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램은 ‘연산하는 뇌’예요. 그런데 연산은 CPU가 하는 것 아니었나요? 정확히 따지면, CPU는 로직을 갖고 D램에 ‘이렇게 연산해라’라고 지시합니다. D램에서 실제 연산이 이뤄지고요. (비유하자면) D램은 ‘연산을 하기 위한 땅’을 제공하는 것이죠.”
“HBM(고대역폭메모리)는 8대 공정을 거쳐서 만들어져요. 공정이 한 사이클 도는 데 155일이 걸립니다. 이 기간 동안 중간에 0.01초라도 전기가 나가면 제품을 폐기 처분해야 해요. 그래서 반도체의 생명이 안정적인 전원 공급이라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당내에서 ‘반도체 리터러시’ 임무를 맡고 있다. 산업 이해도를 높이고 ‘반도체 특별법’(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법안)’에 대한 공감을 모으는 데 고 의원은 몰두하고 있다. 고 의원은 지난 6월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에는 인프라 신속 구축, 보조금 지원 등의 내용이 담겼다.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여당 초선 공부모임에서 ‘왜 AI와 반도체를 함께 이야기하는가’를 주제로 직접 강연에 나선 고 의원은 “5나노 공정은 달에서 지구의 10㎟ 면적에 빛을 쏘는 수준”이라며 비유를 들고, 산업의 약사를 설명하며 의원들의 이해를 도왔다.
특히 고 의원은 반도체 기업에 대한 ‘직접 보조금 지원’을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물론, 미국과 일본 역시 자국 기업에 막대한 돈을 쏟아 붓고 있다”며 “우리는 세제 지원에 그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28일 여야 지도부는 정책위의장과 원내수석부대표가 배석하는 ‘2+2 회동’을 열고 민생협의체를 만들기로 했다. 양당은 협의체에서 반도체 지원 법안을 다루기로 의견을 모았다. 고 의원은 “산자위에서 법안 심사를 앞두고 있다”며 “법안에 직접 보조금 조항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를 포함해) 의원님들이 협조를 많이 해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직접 보조금 지원 대상으로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도 언급했다. “팹리스 기업이 (파운드리에 주문해) 시제품 하나를 만들려면 5나노 공정 기준 100억원이 든다”며 “자금 지원 없이는 (이들 기업의 성장이) 이뤄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감에서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팹리스를 비롯해 소부장기업, 스타트업에 대한 직접 보조금 가능성을 이야기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의 역할도 주문했다. 그는 “(대만의 팹리스 업체) 미디어텍은 10년만에 퀄컴의 턱밑까지 치고 올라왔다”며 “TSMC가 (시제품 제작 등에서) 지원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모임에는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를 비롯해 다수 의원이 참석했다. 한 대표는 이날 “아직 경제 성장은 과거처럼 드라마틱한 기회가 남아있다”며 “그 키포인트가 AI와 반도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이 지금 준비하고 있는 반도체특별법에서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 조항이 들어가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문상덕 기자 mosadu@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