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과 악수하는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사진=뉴시스]](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05/48247_41442_3835.jpg)
미국 보건복지부(HHS) 장관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Robert F. Kennedy Jr.)가 트럼프 행정부의 의뢰로 작성한 73쪽 분량의 ‘MAHA(Make America Healthy Again∙미국을 다시 건강하게)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미국의 만성질환의 근본 원인을 규명하겠다며 소아 질환, 초가공식품, 화학물질, 기술과 아동 정신건강, 아동 대상 약물 및 백신 등을 다뤘다.
총 522개의 연구를 인용하며 RFK는 이 보고서가 “공중 보건 분야의 이정표”이며 “금과 같은 과학적 기준으로 채워져 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이 보고서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비영리 독립 언론 ‘노터스(NOTUS)’는 여러 연구가 잘못 해석됐을 뿐 아니라, 7건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전염병학자 캐서린 키스(Katherine Keyes)는 보고서에 본인의 논문으로 인용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미국 청소년의 정신건강과 약물 사용의 변화라는 논문을 두고 “처음 듣는 이야기”라면서 이렇게 밝혔다.
“보고서에서 인용한 논문은 존재하지 않는 논문입니다. 저나 제 동료들 누구도 관련이 없어요. 관련 주제로 연구한 적은 있지만, JAMA 소아과 저널에 그런 제목이나 공동저자 그룹으로 논문을 낸 적은 없습니다.”
실제로 해당 논문 링크는 열리지 않으며, 보고서가 인용한 학술지 호수에도 관련 논문은 없다.
노터스는 또 ‘언론의 기업 지배’(corporate capture of media)라는 장에 포함된 논문 두 편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보도했다. 해당 논문들은 아동 및 청소년의 약물 사용이 직접 광고에 의해 유도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했지만, 인용된 저자 중 한 명은 해당 논문을 쓴 적이 없다고 밝혔고, 다른 한 명은 존재하지도 않는 인물이었다.
또 다른 사례로, 소아 폐질환 전문의 해럴드 J. 파버(Harold J. Farber) 박사는 보고서에 인용된 <미국 아이들은 너무 많은 약을 복용하고 있다 — 최근 발생하는 위기라는 논문을 작성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인용된 다른 공동저자와도 함께 일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파버 박사는 노터스에 “텍사스의 메디케이드 관리 의료 프로그램 데이터를 2011~2015년 기준으로 연구한 한 편의 논문을, 2025년의 미국 전체 진료 패턴으로 일반화하는 건 매우 무리한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과도한 일반화는 보고서 전반에 걸쳐 나타났다. 예컨대 정신건강 약물 치료에 관한 장에서는, 한 논문을 인용하며 “정신치료만으로도 정신과 약물만큼 혹은 그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정작해당 논문의 통계학자는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호주의 생물통계학 교수 조앤 맥켄지(Joanne McKenzie)는 “우리 연구는 정신치료의 효과를 측정하거나 비교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녀는 이메일에서 “우리는 정신치료를 검토에 포함하지 않았고, 오직 신세대 항우울제 간의 효과와 위약 대비 효과만을 비교했다”고 설명했다.
왜곡 사례는또 있었다. 보고서는 “1993년부터 2009년까지 아동 대상 항정신병약 처방이 800% 증가했다”는 논문을 인용했지만, 실제 연구에서는 1995년부터 2005년까지의 수치를 분석했다.
또한 마리아나 G. 피게이로(Mariana G. Figueiro) 박사는 보고서가 자신의 연구를 잘못 해석했을 뿐 아니라, 논문이 실린 학술지조차 틀리게 표기했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해당 연구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대학생 대상이었다. 논문의 결론도 보고서가 인용한 내용과 다르고, 출판 학술지도 ‘피디애트릭스(Pediatrics)’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에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레빗(Karoline Leavitt)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형식상의 오류”라며 “백악관은 RFK 주니어와 그의 MAHA 위원회에 대해 완전한 신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브리핑에서 “형식적인 오류들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며, 현재 수정 중”이라면서도 “보고서의 본질적인 내용은 결코 부정할 수 없고 이는 연방정부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보건 보고서 중 하나이며, 연방정부가 지금껏 인정하지 않았던 과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 글 Ani Freedman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