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Hard nut to crack

본문영역

“너무 안 팔리네…” 사면초가 프랑스 車 산업

프랑스 자동차 산업은 판매 부진, 전기차 전환, 생산 해외 이전, 중국의 공세 등 복합 위기에 빠졌다.

  • 슬롯사이트입력 2025.05.13 16:10
  • 기자명Alex Ledsom & 김다린 기자
슬롯사이트 자동차 산업이 침체 위기에 빠졌다.[사진=셔터스톡]
프랑스 자동차 산업이 침체 위기에 빠졌다.[사진=셔터스톡]

12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프랑스 자동차 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2019년 프랑스에서 판매된 차량은 221만 대였지만, 팬데믹 기간 중 이 수치는 25% 감소했고, 이후 회복하지 못했다. 2024년에는 172만 대에 그쳤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자동차 제조사들은 사상 최대의 수익을 기록하고 있다.

그 핵심 요인은 ‘자동차 가격 상승’이다. 2014년에서 2024년 사이 평균 크기 신차 가격은 34% 상승해 2만 4448 유로에서 3만 6712 유로로 뛰었다. 1만 2000 유로 가까운 인상으로, 같은 기간 생계비 상승률(15%)을 훨씬 웃돈다.

팬데믹 이후 공급 부족과 수요 급등이 겹치며 제조사들은 더 높은 가격을 부를 수 있었다. 소비자들은 큰돈을 쓰려는 준비가 되어 있었고, 제조사들은 덩치 크고 수익성 높은 차량을 판매하며 2021년부터 2024년 초까지 역대급 실적을 냈다.

다만 2024년 현재 르노·시트로엥·푸조 등의 판매는 정체돼 있다. 특히 르노의 저가 브랜드 다치아(Dacia)만이 비교적 선전 중이며, 시트로엥의 경우 2024년 판매량은 2011년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판매가 줄면 생산도 줄 수밖에 없다. 2023년 이후 프랑스 전역에서 공장 폐쇄 및 파산이 잇따르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80개 공장과 9000개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다. 예컨대 2024년 말 미쉐린은 타이어 공장 두 곳을 폐쇄하고 1200명 감원을 발표했다. 특히 타격은 완성차 제조사보다 하청업체에 집중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유럽 전체에서도 관측된다. 블룸버그는 2024년 보고서에서 BMW, 메르세데스-벤츠, 스텔란티스, 르노, 폭스바겐 등 유럽 5대 제조사의 승용차 공장 중 약 3분의 1이 유휴 상태라고 밝혔다. 자동차 산업은 EU GDP의 7% 이상을 차지하고, 1300만 명의 일자리를 책임진다. 각 공장은 지역 경제의 핵심 기반이기도 하다.

전기차 전환과 중국의 공세

프랑스 자동차 산업의 회복을 더 어렵게 만드는 세 가지 구조적 요인이 있다. 바로 전기차(EV) 전환, 생산 해외 이전(offshoring), 그리고 중국의 경쟁이다.

우선 EV 전환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현재 프랑스 도로에 달리는 차량 중 EV는 15% 수준이며, 충전 인프라 구축 속도는 느리다. EU가 자동차 탄소 배출 규제를 다소 완화한 것도 EV 보급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여기에 프랑스 정부는 EV 구매 시 지급하던 보조금을 7000 유로에서 4000 유로로 줄였다.

EU는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를 예고했으며, 2011년 전체 신차 중 80%였던 디젤차 비중은 2024년엔 10% 안팎으로 추락했다. 디젤 부품 수요 감소는 이를 공급하던 주조업체(Foundry)에 타격을 입혔다. 전기차 시대는 일자리를 창출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4만 개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생산 해외 이전도 오래된 문제다. 1990년대 이후 프랑스 내 생산 비중은 계속 줄고 있다. 르노와 스텔란티스는 프랑스 내 생산 비중이 2019년 23%에서 2023년 18%로 감소했다. 시트로엥은 e-C3 전기차를 슬로바키아에서, 르노는 2026년 출시 예정인 클리오 6를 튀르키예에서 생산한다.

이는 EV를 명분 삼아 고임금 국가의 공장을 닫고 저임금국으로 이전하려는 전략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스텔란티스는 2024년 유락티브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제조사들의 저가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비용 절감은 업계 전체에 중대한 과제”라고 밝혔다.

중국은 2023년 기준 연 3020만 대의 차량을 생산하며 세계 최대 생산국이다. 프랑스는 150만 대에 불과하다. 게다가 중국 EV는 가격이 저렴하고 품질이 좋다. 빠르게 점유율을 넓히고 있다. 에너지 비용도 낮고, 배터리 산업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BYD 등 중국 제조사는 유럽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예컨대 르노의 전기차 트윙고는 중국 부품으로 슬로베니아에서 생산되며, 생산비용은 유럽보다 낮다. 중국산 자동차에 비해 부품에는 수입관세가 덜 부과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의 관세 정책까지 더해지면, 프랑스 자동차 산업은 사면초가다.

보르도대의 경제학자 베르나르 줄리앙은 “신차 가격을 크게 낮추는 게 회복의 열쇠”라고 지적한다. 4만 유로짜리 대형 전기차로는 판매도, EV 전환도 어렵다는 것이다. 프랑스 자동차산업협회(PFA)는 “지금은 산업 역사상 가장 심각한 위기”라며 “EV 중심 산업 재편이 해답”이라고 설명했다.

EU 집행위의 스테판 세주르네 부위원장은 2024년 3월 “프랑스 자동차 산업이 사형선고를 받았다”며 전방위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미국은 자율주행, 중국은 EV, 한국은 배터리, 칠레는 리튬 생산을 주도하고 있다”며 “유럽이 단순 조립 공장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자체 기술로 차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다만 프랑스 자동차 산업은 120년 넘는 경쟁과 2차례 세계대전을 이겨낸 저력이 있다. 지금은 위기지만 끝은 아니다.

/ 글 Alex Ledsom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이 슬롯사이트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