫폼 자리를 일찌감치 뺏겼다는 점, 창업자인 김슬아 대표의 지분이 6%대로 낮다는 점이다. 컬리는 사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상당히 공격적이다. 김 대표는 초창기 5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당시는 유사한 서비스가 없던 상황이었는데, 당시 김 대표가 투자자에게 지분을 과도하게 넘긴 것이 추가 투자 유치의 발목을 잡았다.
컬리에 대한 ‘거품론’은 지금도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현재 2000억원대의 적자를 내고 있지만 기업 가치는 수조원대로 평가받는다. 일각에서는 몸값을 의도적으로 부풀리고 엑시트하려는 전략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재야 고수’ 오아시스‚ 허들 어떻게 넘었나
오아시스마켓은 코로나19 후 새벽온라인 슬롯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새벽온라인 슬롯이 안고 있는 어려움(운영 비용, 인력관리, 물류 운영 등)을 전혀 모른 채 뛰어든 대기업이 사업을 접어 시장 파이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이들이 시장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다. 결국 온라인 슬롯과 물류 시스템을 탄탄하게 갖춘 고수들이 남을 것이라는 예상이 적중해 빛을 보고 있다.
오아시스마켓은 컬리와 비교하면 덩치가 미미하다. 컬리의 기업 가치가 2조원대인 반면 오아시스마켓은 3000억원대. 게다가 신선식품을 온라인 슬롯한다는 점에서 구매층이 겹친다. 그러나 오아시스마켓은 공격적이었던 컬리와 달리 저비용·고효율을 낼 수 있는 새벽온라인 슬롯 시스템을 만들었다.
일명 ‘오아시스루트’. 개발자 출신 김영준 의장이 직접 개발에 참여한 시스템이다. 오아시스마켓이 운영하는 성남 소재 물류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팔에 스마트폰을 차고 자체 앱인 오아시스루트로 주문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 앱에서 확인한 정보로 직원 한 명이 바구니 15개, 15가구분의 주문 내역을 트레이에 담아 포장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단 10분. 물류센터는 30억원대의 저비용으로 설계됐다. 투자 비용을 처음부터 줄여 투자 대비 수익이 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여기에 냉동, 냉장, 상온 식품을 다른 물류 센터에 보관했다가 중간 물류 센터로 모으는데 시간과 비용을 소비하는 타업체와 달리 오아시스마켓은 한 곳에서 식품을 보관한 후 ‘합포장’할 수 있는 원스톱 시스템도 갖췄다.
지속가능성을 위한 전략 필요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새벽온라인 슬롯 경쟁은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한다. 새벽온라인 슬롯 핵심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컬리와 오아시스마켓이 각자 가진 약점과 위험요소를 제거하고 상장까지 골인하는 것이 관건이다.
컬리는 이커머스 기업 가치를 책정하는 요소 중 하나인 ‘거래액’이 지난해 2조원을 넘기면서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검증했다. 컬리 측은 ‘영업이익을 내지 못한 것이 절대적인 리스크는 아니다’라고 자신한다. 최근 CJ대한통운과 손잡고 전국 샛별온라인 슬롯을 확대하며 ‘컬세권(컬리+역세권)’을 만드는 중이다.
절대강자 굳히기에 나선 컬리는 신선식품 상품군을 강화하고 생활용품 등 비식품 영역으로 카테고리를 넓힌다. 또 지난 4월에는 온라인 슬롯 자회사 프레시솔루션의 사명을 ‘컬리 넥스트마일’로 바꾸면서 온라인 슬롯 대행 사업도 포트폴리오에 추가했다.
오아시스마켓은 올 1분기 매출액만 전년 동기 대비 26% 성장한 989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익은 지난해와 비교해 171% 증가한 44억5000만원을 달성했다. 오아시스마켓은 ‘맛집그대로’처럼 간편식 전용관 카테고리를 확장하고 ‘라이브커머스’와 같은 신규 서비스 도입으로 서비스를 다각화했다.
일각에서는 ‘충성고객이 높고 전국 인지도가 쌓인 컬리에 비해 오아시스마켓의 한계는 분명하다’고 분석한다. 인지도 면에서 현저히 낮고, 온라인 슬롯도 수도권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안준형 오아시스마켓 대표는 “이커머스업계 유일한 흑자 기업으로, 2011년 설립 후 꾸준히 흑자 기조를 유지 중”이라며 “추후 인지도 향상 및 오프라인 상에서 온라인 슬롯 가능 지역을 넓히고 온라인으로 라이브커머스 채널을 늘리며 활발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홍승해 기자 hae@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