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가 날자 한국 제약사들이 비만 슬롯 머신 게임 개발 계획을 쏟아내고 있다. 주가는 당장 화답하고 있지만, 실제 환자가 ‘한국형 비만 슬롯 머신 게임’를 접하게 될지는 미지수다.
문상덕·육지훈 기자jihun.yook@fortunekorea.co.kr

코로나19가 기승이던 2021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앞다퉈 슬롯 머신 게임 후보물질을 선보였다. 성공하면 단숨에 글로벌 기업이 될 터였다.
그해 1월, 바이오 기업 헬릭스미스도 별안간 슬롯 머신 게임 임상 계획을 밝혔다. 당뇨병으로 인한 신경 손상을 치료하는 물질(‘엔젠시스’)을 개발하던 회사였다. 만성질환 슬롯 머신 게임에 대한 기대감 덕에 2005년 국내 첫 기술특례상장 기업이 되기도 했다.
당시 회사는 소액주주들의 반발에 직면해 있었다. 국내 기업으로선 흔치 않게 미국 임상 3상에 나섰지만, 미숙한 약물 관리(혼입) 탓에 결과도 못 내고 실패했다. 재도전을 위해 약속을 깨고 대규모 유상증자를 했다. 30만원을 웃돌던 주가는 3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회사는 같은 해 4월 인도 임상에 돌입한다고 밝혔고(※당시 인도는 단회 임상을 허용했다), 1년여 뒤 “유의미한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소식은 지금까지 없다. 엔젠시스는 2차 시도에서도 실패했고, 기자에게 스스로를 “JYP의 미국 진출”에 빗대던 경영진은 교체됐다.
다른 회사에서 개발하던 후보물질들도 결말은 비슷했다. 2022년 종근당, 대웅제약에서 슬롯 머신 게임 3상을 중단했고, 이듬해엔 네오이뮨텍이 1상에서 멈췄다. HK이노엔도 백신 1상에서 멈췄다.
코로나19 백신·슬롯 머신 게임가 휩쓸고 간 시장에 이번엔 비만 슬롯 머신 게임 바람이 분다. 2021년 미국에서 나온 ‘위고비’의 성공에 기댔다. 하지만 결말이 과거와 다를 것이라고 보긴 어려운 상황이다. 3상 진행 중이지만 시장성을 입증하기 어렵거나, 이제 1상에 진입하는 경우가 다수이기 때문이다.
11월 기준 비만 슬롯 머신 게임를 개발하고 있다고 언론에 밝힌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은 줄잡아 열 곳이 넘는다. 이 중 임상 단계에서 가장 앞선 곳은 한미약품이다.
한미약품은 2006년부터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GLP-1) 기반 약물인 ‘에페글레나타이드’를 개발해 왔다. 10년 만인 2015년, 당뇨병 슬롯 머신 게임를 목적으로 하는 임상 2상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냈다. 이를 바탕으로 한미약품은 그해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와 에페글레나타이드에 대한 라이선스 아웃 계약(지적재산권 판매)을 맺었다. 39억 유로 규모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5년 뒤인 2020년 사노피는 돌연 계약을 해지했다. 사노피 측은 “자사 전략 수정에 따른 결정”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계약 해지 당시 글로벌 임상 3상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이듬해 사노피는 3상 결과를 냈다. 28개국에서 제2형 당뇨병 환자, 심혈관 질환 환자 4076명을 대상으로 한 시험에서 역시 유의미한 질환 발생율 감소를 확인했다.
하지만 한미약품은 3상 이후에도 에페글레나타이드 기반 당뇨병 슬롯 머신 게임를 내놓지 않았다.
대한내분비학회장인 박정현 부산백병원 교수(내분비과)는 3상 결과가 나온 당시 “현재로서는 에페글레나타이드가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면서도 “다만 상용화 가능성을 두고서는 ‘설 자리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그러면서 “‘세마글루타이드(오젬픽, 위고비) 등과 경쟁해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사노피가 권리를 반환한 배경일 수 있다”고 말했다.

2년 뒤인 지난해 7월,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비만 슬롯 머신 게임로 다시 개발한다고 밝혔다. ‘한국인 맞춤형 비만약’을 콘셉트로 내세웠지만, 글로벌 임상 역량이 부족한 국내 제약사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기도 했다. 2019년 발표된 비만 치료 목적의 임상 2상 결과에 따르면, 주 1회 6㎎ 투여 환자군에서 약 7.5%의 체중 감량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노보노디스크에서 위고비 전 모델로 출시했던 비만 슬롯 머신 게임 ‘삭센다’와 비슷한 수준이다.
한미약품은 이르면 2026년 하반기 비만 슬롯 머신 게임 출시를 목표로 잡고 있다.
