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06/48265_41464_3718.jpg)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미국 대법원에서 헌법적 충돌을 예고하고 있다. 이 사건은 대통령이 관세에 대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의 범위를 가를 수 있다. 본래 헌법상 의회에 부여된 권한이었다. 최근 연방 무역 법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여러 관세 조치를 위헌으로 판단하자, 행정부는 이에 항소했고 대법원 판단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무역 이슈를 두고 대법원이 판단을 내리는 경우는 드물다. 법무법인 베이커 도넬슨의 리 스미스 국제무역·국가안보 부문 대표변호사는 “대법원이 마지막으로 무역 관련 판결을 내린 것은 2009년 ‘유로디프 사건(U.S. v. Eurodif S.A.)’이 마지막”이라고 말했다. 해당 사건은 저농축 우라늄에 대한 반덤핑 관세가 쟁점이었다.
뉴욕소재 연방국제무역법원(CIT)은 트럼프 행정부가 멕시코와 중국 등에 부과한 다수의 관세 조치를 위헌으로 판단했다. 이들 관세는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을 근거로 도입된 것이었다. 이 법은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한 뒤 다양한 경제 거래를 규제할 수 있는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한다.
스미스 변호사는 “행정부가 무역법의 다른 조항보다 IEEPA를 사용한 것은 절차를 더 빠르게 진행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법원은 관세 조치가 지나치게 포괄적이었으며, 헌법상 관세 권한을 가진 의회의 권한을 침해했다고 봤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항소했고, 만약 항소심에서 패소할 경우 대법원까지 사건을 가져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로써 대법원은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의 범위를 규정짓는 중대한 판단을 내려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오랜 기간 대통령이 관세 권한을 확장해온 흐름에 제동을 걸 수 있다.
스미스는 “헌법적 사안이라 트럼프 행정부는 어떤 경우든 대법원까지 갈 것”이라며 “하급심에서는 이미 트럼프 측이 졌고, 항소심에서도 패소한다면 기존 판결을 복원해 달라고 대법원에 요청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시절에도 중국에 대한 관세 조치를 둘러싸고 여러 차례 소송을 겪었다. 당시 대부분은 대법원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트럼프 측이 승소한 경우가 많았다. 스미스는 “이번에도 보장된 건 아니지만, 보수 성향이 강한 현재의 대법원이 트럼프에게 우호적으로 판단할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대법원이 행정부 권한을 제한하는 주요 판결들을 내렸다는 점은 변수다. UC버클리 법학 교수 스타브로스 가디니스는 특히 두 가지 판결을 주목했다. 바로 ‘웨스트버지니아 대 환경보호청(EPA)’ 사건과 ‘로퍼 브라이트 대 레이몬도’ 사건이다. 후자는 행정기관의 법 해석에 사법부가 광범위하게 따라야 한다는 기존의 ‘셰브론 판례(Chevron Doctrine)’를 폐기한 것이다.
가디니스 교수는 “이들 판결은 행정부가 모호하거나 포괄적인 법률에 근거해 권한을 행사할 때,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증거와 정당성을 요구받게 됐다는 신호”라며 “셰브론 판례가 무너진 지금은 법원이 트럼프가 ‘국가안보’나 ‘보복’ 같은 단어를 어떻게 정의했는지를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해당 용어 정의는 이제 법원이 판단할 문제라는 것이다.
물론 트럼프 행정부가 대법원에서 반드시 패배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가디니스는 “1기 행정부 당시에는 지적재산권·기술이전·혁신 등에 대해 중국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하고, 절차를 밟은 뒤 관세를 부과했다”며 “그러나 이번에 무효화된 관세 조치에는 그런 절차적 배경이 없었다. 그만큼 법원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글 Marco Quiroz-Gutierrez & 편집 김나윤 기자 abc123@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