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의 독주가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사진=셔터스톡]](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08/49527_42995_4826.jpg)
AI라는 새로운 범용 기술이 하나의 산업으로 형성되는 지금은 역사적 전환점이다. 특히 이 초기 국면에서 압도적 선두를 달리는 오픈AI(OpenAI)의 향방이 업계 전체의 판도를 좌우할 수 있다. 인터넷이라는 지난 범용 기술의 사례를 떠올려보자. 구글처럼 거대 기업으로 성장할 것인가, 아니면 알타비스타처럼 잊히고 말 것인가.
정답을 아는 사람은 없다. 다만 몇 가지 판단 기준은 있다. 오픈AI의 지배력은 확실하게 두드러진다. 챗GPT(ChatGPT)의 창업사로서, 최근 JP모건 보고서에 따르면 오픈AI는 주요 모델 웹사이트 일일 방문자의 78%를 차지했다. 구글 자회사 제미니(Gemini)를 포함한 6개 경쟁사가 나머지를 나눠 가졌다. 3500억 달러 매출을 기록한 알파벳 산하의 구글조차 간격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관건은 오픈AI가 이 격차를 지켜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가능성은 크지 않다. 결국 답은 워런 버핏이 강조해온 ‘해자(moat)’, 즉 기업을 보호하고 쉽게 무너지지 않게 만드는 경쟁우위 요인에 달려 있다. 코카콜라의 브랜드, BNSF 철도의 규모의 경제처럼 말이다.
그러나 JP모건 애널리스트들은 오픈AI의 해자에 대해 그리 낙관적이지 않았다. 그들은 오픈AI가 모델 혁신에서 앞서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점점 취약해지는 해자”라고 평가했다. 최신 모델 GPT-5는 여러 진전을 담았으나 사용자들의 기대에는 못 미쳤다. 경쟁자들이 따라잡을수록 “모델의 상품화”가 불가피해진다. 혁신의 수명이 짧아지는 상황에서 오픈AI는 이제 “대규모 운영이 가능한 제품 중심의 다각화된 조직”으로 변모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그러한 역량을 입증하지 못했다.
오픈AI가 선두를 유지할 수는 있겠지만 결코 쉽지 않고, 투자자 입장에서도 위험 부담이 크다는 얘기다.
반대로 오픈AI가 이미 ‘지속 가능한 해자’에 근접했다는 시각도 있다.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강사이자 벤처투자자 로버트 시겔은 오픈AI가 ‘점착성(stickiness)’, 즉 사용자가 오래 사용할수록 다른 서비스로 옮기기 어려워지는 특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본다. 그는 “사람들이 퍼플렉시티나 제미니로 옮기려면 더 나은 결과를 줘야 하지만, AI는 학습하기 때문에 가능성이 낮다”고 말한다. “챗GPT가 사용자 행동을 학습하고, 사용자가 그 경험을 만족한다면 굳이 떠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시겔은 오픈AI의 전략을 “편재성(ubiquity)”으로 규정한다. 가능한 한 많은 사람 앞에 챗GPT를 먼저 노출시켜 경쟁자가 접근하기 전에 학습을 시작하도록 만든다는 전략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2년 챗GPT 3.5의 무료 공개다. 출시 5일 만에 100만 명, 두 달 만에 1억 명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게다가 2015년 창업 초기부터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 자본을 ‘해자’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
그러나 위험 요인도 많다. 중국의 오픈소스 모델 딥시크(DeepSeek)는 훨씬 낮은 비용으로 준수한 성능을 내고 있다. 수백 개 AI 스타트업이 자금을 두고 경쟁하는 상황에서 투자자본도 언제든 고갈될 수 있다. JP모건과 시겔 모두 오픈AI의 복잡하고 이례적인 지배구조 개혁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최근 새로운 구조안이 논의되고 있으나, 비영리 재단이 정점에 있다는 점은 투자자에게 불안을 줄 수 있다.
결국 오픈AI는 해자를 구축하거나 강화할 가장 좋은 위치에 있지만, AI 시대에 들어서면 해자라는 개념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도 있다. 언젠가는 경쟁사가 자기 AI 엔진에 이렇게 물을지 모른다. “오픈AI의 해자를 무너뜨리는 방법은 무엇인가.”
/ 글 Geoff Colvin & 편집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