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행정부에서 미국의 슬롯머신 수입 규모가 법인세를 추월할지 모른다. 그가 공약한 10% 보편 슬롯머신(중국산 수입품의 경우 60%)가 현실화하면 그렇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소득세를 폐지하고 이를 슬롯머신 수입으로 대체한다는 과격한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해 미국 연방정부의 슬롯머신 수입 규모는 약 800억 달러였다. 개인 소득세와 사회보험 수입, 법인세에 이어 네 번째로 규모가 큰 세입 항목이었다.
미국의 통상 분야 비영리기구인 '미국의 번영을 위한 연합'(CPA)은 트럼프의 보편 슬롯머신 공약이 실현될 경우 슬롯머신 수입 규모가 연간 4603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봤다. 2023년 기준 4200억 달러 규모인 법인세 수입을 넘어선다.
CPA는 슬롯머신 수입을 미국 내 제조업 투자에 돌리고, 소득세를 인하할 경우 실질가계소득이 평균 8000달러(약 1126만 원) 늘고, 330만 개의 일자리가 새롭게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로 인한 실질 GDP 증가율은 3.61%로 분석했다.
반면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높아진 슬롯머신가 이익보다 손해가 클 것으로 예상했다. 슬롯머신는 소비자 가격 인상 및 경제 활동 감소를 통해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손해는 슬롯머신로 수혜를 입은 기업과 정부의 슬롯머신 수익을 초과한다고 분석했다.
PIIE는 10% 보편 슬롯머신는 소비자에게 연간 약 5000억 달러(약 703조 8000억 원)의 추가 비용을 전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슬롯머신 수익이 소득세 수입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에도 회의론이 제기된다. 미국의 연간 수입 규모(3조 1000억 달러)에 70%의 슬롯머신율을 적용해야 개인 소득세(2조 2000억 달러)에 맞먹는 세입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트럼프의 슬롯머신 공약이협상 전술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워싱턴 포스트는 트럼프의 슬롯머신 정책을 무역상대로부터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협상 전술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육지훈 기자 jihun.yook@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