박정현 교수는 “타이밍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에페글레나타이드는 그 계열에서 평범한 약물이지만, 삭센다나 위고비, 마운자로 같은 최고의 약물들과 경쟁해야만 하는 상황에 몰렸던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한미약품은 새로운 비만 슬롯 머신 게임 후보물질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 6월 체중 감량 효과는 높이고 근육량 감소는 최소화하는 물질 ‘HM15275’의 전임상 결과를 미국당뇨병학회에서 발표했다. 위고비는 식욕을 억제해 체중을 줄이는 만큼, 근육량도 함께 줄어드는 부작용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미국 1상에 진입하는 만큼 상용화 일정을 전망하긴 어렵다.
동아에스티 역시 부작용 최소화에 초점을 맞춘 비만 슬롯 머신 게임 후보물질 ‘DA-1726’의 글로벌 임상 1상을 올해 6월부터 시작했다.
투약 편의성에 초점을 맞춘 제약사들도 있다. 주사 형태로 놓던 것을 경구형, 마이크로 니들 형태로 전환하는 식이다. 대웅제약의 ‘DWRX5003’, 일동제약의 ‘ID110521156’, 대원제약 ‘DW-1022’ 등이 그렇다. 바이오 기업인 펩트론, 나이벡, 제넥신도 관련 물질을 내놨다. 하지만 이들 역시 임상 1~2상 중에 있는 만큼, 상업 생산을 기대하긴 아직 어렵다.
반면 노보노디스크 등 글로벌 제약사는 이미 차세대 슬롯 머신 게임 출시를 앞두고 있다.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경구형 세미글루타이드 ‘리벨서스’는 지난 2019년 당뇨병 슬롯 머신 게임로 미국 FDA 승인을 통과한 바 있다. 이어 리벨서스를 비만 슬롯 머신 게임로도 쓰기 위해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신약 개발에서 실패는 다반사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이 음료나 건강기능식품을 만들듯 신약 개발에 접근한다는 지적도 있다. 트렌드를 좇아 신약 개발 계획을 내고, 임상 결과가 좋지 못하거나 트렌드가 시들해지면 금세 포기하고 마는 것이다.
나민우 파마스피어 제약그룹 아시아 사업총괄 부사장은 “글로벌 의약품 시장의 트렌드를 보고 개발 방향을 잡는 것은 권장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비교적 트렌드의 지속기간이 짧은 소비재 시장에서 회사와 제품 브랜드를 키워온 DNA가 신약 개발이라는 새로운 생태계 안에서는 제 기능을 못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미사이언스의 임종윤(왼쪽) 이사, 임종훈 대표가 지난 3월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411/45038_37604_5515.png)
단기 성과에 집중하는 배경엔 한국 특유의 거버넌스가 있다. 거버넌스가 신약 개발을 장기간 안정적으로 수행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보단, 오너 일가의 경영권을 지키거나 상장 전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위고비가 주목받으면, 비만 슬롯 머신 게임 ‘테마주’가 들썩인다. 지난 10월 노보노디스크에서 위고비를 국내 출시한 날 관련 회사들의 주가가 많게는 24.68%(펩트론) 급등했다.
또 지난해 10월 한미약품에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비만 슬롯 머신 게임 개발 계획을 밝히자 27만원대였던 주가는 이듬해 1월 35만원대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후 한미약품 오너 일가가 경영권 분쟁에 들어가면서 다시 지난해 수준으로 돌아가기도 했으나, 증권가에서는 여전히 기대감을 갖고 있다. 김승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난 8월 리포트에서 “한미약품은 비만 테마주가 아니라 실제 비만 슬롯 머신 게임로 돈을 벌 수 있는 회사”라며 매수 의견을 밝혔다.
이 밖에 지난 10월 비만 슬롯 머신 게임 임상 1상 결과를 발표한 나이벡의 주가는 11일 1만 8040원에서 16일 2만 5250원으로 급등했다. 제넥신은 중국 파트너사와 임상 2상을 진행하기로 발표하자 주가가 같은 달 15일 6290원에서 이틀만에 9350원으로 급등했다.
나민우 부사장은 “한국 기업의 거버넌스는 회사의 지배구조를 따르는 경우가 더 많다”라며 “(특히 승계 과정에 있는) 한국 제약 기업은 의약품 개발, 품질관리와 혁신, 효율성보다는 경영자체에, 비상장 기업의 경우 상장이라는 외형적 성장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러다 보니 신약개발은 그 자체로 목적이 되지 못하고 도구에 그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보노디스크의 최대주주는 창업자 부부가 설립한 공익재단이다. 재단이 갖고 있는 노보노디스크 지분율은 28%지만, 의결권은 77%에 달한다.
사샤 세미엔추크 한국노보노디스크제약 대표는 “재단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헌신할 수 있는 분야에 전략적인 초점을 두고 있다”며 만성질환에 집중할 수 있었던 건 “이러한 거버넌스 덕분”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