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D. 슬롯 사이트는 2016년 발표한 회고록 “힐빌리의 노래”로 처음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이 책은 엘리트들이 백인 노동자 계층을 배신했다고 비난하며 애팔래치아 지역에 대한 대중주의적 외침을 담고 있었다. 이후 슬롯 사이트는 구글 전 회장 에릭 슈미트와 억만장자 벤처 투자자 피터 틸 등 기술 및 벤처 업계 최고 부유층들의 도움을 받아 미 상원의원 자리와 7월 공화당 부통령 후보 지명을 따냈다.

도널드 트럼프의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경제계는 슬롯 사이트가 백악관에 입성할 경우 어떤 정책을 펼칠지에 주목하고 있다. 과연 급진적인 대중주의 의제를 추진할 것인가? 아니면 실리콘밸리의 부유한 친구들의 우선순위를 관철할 것인가? 물론 아직 단정 짓기는 이르다. 하지만 그의 이력을 볼 때, 슬롯 사이트의 경제 정책은 자유방임적 산업 정책이나 상품과 노동력에 대한 쉬운 접근성 등 1세기 넘게 공화당 강령의 근간이 되어온 전통적인 기업 우선순위에 무관심하거나 심지어 적대적인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인 상황이라면 부통령의 견해에 대해 큰 관심이 없을 것이다. 초대 부통령 존 애덤스는 이 자리를 “인류가 고안해 낸 가장 무의미한 직책”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그러나 2024년 선거는 예사롭지 않다. 슬롯 사이트는 임기 마지막 해에 83세가 되는 대통령 밑에서 말 그대로 ‘심장박동 하나 차이’로 대통령직을 승계할 수 있는 위치에 있게 된다.

또한 트럼프가 새로운 세대의 ‘미국 우선주의’ 지도자들을 양성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슬롯 사이트에게 자신의 의제를 추진할 수 있는 폭넓은 권한을 줄 가능성이 있다. 이는 부분적으로 2028년 선거에서 자신의 후계자로 슬롯 사이트를 내세우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전 경제 편집장이자 현재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재정 정책 센터를 이끌고 있는 데이비드 웨셀은 “이번에는 딕 체니처럼 부통령직이 주목받을 몇 안 되는 경우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웨셀은 슬롯 사이트가 백악관에 들어가면 미국 제조업을 보호하기 위한 관세와 이민 제한 등 국내 경제 정책 수립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7월 공화당 전당대회 연설에서 슬롯 사이트가 언급한 주제들과 일맥상통한다. 당시 그는 월가를 비난하고 러스트 벨트 공장들을 되살리겠다고 약속했다. 오하이오주에서 슬롯 사이트는 전미자동차노조 노동자들의 파업 현장에 동참하기도 했다.

웨셀의 예측은 슬롯 사이트가 짧은 상원 재임 기간에 발의한 몇 안 되는 법안들과도 맥을 같이 한다. 그중에는 진보 성향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함께 작성한 경영진 보상 환수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이 법안은 큰 주목을 받았지만 결국 법제화되지는 못했다.

노동권과 최고경영자 보수 제한은 2022년 상원 선거 때 슬롯 사이트에게 1500만 달러라는 거액을 기부한 피터 틸이나 데이비드 삭스 같은 벤처 투자자들의 최우선 과제는 아니다. 그럼에도 이들은 트럼프가 슬롯 사이트를 러닝메이트로 선택하도록 설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벤처 투자자들은 무엇을 얻으려는 것일까?

철학적으로는 미국 우선주의 경제 민족주의에 대한 공통된 관심사일 것이다. 실질적으로는 많은 돈이다. 트럼프-슬롯 사이트 티켓을 지지하는 안드레센 호로위츠 창업자들을 포함한 많은 벤처 투자자들은 암호화폐에 큰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는 슬롯 사이트가 암호화폐에 유리한 규제를 추진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 넓게 보면, 트럼프를 지지하는 벤처 투자자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빅테크 기업에 대한 반독점 조사가 벤처 기업들의 가장 수익성 높은 ‘출구 전략’인 인수합병 활동을 둔화시켰다고 비판해 왔다.

슬롯 사이트는 암호화폐 규제 측면에서는 더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바이든 행정부의 연방거래위원회 위원장이자 반독점 강경파인 리나 칸의 열렬한 팬임을 공언한 것을 고려하면 규제 면에서는 실망스러운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하지만 벤처 투자자들과 더 넓은 범위의 기업 리더들은 공화당이 백악관을 차지할 경우 다른 경제 정책 분야에서 큰 대가를 치를 수 있다.

미국경제연구소의 편집자이자 스스로를 보수주의자라고 칭하는 리처드 M. 라인시 2세는 슬롯 사이트를 다양한 아이디어에 정통한 강력한 사상가로 평가한다. 그러나 그는 슬롯 사이트가 리나 칸을 지지하고 일본 기업 니폰스틸의 클리블랜드 제철소 인수를 막으려 한다는 점에 우려를 표한다. 라인시는 “그의 경제적 접근 방식은 1980년대 민주당 후보였던 월터 먼데일과 마이클 듀카키스의 노선과 완전히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즉, 정부 개입과 경제 관리를 중심으로 한 친노동자 정당”이라고 평가한다.

실제로 슬롯 사이트의 경제 정책은 노동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슬롯 사이트도 이민을 급격히 제한하자고 주장해 왔는데, 이는 미국 기업들이 계절 노동자와 고숙련 해외 인력을 모두 고용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 한편 사회에서 여성의 역할에 대한 슬롯 사이트의 발언은 채용에 있어 추가적인 어려움을 야기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그가 전국적인 낙태 금지와 대가족 양육을 위한 인센티브 확대를 요구한 것은 여성들이 노동 시장에 머무르기 어렵게 만들 수 있는 철학을 대변한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보호무역주의와 노동력 감소의 조합이 임금 상승과 인플레이션을 초래하는 공식이라고 본다. 이러한 요인들은 비디지털 경제 분야의 고용주들에게는 큰 골칫거리가 될 수 있지만, 슬롯 사이트의 벤처 투자 동맹들이 관리하는 기술 기업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은 ‘외부 요인’에 해당한다.

슬롯 사이트의 잠재적 경제 영향력에 대한 예측에는 중요한 단서가 있다. 바로 그의 나이다. 8월 2일에 40세가 되는 슬롯 사이트는 1952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과 함께 당선된 리처드 닉슨 이후 가장 젊은 부통령이 될 것이다. 그의 젊은 나이는 트럼프나 조 바이든 같은 노령의 인물들보다 경제 정책을 비롯한 모든 면에서 사고방식이 진화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슬롯 사이트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예측하려는 기업 리더들은 기다릴 수밖에 없다. 한편 전통적인 공화당의 친기업 우선순위를 그리워하는 이들은 걱정할 수 있다.

라인시는 “진보주의자들이 보수주의자들에 대해 말하곤 했듯이, 그가 직책에 걸맞게 성장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한다.

/ 글jeff john roberts